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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천 주금공 사장 "식사 메뉴 통일하자는 조직문화로는 혁신 불가"

[서경이 만난 사람]

대화·소통 많을수록 좋은 아이디어 나와

의견발표땐 포상 등 '오지랖 넓히기' 독려

“직원들과 중국집에 점심을 먹으러 가서 ‘뭐 먹을래’라고 물으면 ‘짜장면’이라고 통일해 말합니다. 각자가 먹고 싶은 것이 있을 텐데 말이죠. 주위 눈치 때문에 한 가지 메뉴로 통일하게 되는 이런 조직문화로는 어떤 혁신도 이뤄낼 수 없습니다.”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취임 이후 조직문화의 변화에 공을 들여왔다.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새로운 아이디어도 쑥쑥 나오고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특히 조직문화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4차 산업혁명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목도하면서다. 그는 식사 자리에서 흔히 보이는 주문 풍경을 빗대 주택금융공사, 나아가 상하관계가 명확한 국내 조직의 문화를 되돌아볼 때라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금융기관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말을 잘 하지 않는데 더 많은 대화와 소통이 있을수록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며 “계속해서 다르게 생각하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사장은 주택금융공사 부사장으로 있을 때부터 직원들을 쭉 봐왔는데 의외로 말수가 적더라는 것이다. 너무 분위기가 점잖아서 김 사장은 취임과 함께 사내 게시판에 댓글을 많이 달거나 각종 회의석상에서 말을 많이 하는 직원들에게 마일리지를 주는 제도를 도입하고 여러 부서의 일에 관심을 갖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오지랖 넓히기’ 운동을 독려했다. 말을 많이 하는 직원에게 마일리지를 주고 일정 이상의 마일리지가 쌓이면 포상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김 사장은 “젊은 직원들이 다른 부서 일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며 “다른 부서의 사정을 옆 부서에서 조금씩은 공유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오지랖도 넓혀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를 시행한 후 직원들과 대화해보면 과거보다 한결 편안한 분위기에서 많은 대화를 주고받는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김 사장은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후츠파는 이스라엘 말로 뻔뻔함·담대함이라는 뜻으로 이스라엘 특유의 탈권위와 도전정신을 말한다. 김 사장은 “아버지의 말씀이나 교수님의 강의라 해도 내 생각과 다르다면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후츠파”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이어 “한국의 학부모는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무엇을 배웠니’라고 질문하지만 이스라엘 부모들은 ‘질문을 몇 개 했는지’를 물어본다”며 “부모들의 이런 사고가 자녀의 후츠파 정신을 길러주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인구의 0.25%에 불과한 유태인이 세계 노벨상 수상자의 22%를 차지하는 바탕에 후츠파 정신이 있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직원들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 윗사람들은 불편할 수 있다”며 “그러나 윗사람이 정색을 하면 조직 내 후츠파 정신은 뿌리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구성원이 비판적인 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조직의 문화가 바뀔 수 있다”며 인상 좋게 웃어 보였다. 이 밖에도 김 사장은 젊은 직원이 속한 ‘청년이사회’ 등도 도입하는 등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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