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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 FEATURE|트럼프 경제의 희망과 위험

THE PROMISE AND THE PERIL OF THE TRUMP ECONOMY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그 어떤 대통령도 자유 시장과 보호주의 정책이라는 상충되는 정책을 함께 제시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다시 미국의 위대한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가?



데이비드 코티 DAVE COTE는 낙관적인 미래를 확신하고 있다. 업계 거물 허니웰 Honeywell의 이 CEO는 미국 경제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급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법인세를 낮추고, 규제를 간소화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 성장 계획이 기업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티는 “대선 이후 수십 명의 대기업, 중소기업 CEO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 대화를 통해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 *역주: 인간의 비경제적인 본성도 경제를 움직이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케인스의 개념 이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강하게 느꼈다. 이전의 태도는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을 것 같으니, 우리도 되는 대로 대충 하자’는 식이었다. 이제 기업들은 ‘상황이 약간 호전되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투자를 늘릴 때’라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베테랑 기업가는 이런 변화가 강력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일종의 스파크가 필요했다”며 “그 스파크는 바로 대선으로 인해 발생한 변화였다”고 설명했다.

포춘 500대 기업 CEO들만이 지난해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의 깜짝 대선 승리로 미국 경제의 출구 전략이 마련 됐다고 보고 있는 건 아니다. 중소기업들의 낙관주의도 살아나고 있다. 전국 독립 기업인 협회(National Federation of Independent Business)는 지난 12월 조사에서 ‘낙관적인 사업 전망을 한 기업가 비율이 전월 12%에서 무려 38% 포인트 증가한 50%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노믹스 Trumponomics에 대한 가장 명확한 신뢰지표는 물론 주식 시장이다. 주식 시장의 가파른 트럼프 랠리 Trump Rally는 신임 대통령의 정책이 기업 수익성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보는 투자자들의 확신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S&P 500 지수는 대선일 이후 8% 이상 상승해 시가총액이 1조 4,000억 달러 증가했다. 제조업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첫 2만 포인트를 돌파하며 계속 상승하고 있다. 해당 지표들은 트럼프가 2월 초 “향후 2~3주 내에 세금 부문에서 획기적인 내용의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후 다시 신고점을 경신했다.


판돈을 키우다 : 작년 11월 8일 이후 펼쳐진 트럼프 랠리는 이미 고가를 형성하고 있던 주가를 더욱 상승시켰다. S&P 500 지수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은 장기 평균값 16배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실현되지 않으면, 주식시장은 급락할 수도 있다.



주가 랠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연간 성장률을 상당 수준 올리겠다는 초기 공약을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를 담고 있다. 공약은 지난 몇 년간 2%에 지나지 않았던 미국의 연간 성장률을 3~4%대로 끌어올린다는 것이었다. 많은 베테랑 경제학자들은 트럼프가 어떻게든 경제를 탈선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규제와 세금을 낮출 수 있다면 공약 이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전설적인 통화정책 전문가이자 한 때 레이건 전 대통령의 고문을 맡았던 앨런 멜처 Allan Meltzer는 “공약 이행 가능성이 확실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 기대대로 잘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매우 잘못될 여지도 많다.

비즈니스 세계의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 다수조차도 그의 정책 핵심요소가 경제를 어둠으로 더 몰아 넣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역에 있다. 트럼프가 지지하는 보호주의 정책은 미국과 교역 상대국 양측을 부유하게 만들어준 지난 수십 년 간의 국경 개방 흐름을 거스를 수도 있다. 이는 잠재적인 세계 무역 전쟁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때 약속한 대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을 이미 무산시켰다.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한이 협정은 일본, 호주, 기타 9개국에 대한 수출 장벽을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수주의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정책 중 세금과 규제 부문은 지지하지만 그의 ‘무역 본능’에 대해선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는 20~45%에 달하는 관세를 앞세워 멕시코와 중국을 위협하고 있다. 이 전략은 대미 수출 1, 2위 국가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적자를 낮추기 위해 이론적으로 설계된 것으로, 큰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현재 아메리칸 액션포럼 American Action Forum *역주: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회장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의회예산처 처장을 지낸 더글러스 홀츠-에이킨 Douglas Holtz-Eakin은 “트럼프의 성공을 위협하는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역 전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이 트럼프의 보호주의 성향만은 아니다. 그의 혹독한 반이민주의 태도는 성장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소다. 농업과 건설 산업의 기반이 되는 노동자 수백 만 명을 몰아내거나 추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글로벌 인재확보 경쟁에서 갖추고 있는 독보적인 입지가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들-미국 연구개발의 원동력이다-에 대한 비자 제한으로 약화 될 수도 있다.

