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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 "백있는 의사·변호사는 손 못대고 힘없는 서민들 돈만 뜯어 내려고..."

■칼국숫집 할머니가 바라본 세금

고소득 자영업자 탈세 관행에

국민 대다수 뿌리깊은 박탈감

과세망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

납세 관련 부정적 인식 바꿔야

“정부를 어떻게 믿어. 의사·변호사같이 돈 많고 백 있는 사람들한테는 세금 제대로 못 거두면서 나한테는 왜 꼬박꼬박 세금 내라고 해. 그게 말이 돼? 세금 못 줘. 나한테 받으려면 먼저 넥타이 맨 사람들부터 세금 내라고 해.” 경기 김포시 아파트 단지 부근에서 국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장모(74) 할머니는 세금 얘기가 나오자 전문직 고소득자들을 지적하면서 화부터 냈다. 정부는 힘없는 서민에게만 돈을 뜯어내려는 존재이고 따라서 자신도 세금을 최대한 적게 내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장사가 잘되는 것도 걱정이다. 이 추세대로 간다면 내년에는 간이과세 대상자에서 제외되고 이럴 경우 매출을 축소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어떻게든 내년 매상을 4,800만원 미만으로 맞출 거야. 세금 더 내면 안 되잖아.”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장 할머니만은 아닌 듯하다. 실제로 세금과 관련된 국민들의 인식은 시간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실시한 국민 납세인식 조사에서 ‘세금을 가능한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는 응답은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24.6%였지만 2015년에는 42.7%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 내고 싶지 않다’는 의견도 6.2%에서 10.2%로 늘었다. 반면 부정직한 세금 납부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의견은 19.2%에서 28.1%로 급등했다. 또 ‘경제적 능력이 높은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긍정 답변이 17.6%에 그친 반면 부정적 응답은 82.1%나 됐다. 결론적으로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징수와 탈세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안 되니 자신도 세금을 내기 싫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금에 대한 인식이 이토록 부정적이다 보니 현금 매출 신고액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세청에 따르면 현금영수증 가맹점 수는 270만곳에서 290만곳으로 20만개 늘어났지만 발급 건수는 52억2,000만건에서 50억4,000만건으로 3.5%(1억8,000만건)가량 줄었다. 특히 5만원 미만 현금영수증 발급 건수는 2013년 49억6,800만건에서 2015년 47억5,800만건으로 2억1,000만건가량 줄었다.



전문가들은 영세 자영업자의 탈세를 줄이려면 제도 개선 외에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명호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국민들의 자발적인 납세 순응도가 악화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하며 “과세망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해 비자발적 납세 순응을 강제함과 동시에 납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탐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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