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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기 - 찬성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미세먼지는 '미지의 위험'…즉각 중단 마땅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는 낡은 석탄화력발전소 폐기를 놓고 찬반 공방이 거세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3호 업무지시’에서 30년 이상 된 석탄화력발전소 8곳에 대한 6월 한 달간 일시가동 중단을 지시하고 삼천포화력 1·2호기 등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는 임기 내 모두 폐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석탄발전소 중 노후 석탄발전소의 발전비중은 10.6% 수준이지만 오염물질 배출량은 전체의 19.4%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화력발전소 폐기 찬성 측은 석탄발전소의 발전효율이 가스발전 등에 비해 크게 낮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만큼 가동 중단과 폐기를 서두르고 가스발전· 신재생에너지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석탄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실제로 미미한데다 값싼 석탄 대신 가스발전으로 돌릴 경우 전기요금 인상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의 하나로 30년 이상 된 낡은 석탄화력 발전소 10기를 정지시키기로 결정했다. 몇 년 내 완전히 폐지할 것이라고 한다. 만시지탄이나 다행이다.

무엇보다 미세먼지는 ‘미지의 위험’ 문제다. 실상 인류는 수백만년을 먼지와 함께 살았지만 우리 과학은 아직 미세먼지에 대해 잘 모른다. 어디서 얼마나 발생하는지, 먼지의 원천 물질에 따라 위해의 정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등등.

미지의 위험 문제는 일단 멈추는 조치가 우선이다. 얼마나 위험한지 확실해질 때까지 내버려둔다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같은 불행이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사실이 있다. 오래된 석탄화력을 최신형 가스발전으로 교체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엄청나게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며 국가적 이익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다.

폐기될 석탄화력발전소들은 30년 이상 된 낡은 발전기들이다. 에너지 효율이 낮아 석탄이 가진 에너지의 고작 35% 정도만을 전기로 만들고 나머지 65%는 발전폐열로 바다에 버린다. 환경오염이 심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도 가스발전보다 두 배 이상 많이 배출한다. 집에서는 오래전부터 석탄 대신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국가 전체로도 청정한 가스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



오래된 석탄발전기를 첨단 가스발전기로 바꾸면 연료에너지의 50%를 전기로 만들 수 있다. 더구나 발전기 구조가 달라 가스발전의 폐열은 재활용할 수 있다. 열을 바다에 버리지 않고 멀리 떨어진 대도시 지역난방에 활용하는 것이다. 에너지효율이 70%를 웃돌아 석탄화력의 거의 두 배가 된다. 유럽의 스마트히트 프로젝트는 가스발전으로 화석연료 수입을 30%나 줄일 수 있고 소비자의 에너지 비용도 15%나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가스발전으로 전기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다.

실상 가스발전의 본질적 가치는 따로 있다. 그것은 가스발전이 대량의 신재생발전이 만들 수 있는 문제인 발전 간헐성을 해결하는 유력한 수단이라는 점이다. 전기는 저장하기 어렵다. 변덕스러운 날씨로 전기를 생산하는 신재생발전이 많아지면 갑자기 전기가 모자라거나 넘칠 수 있다. 가스발전은 전기가 모자랄 때 채워주고 넘칠 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대응능력이 있다. 가스발전이 없으면 신재생발전으로 가는 다리가 없는 것과 같다. 유럽의 신재생발전 선진국 대부분은 충분한 가스발전을 가졌으며 인접한 다른 나라의 도움도 이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가스발전으로 바꾸는 일은 현 정부가 약속한 신재생발전 20%의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더 나아가 새로운 에너지 세상도 펼칠 수 있다. 대표적인 예 하나를 들자면 전기농사다.

전기농사는 농지에서 전기를 수확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농업이다. 농지에서 쌀을 수확하면 쌀농사고 밀을 수확하면 밀농사이듯이 농지에서 전기를 만들면 전기농사다.

우리나라의 농지 1평은 일 년 동안 1㎏의 쌀을 생산해 1,000원 정도의 수익을 낸다. 그런데 이 농지에 태양광설비를 심으면 매년 5만5,000원의 전기를 수확할 수 있다. 55배다. 설비투자와 제반 비용을 제하더라도 3만원 이상이 농업인의 소득이 된다. 전기농사로 10배 이상 잘살 수 있다는 부양효과는 이미 미국·일본·인도 등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쌀농사는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의 힘든 노동이다. 하지만 전기농사는 한 번 심으면 큰일 없이 20년 동안 수확할 수 있다. 고령화되는 우리 농업인들에게 이만한 고소득 일거리는 없다. 우리나라의 한 해 쌀 생산 총액은 대략 8조원 정도며 매년 10% 이상의 쌀이 과잉생산된다. 떨어지는 쌀값으로 농가는 어렵게 되고 남는 쌀을 보관하느라 나라 재정도 힘들어진다. 전체 농지의 10%는 쉬어야 할 이유가 있다.

그런데 이 10%의 농지에서 쌀 대신 전기농사를 지으면 대략 일 년에 129 TWh(테라와트시)의 전기를 수확할 수 있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가 한 해 생산하는 전기량이다. 이 신재생전기를 한전에 팔면 연간 20조원의 농가소득이 창출된다. 더불어 전기농사용 설비 제조와 건설, 유지보수, 관련 신기술 연구 등을 위해 26만개 이상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전체 전기의 20%를 신재생발전으로 해결하는 에너지 강국이 될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대량의 전기농사에 필요한 기술 개발, 농촌사회에 밀려들 자본과 수익 증가로 나타날 사회적 갈등, 농경지 미관 문제 등등.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혹은 원자력의 위험 등과 비교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며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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