트럼프 경제의 희망과 위험이 바로 이 지점에 섞여 있다. 단순하게 말하면, 미국은 여태껏 자유 시장과 반 성장정책이라는 극단적으로 모순적인 조합이 백악관에서 나온 경우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바꿔 말하면 이토록 이단적이고 예측 불가한 방식으로 일하는 대통령을 처음으로 목도하고 있다.

트럼프의 다혈질 기질과 하루가 멀다 하고 초토화 공격을 퍼붓는 성향은 비관주의를 뒷받침한다. 자칭 협상전문가라는 그는 협력을 이끌어내야 할 세계 지도자들에게도 공격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America First’ 경제계획 중 핵심인 수출 진작을 위해서라도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의 협력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멕시코의 반감을 산 것도 모자라 앙겔라 메르켈 Angela Merkel 총리를 향해 “독일을 망쳐놨다”고 맹비난을 했다. 심지어 우방인 호주의 맬컴 턴불 Malcolm Turnbull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열띤 논쟁을 벌이며 질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몇 주 동안의 혼란 과정에서 일어난 사소한 논란에 지나지 않는다. 트위터를 애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소위 판사라는 작자(so-called judge)’라는 표현을 쓰며 그들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해당 판사는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 논란을 일으킨 트럼프의 이민 행정명령을 중지시킨 바 있다. 트럼프는 판결을 지지한 연방항소법원 판사들도 질타했다. 그는 또 노드스트롬 Nordstrom 백화점까지 겨냥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딸 이방카의 의류 브랜드가 판매 부진으로 백화점에서 퇴출 되자, 그는 ‘딸이 매우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수많은 잡음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터져 나오면서, 경제를 포함한 모든 사안의 실행 리스크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성급하게 진행된 무슬림 입국 금지 조치는 특히 민주당 의원들을 격분시켰다. 이 조치는 초당파적 지지가 필요한 도로, 교량 수리 같은 분야의 법안에서도 타협의 여지를 축소시켰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는 있지만, 트럼프의 어젠다 중 어느 정도가 실제 법안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의 법인세 인하분을 메우려면 아주 복잡한 ‘국경조정세(border adjustment tax, BAT)’ *역주: 미국 기업의 수입품 사용에 대해선 비용공제를 인정하지 않고 수출 때는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제도 통과가 매우 중요하다. 국경조정세에 대해선 공화당 상원 지도부도 아직 지지를 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존 딜레이니 John Delaney 메릴랜드 주 하원의원은 “우리는 대선 이후 기반시설 등에서 공통 분모를 찾으려 했다”며 “그러나 행정부의 언행을 보면서 의원들의 태도가 훨씬 더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범위가 크고 복잡한 조세 및 기반시설 계획에 관한 협상은 신뢰할 만한 상대를 필요로 한다. 상대가 진지하게 임할 것인지 확인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 그리고 그의 대단히 심각한 협박이 허세인지 진지함인지 갈수록 분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 상황이 더 큰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 기업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트럼프의 가까운 친구이자 부동산 투자운용사 콜로니 캐피털 Colony Capital의 회장인 톰 배럭 Tom Barrack은 “상황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불안감도 많아 보인다”며 “향후 전망은 완전히 갈려있다. 한 진영은 아주 멋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는 반면, 반대 진영은 재앙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일부 정책은 이미 그의 핵심 목표를 방해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의 대멕시코 관세 위협은 11월 8일 이후 달러 대비 페소 가치가 10% 하락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자동차 부품부터 가전 제품까지 미국의 모든 대멕시코 수출 품목 가격이 훨씬 높아졌다. 트럼프가 늘리겠다고 약속한 수출을 둔화시킨 것이다.

트럼프의 정책적 모순과 변덕스러운 실행력은 월가 일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게 만들기도 했다. 예컨대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Bridgewater Associates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 Ray Dalio는 대선 직후 링크트인에 올린 에세이에서 트럼프의 정책들을 칭찬한 바있다.

그러나 레이는 1월 말 고객에게 보낸 서한에서 입장을 바꿨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인기영합주의 정책의 부정적 영향이 그의 친 기업주의 정책의 장점을 덮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도 2월 초 고객에게 보낸 편지에서 ‘대선 직후와 비교할 때 부정적인 리스크가 다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위험은 호황인 주식 시장에도 도사리고 있다. 대선 이후 큰 폭의 주가 상승은 이미 높은 주가를 더 올려놓았다. S&P 500의 ‘12개월 후행 주가수익비율(trailing PER)’은 2월 중순 25배로 상승하며, 역사적인 평균값 16배를 훨씬 상회했다. 투자자들이 GDP를 높이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불가능한 것으로 느끼기 시작하면, 주식시장은 대폭락에 극도로 취약해질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은 초반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신임 대통령과 그의 보좌진이 정부 운영에 대한 접근 방식을 가다듬고, 약속한 경제 개혁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길 거라고 섣불리 예상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 우리는 트럼프가 하고 싶다고 말한 것에만 집중할 수 있을 뿐이다.

