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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2017] 울프램 "20년 후엔 '수학' 사라질 수도"

■울프램, 국내 수학과 교수들과 라운드테이블

"'계산' 도구에 가둔다면

라틴어 교육처럼 도태"

'개념 중심의 교육' 주장

"순수수학 위축되더라도

수학자체 존재" 반박도

콘래드 울프램(오른쪽) 울프램연구소장이 2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7’ 라운드테이블에서 대한수학협회 회원인 수학과 교수 12명과 수학 교육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송은석기자




“20년 후에는 수학이라는 학문이 정말 기초 과정에서 사라질까?”

2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 루비홀에서는 콘래드 울프램 울프램연구소장이 주창하는 컴퓨팅 기반의 수학교육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국내 대학의 수학과 교수 12명은 컴퓨터 교육 확대로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도태될 운명이라는 울프램 교수의 주장을 강력 반박했다. 울프램 소장 역시 자신의 경험 등을 예로 들며 기존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명환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사실 저는 오래된 예전 방식의 교수법을 좋아한다”고 운을 뗀 뒤 “컴퓨터에 기반한 교육 시스템을 받아들였을 때 위험성이 있다고 보지는 않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울프램 교수도 작심한 듯 반박 논리를 펼쳤다. 그는 “위험에 대해 얘기한다면 언제나 변화에는 위험성이 뒤따른다는 답변 말고는 사실 할 말이 없다”며 “그러나 수학계가 진정 걱정해야 하는 부분은 향후 20년 후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기초 과목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울프램 소장은 영국에서 자란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그는 “20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유치원에서 라틴어를 가르쳤고 정규 교육 과정에서는 고대 그리스 역사도 중요한 과목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며 “사람들이 현실에서 필요 없다고 느낀다면 수학 역시 비슷한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수학을 왜 싫어하고 어려워할까. 이용훈 부산대 수학과 교수는 “초등학교부터 너무 이론적 측면에 치중돼 있다”는 점을 꼽았다. 김명환 교수는 “양이 너무 방대해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에게도 사교육의 부담을 주는 것이 한국 수학교육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반면 “문제는 다른 데 있다”는 게 울프램 소장의 주장이었다. 한마디로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하지 않고 교수법이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흥미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다섯살 아이들도 뭔가가 점점 커지거나 줄어드는 데 관심을 가지는데 사실 이게 적분과 미분의 개념”이라면서 “그럼에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16~17세부터 미·적분을 가르치는 것은 계산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심만 있다면 학생들에게 학습량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수학을 그 자체의 학문에 가두지 말고 좋아하는 분야와 연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울프램 소장의 해법은 수학이라는 학문을 ‘계산’이라는 도구에 가두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과거 수동 기어만 있을 때 사람들은 운전을 하기 위해 변속의 개념에 대해 이해해야 했다”며 “그러나 자동 변속기가 대부분인 요즘은 ‘차의 원리’가 아니라 ‘운전’ 그 자체에 집중한다”며 설명했다. 이어 “운전을 하기 위해 엔지니어가 될 필요는 없는 것처럼 수학 역시 계산이 아닌 개념의 관점에서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이 이어지면서 일부 국내 교수들은 울프램의 주장에 공감하기도 했다. 서로 명함과 메일 주소를 주고받으며 “앞으로 더 논의해보자”는 교수들도 여럿 있었다. 다만 너무 급진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세익 연세대 수학과 교수는 “최근 응용 수학 분야가 확대되면서 앞으로 순수 수학 분야가 위축될 가능성은 있다”며 “그러나 20년 후 수학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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