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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8,500만원 매출 식당, 현금 빼니 4,500만원...세금 '502만원'→'0'

종로 금은방 36곳중 현금-카드값 같은 가게 한곳도 없어

'현금 결제하면 주차비 지원' 버젓이 간판 내건 음식점도

"세금 탈루 만성화...근로소득자 조세저항 갈수록 커져"





“성형수술 비용은 카드와 현금 결제가 동일합니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고객을 가장해 서울 강남의 한 남성전용 성형외과에 전화문의를 했을 때의 대답은 분명 이러했다. 하지만 실제 그런지 사실확인이 필요했다. 상담날짜를 정하고 이튿날 압구정역 인근 병원을 직접 방문했다. 남성 모발이식과 관련 수술비가 얼마나 나올지를 물어보니 전화문의 때와는 전혀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정상 가격은 550만원이지만 현금을 내면 부가가치세 50만원은 물론 수술비도 20만원 할인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병원장은 방송 등에도 수차례 출연하는 등 꽤 이름이 알려진 의사였지만 카드 대신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것은 다른 여타 성형외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상담실장에게 “카드로 결제했을 때와 현금을 냈을 때의 차이가 왜 나는지 물어봤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카드로 결제하면 소비자는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10%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나 물건을 사면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데도 마치 할인을 해주는 것처럼 포장해 소비자 역시 탈세의 공범으로 끌어들이는 셈이다.

그는 “다른 병원들도 같은 형태로 영업하고 있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실제로 그런지 확인해봤다. 같은 지역에 있는 성형외과 10곳에 카드와 현금으로 결제했을 때 가격이 같은지 물었다. 그러자 7곳에서 200만~300만원가량 드는 여성의 코 수술 시 현금으로 결제하면 10만~30만원을 깎아주겠다는 제안이 있었다.

병원만 현금을 선호한 게 아니다. 귀금속 상점은 정도가 더 심했다. 종로3가역 인근 귀금속 상가를 찾아가 순금 5돈에 해당하는 금팔찌를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처음 얘기했을 때 가격은 92만~98만원가량. 하지만 카드로 결제하고 싶다고 하자 금액이 껑충 뛰었다. 귀금속 상가 직원은 “카드로 결제하면 금 한 돈당 4만원이 추가돼 20만원을 더 내야 한다”며 “순금은 마진이 워낙 적어 종로 귀금속 상가들은 현금으로만 받는다”고 말했다. 이익이 적으니 탈세를 할 수 있도록 고객이 협조해야 한다는 투다. 이곳에서 15m가량 떨어진 다른 귀금속 상가를 방문했을 때도 “현금으로 결제하면 95만원, 카드로 결제하면 120만원을 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처럼 취재진이 종로3~4가 귀금속 상점 36곳을 방문한 결과 현금과 카드 가격이 같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현금 대신 주차비를 지원해주는 편법도 등장했다. TV 프로그램에 소개돼 유명해진 전주 한옥마을 인근 식당 내부 벽에는 큼지막한 안내판이 걸려 있다. ‘2만원 이상 시 주차비 2,000원 지원, 현금결제(영수증 미발행) 고객에 한함.’

과세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자영업자는 비단 병원과 귀금속·식당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중고 판매점, 카페, 동네 철물점, 심지어 온라인 상점에서도 현금 할인 또는 카드 할증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20년 넘게 일식집을 운영한 주인은 “현금으로 결제한 금액의 70% 이상은 소득으로 신고하지 않는 게 음식점들의 불문율”이라며 “연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 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규모의 음식점이 아닌 이상 현금 결제액은 대다수 매출에서 누락시킨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자영업자의 탈루액은 과연 얼마나 될까. 부가가치세의 경우 서울 외곽에 있는 한 칼국수 가게의 매출장부를 보면 어렴풋이 추정할 수 있다. 이 가게의 지난해 한 달 평균 매출은 약 700만원, 연간으로 치면 8,500만원 정도 된다. 2015년에도 이 정도 수준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반과세자가 돼야 마땅하다. 이 경우 이 가게의 부가가치세율은 10%로 매출세액이 772만원이다. 여기서 식자재비와 신용카드 발행공제 등을 포함한 각종 공제세액을 빼고 나면 세금을 502만원가량 내야 한다. 하지만 이 식당이 신고한 매출액은 4,500만원이 채 안 돼 간이과세자로 분류됐다. 현금 매출액을 모두 뺐기 때문이다. 간이과세자의 부가가치세율은 1%. 따라서 매출세액은 45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공제세액을 빼고 나면 세금으로는 단 한 푼도 내지 않는다. 현금 매출을 누락한 덕에 502만원의 세금을 고스란히 빼돌릴 수 있었다.

자영업자들의 이 같은 소득 탈루는 유리지갑인 봉급생활자들에게 불만일 수밖에 없다. 직장인들의 근로소득 파악률이 93.4%에 달하는 반면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은 72.8%에 그쳤다는 추정도 샐러리맨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조건이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가 만성화되면 근로소득자의 조세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증세가 이뤄지려면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는 정책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탐사기획팀 안의식 선임기자 겸 팀장 송영규 선임기자 강동효·서일범기자 miracl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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