포춘은 트럼프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과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파악해 해당 정책들이 어떻게 경제를 상승 또는 둔화시킬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10여 명의 경제학자, 정책 전문가, 전직 정부 관료, 비즈니스 리더들을 인터뷰했다.

트럼프는 그 동안 본인이 일으켰던 소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배럭은 “매일 그와 대화를 나눈다. 이 일을 혁명으로 이해하는 그는 온갖 소동이 일어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의회와 유권자들의 어떤 분열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가까운 미래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자유 기업 정책과 보호주의 정책 중 어떤 쪽이 우위를 점할지에 달려있다.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는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다. 그러나 무역 파동은 규제 완화와 조세 감축에 의한 잠재적 이득을 일거에 소멸시킬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을 놓고 의견이 갈려 있는 듯하다. 상무장관 지명자 윌버 로스 Wilbur Ross와 백악관 국가무역회의 보좌관 피터 나바로 Peter Navarro는 보호주의 진영에 속한 인물들이다. 재무장관 스티브 므누신 Steve Mnuchin과 최고 경제 참모인 게리 콘 Gary Cohn(로이드 블랭크파인 Lloyd Blankfein 골드만삭스 CEO의 오랜 2인자)은 자유무역 협정에 지장을 줄까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일자리를 빼앗는 중국과 멕시코의 값싼 수입품으로부터 미국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고 공약했다. 그 공약이 그의 백악관 입성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는 점을 기억하라.


무역 적자 메우기 : 미국은 지난 25년 동안 급성장한 무역에서 혜택을 받아왔다. 해외 시장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미국 시장을 값싼 수입품에 개방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같은 협정들 덕분이었다. 수출이 급성장했지만, 수입은 더 빠르게 증가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보호주의가 등장했고, 트럼프 당선에 도움이 되었다. 미국 무역 적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다. 미국의 대멕시코 무역 적자보다 거의 6배 많은 금액이다.



현재 상황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대규모 무역 협상들을 이 시점에 처리하는 것이 지난한 과정이란 점 또한 명심해야 한다. 트럼프가 향후 2~3분기 내에 성장률을 크게 올릴 수 있다면, 미국의 상황은 훨씬 호전될 것이다. 인건비와 임금이 상승하면 무역 장벽을 쌓아야 할 압박이 줄어든다. 트럼프는 그 때 상대적으로 사소한 수준의 양보를 했다고 자랑하며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 이것이 정책 간에 건전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피터슨 세계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의 경제학자로, 트럼프 무역 정책을 혹독하게 비판해온 게리 후프바우어 Gary Hufbauer는 “트럼프가 일관되게 3~4% GDP 성장을 달성할 수만 있다면 문제될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야심찬 목표를 위해 현실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명확한 친기업 정책을 이행하고, 나머지는 대부분은 버려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경제를 건네 받았다. 2016년 1.6%에 그친 경제성장률은 2009년 중반 대침체의 바닥을 찍은 후 연 평균 2.3% 증가해왔다. 실업률은 현재 4.9%에 불과하다. 지난 7년 간 일자리 1,100만 개가 새로 생겼다. 하지만 거의 같은 수의 취업연령 미국인이 구직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다수의 경제학자는 고용 가능 노동력의 낮은 가용성과 인구 고령화가 이민 감소와 겹치면서 ‘뉴 노멀 new normal’ * 역주: 장기 저성장 국면을 설명하는 새로운 경제질서이 생기는데 일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뉴 노멀’ 탓에 미국의 GDP 성장률이 2%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의 경제팀은 부족한 자본 투자를 장애물로 여긴다. 그들은 오바마가 은행, 에너지, 제조업에게 고비용을 유발하는 수많은 규제를 도입해 기업의 발을 묶어놓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CEO들이 방어적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 위험을 회피하고 현금을 쌓아두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미국의 자본지출(CAPEX·Capital Expenditure) *역주: 미래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지출된 비용은 약화됐다. 건전한 수준의 신규 투자가 미국 성장을 이끌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설투자의 핵심 지표인 민간 비주택 고정투자는 2014년 3분기에 이미 멈춰 섰다. 그 후로 신규 공장, 실험실, 연구 시설에 대한 지출이 연간 0.5%(인플레이션 적용)도 증가하지 못해 GDP의 발목을 잡아왔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가 제 기능을 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충격요법은 선호하고 있다. 그가 예상하는 선순환은 다음과 같다: 세금 정책은 기업들이 신규 투자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준다. 기업들은 이를 통해 다시 지출을 늘린다. 이후 새로운 기계와 기술 혁신이 노동자 생산성을 올린다. 이는 임금과 고용 증대로 연결된다. 동시에 과도한 규제가 완화돼 경제 전반의 시설투자에 다시 활력이 솟아난다.


