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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기 - 반대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미세먼지 감축 "글쎄"…전시행정 될수도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는 낡은 석탄화력발전소 폐기를 놓고 찬반 공방이 거세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3호 업무지시’에서 30년 이상 된 석탄화력발전소 8곳에 대한 6월 한 달간 일시가동 중단을 지시하고 삼천포화력 1·2호기 등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는 임기 내 모두 폐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석탄발전소 중 노후 석탄발전소의 발전비중은 10.6% 수준이지만 오염물질 배출량은 전체의 19.4%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화력발전소 폐기 찬성 측은 석탄발전소의 발전효율이 가스발전 등에 비해 크게 낮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만큼 가동 중단과 폐기를 서두르고 가스발전· 신재생에너지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석탄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실제로 미미한데다 값싼 석탄 대신 가스발전으로 돌릴 경우 전기요금 인상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새 정부가 ‘탈(脫)석탄’ 공약을 당장 실천하기 위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지난 석 달 동안 극심한 미세먼지에 시달리던 국민들이 새 정부의 발 빠른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노후 석탄발전소 퇴출과 신규 건설 중단도 추진할 모양이다. 신규 원전 건설을 취소하는 등의 ‘탈원전’ 공약도 있다. 석탄과 원전 중심의 발전구조를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국민적 관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행히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는 시기는 전력 비수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번 조처로 전력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위험은 없다. LNG 발전에 약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크게 문제 될 수준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가동 중단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다. 청와대도 인정했듯이 미세먼지 감축에는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6월이 되면 자연적 요인으로 미세먼지가 줄어들게 된다. 자칫하면 미세먼지 감축의 실질적인 효과는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괜한 추가 비용만 떠안는 전시행정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다.



전국에서 가동 중인 59기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전체의 14%에 이른다는 청와대의 통계자료도 신뢰하기 어렵다. 지난해 4월 환경부가 내놓았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석탄화력을 포함한 에너지 산업 전체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총량의 4%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지리적·기상학적 이유로 대도시의 대기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줄 가능성도 크지 않다. LNG발전소가 미세먼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석탄화력발전소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우리가 전력 생산을 석탄(40%)과 원전(30%)에만 의존해야 할 이유는 없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은 국민적 요구와 기술 발달에 따라 적절하게 변화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들에게 경제적·환경적으로 부담을 주고 안전을 위협하는 연료와 기술은 가차 없이 퇴출시켜야 한다.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고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연료와 기술은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일부 기업·부처·전문가들의 이익을 위해 낡고 위험한 연료와 기술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미세먼지와 안전만이 발전기술의 유일한 선택기준이 될 수는 없다.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국제적 규제 대상인 이산화탄소(온실가스) 배출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연료와 기술이라도 지나치게 비싸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석탄을 LNG로 대체하면 전기요금은 25% 이상 올라가게 된다는 지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유용한 기술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현재의 문제를 보완하는 기술과 관리방안을 찾아내는 도전적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와는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상황이 전혀 다른 선진국의 에너지·환경정책을 흉내 내자는 패배주의적인 주장도 버려야 할 악습이다.

노후 석탄발전소가 미세먼지 배출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석탄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석탄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경제적이고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발전용 연료다. 전 세계가 사용하는 전력 중 41%가 석탄으로 생산된다. 모든 나라가 미세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석탄을 쓰는 것은 아니다.

석탄 연소과정에서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다. 석탄화력의 미세먼지 배출 저감 시설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했던 것은 우리 실수였다. 죄 없는 석탄에 그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비현실적인 환상도 버려야 한다.

미세먼지가 최악으로 치닫던 짧은 대선 기간 중 득표를 위해 비공개적으로 구상했던 탈석탄·탈원전 공약을 무작정 실천에 옮길 수는 없다. 공약에 대한 철저한 공개 검증과 함께 법적·제도적 절차에 따른 확실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대선 공약이기 때문에 당장 실행해야 한다는 생각은 법치의 새 나라를 만들겠다는 높은 이상과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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