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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일자리 창출의 성공조건

정상범 논설위원

핀란드·프랑스 등 노동개혁 올인

고용 숫자보다 질적 개선이 중요

고통분담으로 민간혁신경제 구축

구조개혁 통해 시장역동성 살려야





핀란드는 한때 ‘유럽의 병자’로 조롱받을 만큼 심각한 경제위기에 시달렸다. 휴대폰업체 노키아의 몰락과 제지산업의 침체가 맞물리면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실업률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노키아만 해도 1만여명의 직원을 2,000명으로 줄여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랬던 핀란드 경제가 최근에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인 노동비용을 줄이고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수출 경쟁력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노키아 출신의 기술자들이 벤처창업으로 몰리면서 스타트업 열기도 뜨겁다고 한다. 하지만 벤처가 많이 생겨도 규모가 작다 보니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사실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각국마다 구조개혁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구조개혁이 정권의 성향을 떠나 세계 경제의 공통과제로 인식될 정도다. 미국이나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실업률이 10여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하는 등 완전고용상태를 보이는 것도 일찍부터 경제체질 개선에 나선 덕택이다. 최근 정권이 바뀐 프랑스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노동시장 대수술을 최대 국정과제로 삼아 노조 대표들과 릴레이 회동을 갖고 있다. 엘리제궁에서 마라톤 면담을 통해 실업난과 경기침체를 해결하자면 노동시장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취임 이후 지지율이 62%까지 치솟은 정권 초기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전략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하자마자 일자리 대통령을 천명하며 고용창출에 전력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재벌개혁을 구조개혁의 핵심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우리 사회의 경제 양극화나 빈부 격차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핀란드의 사례에서 보듯이 대기업을 규제하고 벤처창업 열풍이 분다고 해서 좋은 일자리가 충분히 만들어질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글로벌 개방경제 시대에서 일방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강요한다면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뿐더러 법인세 인상 같은 증세정책까지 맞물린다면 자칫 되살아나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크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열린우리당이 돌풍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여권은 4대 개혁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결국 동력을 상실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과욕이 빚은 혼란이었다. 새 정부 역시 적폐청산 같은 눈앞의 성과에만 국정역량을 쏟아붓다가는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과제에 소홀할 수 있다. 잘못된 경제 관행은 과감히 뜯어고치되 무엇보다 시장의 역동성이 살아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울러 철저한 구조조정 등 고통분담의 과정을 통해 민간혁신경제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말 그대로 마중물에 머무르지 않고 과도한 개입을 일삼는다면 시장을 죽이고 투자의욕마저 꺾어버리는 역효과를 빚게 된다. 기업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일자리 숫자에만 매달리느라 미래 성장의 밑그림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현실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마침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구조개혁의 적기다. 정권 초반에 높은 국정 지지율을 바탕으로 구조개혁에 매진해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구조개혁의 핵심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갖추는 일이다. 창의력과 혁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새 정부는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구조개혁이 선행하지 않는 한 일자리 만들기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질적 개선은 더욱 어렵다. 누구나 원하는 좋은 일자리란 항상 모두의 고통분담과 짝을 이뤄야 가능한 법이다. 몇 해 전 방한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정권을 잃더라도 국익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새 정부가 두고두고 곱씹어봐야 할 대목일 것이다. ss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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