무역 적자 메우기 : 미국은 지난 25년 동안 급성장한 무역에서 혜택을 받아왔다. 해외 시장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미국 시장을 값싼 수입품에 개방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같은 협정들 덕분이었다. 수출이 급성장했지만, 수입은 더 빠르게 증가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보호주의가 등장했고, 트럼프 당선에 도움이 되었다. 미국 무역 적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다. 미국의 대멕시코 무역 적자보다 거의 6배 많은 금액이다.



트럼프가 시동을 걸고자 하는 계획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자. 그의 3가지 대규모 친 성장 정책은 법인세 개혁, 규제 완화, 기반시설 재구축이다. 우선 세금부터 시작해보자.

트럼프는 법인세를 급진적으로 삭감해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대폭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의 연방 법인세율 35%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다(최소한 명목상으론 그렇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은 실제론 상당한 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 실효세율은 다른 선진국들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세제 개혁은 GDP 상승효과를 거둘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OECD도 다양한 세금 유형 중 과다한 법인세가 가장 성장을 저해한다고 지적해왔다.

이 부분에선 현재 두 가지 안이 경합 중이다. 첫 번째 안은 트럼프가 선거 유세 때 제안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안은 아직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두 번째는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제시한 보다 포괄적인 세제안이다. 둘은 꽤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가 하나 있다: 하원의 세제안에는 복잡하고 논란의 여지가 큰 국경조정세 정책이 들어있다. 국경조정세는 무려 1조 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를 갖고 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두 가지 계획 모두 개인 소득세의 단순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소득세 세율 구간을 7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고, 최고 세율을 33%(현행 39.6%)로 낮춘다는 것이다. 기업과 관련된 부분에선, 하원과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 모두 큰 폭의 법인세 인하를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는 15%의 최고 연방세율을 제안했다. 이는 선진국 중 최저 세율이다. 하원은 20%의 최고 연방세율을 제시하고 있다.

두 계획은 투자 활성화를 겨냥한 또 다른 역사적 친기업 세제 혜택도 제안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기업들은 첫 해에 자본투자금 전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현행법 하에선 해당 투자금을 3~20년 이상에 걸쳐 점진적으로 비용 처리해야 한다. 조세 재단의 경제학자 카일 포멀루 Kyle Pomerleau는 “이 방안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들이 10년에 걸쳐 100만 달러를 감가상각하면,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세제혜택은 사실상 75만 달러에 머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재단은 자유시장을 지지하지만 명목상으론 ‘초당파적’ 싱크 탱크다. 그는 “첫 해에 투자금을 전액 인정 받으면, 기업들은 100만 달러 전액을 공제 받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바로 이런 차이가 신규 공장과 장비의 미래 수익률을 크게 올려준다는 것이다.

두 계획의 중요한 차이점은 국경조정세다. 혁명적이고 새로운 이 세금은 부가가치세와 비슷하다. 부가가치세는 사실상 모든 대미 무역 파트너에 부과된다. 하지만 국경조정세는 매우 다른 성격을 가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를까? 부가가치세는 기본적으로 재화나 서비스 가격에 붙는 판매세다. 국경조정세는 더 복잡하다. 국경조정세는 수입업체에 세금을 부과하고, 수출 업체에겐 큰 혜택을 준다. 국경조정세는 그런 식으로 법인소득세를 올리기도 낮추기도 한다. 현재 수입업체들은 이익의 35%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국경조정세가 적용되면, 새로운 세율(20%로 가정하자)은 총 매출 기준으로 적용된다. 일본제 휴대폰이나 프랑스 향수를 판매하는 미국 수입업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익 마진이 20%인 3만 달러짜리 자동차 한 대 당 세금이 2,100달러에서 6,000달러로 두 배 이상 뛰게 된다.

이와 반대로 미국 수출업체는 해외 판매 상품으로 올린 매출 전액에 대해 추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독일이나 일본에서 올린 이익에 대해 35%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대신, 큰 금액의 세금을 환급 받을 수 있다. 국경조정세 옹호자들은 이 같이 될 경우 달러 강세가 가속화돼 수입품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 결과 다른 국가들은 현재와 동일한 양의 제품을 미국에서 판매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달러 강세로 인한 수출 부진은 큰 폭의 세금 환급으로 정확히 상쇄할 수 있다. 해외 판매 또한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하원은 국경조정세를 일명 ‘속지주의(territorial)’ 과세체계와 함께 묶어놓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전세계 어느 곳에서 벌어 들이든 소득 전액에 대해 35% 세금을 납부한다. 반면 다른 대부분의 주요 국가는 자국 내에서 올린 이익에 대해서만 국내세를 부과한다. 가령 프랑스 제약회사의 아일랜드 자회사는 아일랜드에서 판매한 상품에 대해서만 아일랜드 정부에 세금을 낸다. 하원의 계획은 글로벌 표준인 속지주의 과세 체계를 도입해 미국을 예외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것이다.

국경조정세와 속지주의 과세의 결합은 유의미한 장점들을 갖고 있다. 미국 기업 입장에선 악명 높은 ‘국적세탁(inversion)’을 통해 세부담이 적은 국가로 본사를 이전할 이유가 없어진다. 수입 매출이 전액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에, 수입업체들도 미국으로 들여오는 제품의 ‘비용’을 부풀리기 위해 더 이상 가격 조작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는 이익을 줄이는 방식으로 미국 내 납세액을 낮추는 흔히 사용되던 수법이다. 미국 기업들이 현금 축적분을 해외자회사로 빼돌릴 이유도 없어진다(본국으로 송환되지 않은 기업 이익은 현재 2조 5,0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국경조정세는 미국에서 단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는 세금징수 체계다. 이렇게 복잡하고 새로운 체계의 도입은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트럼프 스스로도 이 사안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는 지난 1월 말 국경조정세가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말했다가, 2주 뒤에는 지지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월마트, 타깃, 라이트 에이드 Rite Aid 같은 대형 소매업체들은 국경조정세를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달러 가치가 중국산 의류 및 가구에 과세되는 세금을 상쇄할 만큼 충분히 오를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원 금융위원회(Senate Finance Committee)와 미첼 매코넬 Mitch McConnell 원내총무도 국경조정세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

국경조정세의 입법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트럼프 세금 개혁의 두 가지 핵심 중 하나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개혁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즉각적인 시설투자 지출과 법인세 인하 두 안건 모두를 축소할 가능성도 크다. 이론상으로 국경조정세는 관련 지표들이 계획대로 돌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규제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은 두 가지 주요한 측면을 갖고 있다: 그는 건강보험개혁법안(오바마케어)을 폐지하고 교체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에서 에너지 생산, 은행, 제조업의 손발을 묶어 비용을 발생시키는 관료주의도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했다. 오바마케어에 대한 이 같은 공약은 트럼프 정책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규제보다 시장을 선호하는 건 이론상으론 건전한 정책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언제 제안을 내놓을 것인지, 또 구체적으로 무엇을 제안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은 환자와 의료 기관 모두에게 엄청난 불확실성으로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와 폴 라이언 Paul Ryan 하원의장 모두 건강보험 개혁법안을 대체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과 행정부는 특정 계획에 대해 합의를 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개혁법안을 대체할 법안을 언제까지 도입할 것인지도 마찬가지다. 오바마케어로 보험 혜택을 받아온 2,000만 명이 앞으로도 보험 적용을 받는데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이 지켜질 것인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카이저 가족재단(Kaiser Family Foundation)의 고위 관리 래리 레빗 Larry Levitt도 “트럼프가 오바마케어를 안정화시킬 것인지, 아니면 건강 보험 의무가입을 폐지하거나 보험업체의 손실 부담금을 줄여 오바마케어를 없애 버릴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로선 안정화 시나리오가 더 가능성이 높다. 실제 행정부도 건강보험개혁법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보험 대상자 풀에서 건강한 사람과 질병이 있는 사람의 균형을 더욱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해 새 규제들을 도입하고 있다. 보험 가입기간을 제한해 오바마 케어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많은 환자들이 중병에 걸렸을 때에만 보험에 가입했다가 회복하는 순간 보험 커버리지를 줄이는 등 시스템을 악용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들은 트럼프케어가 실행될 경우 업계가 받을 타격에 대해 긴장하는 모습이다. 미국 병원들은 의료보험개혁법안에 따라 메디케어 Medicare *역주: 미국 노인 의료 보험 제도 와 메디케이드 Medicaid *역주: 미국 저소득층 의료 보장 제도 기반 노인 및 저소득층 지원금 대폭 삭감을 이미 동의한 상황이다. 보장 범위 확대로 유료 환자들이 증가하고 무료 진료가 줄어드는 데 따른 대가였다. 이 법안 덕분에 병원의 재무상황이 크게 호전됐다. 하지만 미국 병원들은 오바마케어가 폐지되고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급여가 종전 수준으로 제공되지 않을 경우, 상당한 손실을 겪을 수도 있다. 업계 추산 손실액은 무려 2,000억 달러에 이른다.

트럼프는 건강보험개혁법안 외에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규제를 풀기 시작했다. 그 부문은 방대하고 다양하다. 연방정부의 관료적 형식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비용에 대한 평가치는 매우 다양하다. 미국예산관리국(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은 연간 2,500억 달러, 기업경쟁연구소(Competitive Enterprise Institute)는 1조 8,000억달러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수치의 진위 여부를 떠나, 오바마 재임 시절 새로운 규제의 규모와 부담은 급증했다. 오바마는 2009~2016년 약 300개의 규제를 실행했고, 이로 인해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발생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120가지 규제 시행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트럼프는 기존 연방 규제의 75%를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실제 이 약속을 지키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미 법으로 제정된 규제를 철폐하려면 수 년 간의 공청회와 소송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규제 철폐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트럼프는 1월 30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앞으로 행정부처나 부서가 규제를 1개 신설할 때마다 기존 규제 2개를 철폐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규제 신설 및 철폐 때문에 해당 부처의 총 규제 비용이 발생해서도 안 된다. 이 조치는 미국예산관리국이 관할하고 있다. 트럼프는 제출은 됐지만 실행되지 않은 2,596개 규제에 대해서도 일시 중지 조치를 단행했다.

기반시설 재구축은 트럼프와 민주당 의원들이 서로 협조해야 할 주요 사안이다. 하지만 양 측은 상당히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자금 마련 부분에서 특히 그렇다. 트럼프는 유세 기간 동안 5,500억 달러의 연방 지출을 촉구했지만, 새 행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연방 지출의 대부분을 민관 협력에 써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로스와 나바로는 선거공약집에서 기업들이 인프라 프로젝트에 최대 1,870억 달러 자본을 투자할 경우, 87%에 달하는 세금 우대 조치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이 아이디어는 민관 협력을 통해 조성된 자본을 1조 달러 규모의 신규 기반시설 지출에 활용하고, 전체 비용은 신규 창출 일자리에서 발생하는 급여소득세와 계약업체들의 수익으로 충당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러나 로스-나바로 계획은 실제로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미국 다수의 도로 및 교량은 통행 요금이나 기타 매출원이 없다. 그나마 수익원이 있는 경우도 대부분 정부 소유다. 파이프 라인이나 민간 상수도 시설 정도가 민간 협력으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분야다. 허물어져 가는 고속도로, 통근 철도, 노후 전력망 처럼 정작 자금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부문에선 파트너십이 작동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기반시설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주장하는 ‘미국의 미래 건설(Building America‘s Future)’ 회장 마샤 헤일 Marcia Hale도 “대부분의 사업은 직접적인 공공 재정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민관 협력 개념은 뉴욕 상원원내대표 척 슈머 Chuck Schumer의 새 제안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슈머는 교량과 학교, 참전군인병원 프로젝트에 대해 민간 투자는 극히 일부로 제한하고, 연방 재원 1조 달러를 지출하길 원하고 있다. 그의 상대인 매코넬 원내총무는 슈머의 제안에 대해 비용이 지나치게 발생한다며 맹비난을 했다.

딜레이니 하원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타협 가능한 절충안이라 할 수 있다. 이 법안은 송환된 해외 이익을 활용해 지출 이슈를 해결하는 방안이다. 공화당 하원과 트럼프의 조세 계획안 모두 해외에 쌓아둔 기업들의 이익 약 2조 5,000억 달러 전부를 자국으로 송환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딜레이니는 여기서 발생하는 1,700억 달러 수익금을 주정부, 지방자치단체, 연방기관을 위한 보조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종자돈을 매칭펀드와 채권발행을 통해 불린 후, 신규 및 보수 사업에 드는 1조 달러 재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폭넓은 초당파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와 매코넬이 딜레이니의 법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그들이 이 법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기반시설 분야는 교착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에 대한 입장만큼이나, 트럼프의 수사법(rhetoric) 혹은 행동도 미국을 양극화로 몰아 넣고 있다. 이민에 관한 그의 견해는 미국 근로자들의 상층부와 하층부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언론에 유출된 두 건의 행정 명령 초안은 이민을 크게 제한하는 두 가지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첫 번째는 ‘메디케이드나 아동건강보험 등 공공복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민자는 미국에 입국할 수 없다’는 규정을 국토안보부가 발표하도록 명령하는 것이다. 이 규정은 공무원들에게 합법적 이민자의 유입을 줄일 수 있는 막강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합법 이민자 수가 연간 100만 명 정도로 이미 낮은 수준이 어서 이 조치는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 지난해 미국정책재단(National Foundation for American Policy)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10억 달러 이상 가치를 지닌 미국 신생기업 중 51%는 해외 출신 기업가들이 설립했다. 두 번째 조항은 인재를 유인할 수 있는 기술업계 최고의 원천 중 하나를 제한할 수 있다. 바로 H-1B 비자 프로그램으로, ‘전문 직업군(대개 컴퓨터와 엔지니어링)’에 속한 외국인들이 임시적으로 미국에 근무할 수 있도록 허가 해주는 제도이다. 실리콘밸리가 이민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을 경멸하는 이유다.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 등 100개 이상의 기업이 이슬람권 7개국 이민자에 대한 트럼프의 금지 조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그를 제소한 바 있다.

H-1B 지원자들은 현재 추첨으로 선발되고 있다. 선발 인원 수는 연간 약 8만 5,000명으로 제한된다. 트럼프의 새 정책들이 허용 인원 수를 줄일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하지만 행정 명령 초안은 미국의 정책이 ‘미국인 근로자의 보호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초당파적 지지를 받는 하원의 새 법안은 기업이 H-1B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최저 연봉을 기존 6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인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고숙련 이민자들이 미국인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계됐다. 트럼프 행정부도 마찬가지로 반 H-1B 기조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 하에서 경제에 대한 가장 위협적인 협박은 무역 정책이라 할 수 있다. 피터슨 경제연구소의 후프바우어 Hufbauer는 “높은 관세 부과가 미국 내 재화 및 서비스 구매액을 5조 달러 줄이고, 미국이 전세계에 판매하는 재화 및 서비스 판매액도 5% 감소시킬 것”이라며 “그 결과 GDP가 1%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는 교역이 초반에 위축세를 보이다가, 결국엔 무역전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이 즉각 보복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다국적 기업들은 기존에 개방됐던 국경이 관세 때문에 언제든 폐쇄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아야 한다. 보호주의 확산은 자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후프바우어는 “높은 관세와 보호주의의 결합은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유 무역 확산으로 많은 혜택을 누려왔다. 일례로, 미국의 대멕시코 상품 수출은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259% 증가해(인플레이션 적용) 2016년 2,310억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멕시코의 대미 수출은 345% 상승해 미국은 630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보았다. 하지만 이 적자는 주로 미국의 멕시코산 원유 및 석유 제품 수입으로 발생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무역격차(대중국 무역 격차는 대멕시코보다 크다)을 미국에 피해를 줄까? 경제적 관점에선 오히려 그 반대다. 하버드 대학 경제학자 로버트 로런스 Robert Lawrence는 “수입을 해오는 게 더 저렴한데도 자국에서 생산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미국은 중국산 옷을 수입하는 대신 중국으로 항공기를 수출함으로써 생활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이에 동의한다. 수입품 때문에 제조업 근로자가 일자리를 빼앗기는 당장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경제 전반에는 이롭다는 것이다. 저가 상품 덕분에 다른 곳에서 소비자들의 여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자유 무역은 자본이 고숙련, 고임금, 고부가가치 분야로 흘러 들어가게 유도한다. 미국은 해당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예컨대 북미자유무역협정은 북미를 단일 시장으로 만들었다. 아주 효율적인 공급망이 형성됐고, 제조업체들은 캐나다, 멕시코, 미국 중 비용이 가장 낮은 국가를 선택해 부품 생산과 자동차 조립을 할 수 있었다. 포드와 GM도 이 시스템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이슈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해왔다. 나바로와 로스의 발언에 따르면, 초반 전략은 다자 협상을 기피하는 것이다. 대신 일본, 영국, 캐나다, 멕시코 등 여러 국가와 일대일 협상을 벌인다는 것이다. 초기 공세는 수입 제한이 아니라, 무역국들이 미국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라고 요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관세 위협은 이에 추진력을 더해 줄 것이다. 이 전략은 무려 3,500억 달러에 이르는 대미 무역 흑자를 누리는 중국을 상대로 일정 수준의 성공을 거둘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난제가 협상 단계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시장에 대한 더 많은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미국은 항공, 임업, 설탕 등 다수의 산업 분야에서 자국 시장을 보호하고 있다. 공공 사업도 대부분 미국업체에게 수주를 제공하고 있다. 후프바우어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그 동안의 무역 협정으로 ‘벌거숭이’가 된 미국에는 이제 더 이상 줄 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프바우어와 로런스 같은 전문가는 그런 일방적인 태도로는 유의미한 양보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트럼프가 관세라는 칼을 실제로 휘두를지는 미지수다.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미국 경제는 가속 페달이 아니라 브레이크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전면적인 보호주의의 전개는 수입과 수출을 모두 축소시킬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중국산 상품에 35% 혹은 4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세계 경제가 훨씬 더 불안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위안화를 묻어둘 안전한 장소를 찾을 것이다. 현재 가장 안전한 통화는 미국 달러다. 안전함의 추구는 아이러니하게도 달러 가치를 더욱 상승시킬 것이다. 이는 미국의 수출 비용 증가와수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이제 가장 정신이 바짝 들게 할 소식을 살펴보자. 미국이 무역 적자에서 탈출한다고 치자. 하지만 트럼프의 성장 정책은 모든 장점을 고려해봐도 단기용에 불과하다. 앞으로 국가 부채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미국은 기껏해야 수년간 반짝 성장할 것이다. 그 후 미국은 중세 지도제작자가 ‘위험지대(Here Lie Dragons)’ *역주: 중세지도에서 위험한 미지의 땅을 지칭할 때 넣은 문구. 용들이 있다는 의미로, 아시아 동쪽 해안을 가리킨다 라고 이름을 붙일 만한 영토로 향하게 될 것이다.

의회예산청은 최근 예측 자료에서 ‘2027년까지 부채 이자만 세 배 증가해 7,68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금액은 미국이 8달러를 지출할 때마다 1달러의 이자를 내는 것과 같다. 이마저도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10년 내에 3.6%에 그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기초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간 적자와 부채 급증이 이어지면, 현재 8조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외국인들이 국채를 매도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금리는 높아지고 트럼프식 경제회복 여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장기 부채 해결 계획을 제시하지 않는 쪽을 선택해왔다. 그가 보기에 최우선순위는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부채 완화는 그렇게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런 태도는 사안의 범위를 고려했을 때 위험할 뿐만 아니라 오래 지속될 수도 없다. 당장의 문제는 트럼프 스스로가 제안한 조세 감면 분을 어떤 방식으로 충당할 것인지 계획을 내놓는 것이다. 미국이 국경조정세를 제정하고, 해외 자금을 송환해 얻은 수익으로 기반시설 비용을 충당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로 인해 향후 추가 되는 적자가 현재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라면 그나마 괜찮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부양정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19년 5,000억 달러의 빚을 더 지게 된다면, 재정적자는 빠르게 늘어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다. 이는 GDP의 무려 5%에 달하는 금액이다.

트럼프노믹스에 대해 낙관적인 허니웰의 코티조차도 대통령이 적자에 무관심 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코티는 “현재 상태 그대로 계속 나아갈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0년 심프슨-볼스 위원회(Simpson-Bowles Commission) * 역주: 정부 재정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설립된 위원회 에서 재정 개혁에 힘쓴 바 있다. 코티는 “이대로는 방법이 없다. 수 마일 앞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화물 열차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 손을 놓고 가만히 있다면 그건 창피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매업체 및 연방 판사들과의 싸움을 갑자기 멈추고, 그 대신 부채 감소 계획에 착수한다면, 그것이 가장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다.



세 명의 경제현인? :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왼쪽에서부터) 재무부 장관 스티브 므누신, 최고 경제 참모 게리 콘, 상무장관 지명자 윌버 로스가 이끌어 나갈 것이다.





3가지 주요 경제 정책에 관한 Q&A


1. 트럼프는 국경조정세를 도입할까?

공화당이 내놓은 조세개혁 법안은 ‘국경조정세’라 불리는 복잡하고 새로운 징수제도를 요구하고있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정부는 법인세 인하를 상쇄하는 1조 달러를 거둬들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소매 기업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 인프라 건설 활성화를 위한 올바른 재정 지원 방법은?

트럼프는 민관 협력 사업을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민관 협력은 다수의 프로젝트에서 현실적인 방안이 되지 못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1조 달러의 연방 공공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그럴듯한 절충 방안도 있다: 미국 기업들이 해외로 빼돌린 이익을 송환하는 것이다. 이 세수를 활용하면 투자가 절실한 분야에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

3. 트럼프는 정말 무역 전쟁을 벌이려는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중국 같은 나라가 대미 수출 장벽을 낮추지 않을 경우, 해당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협박을 했다. 하지만 전면적인 보호주의 전개는 달러화 가치 상승, 수출 감소, 성장 저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SHAWN TRULLY, ILLUSTRATION BY MIKE MCQU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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