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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채용비결 보면 '고용 정책' 해법 보인다

●정규직 매년 수백명씩 늘어, 왜?

규제 개혁→신사업 진출→성장→고용 성공 사례

1%룰 적용…인턴 승무원 年 200명 이상 정규직으로

업계 "무조건적 전환보다 성과 바탕 제도 개혁을"





“제가 지난해 제주항공에 입사했는데 이미 제 밑으로 후배가 200명이 넘습니다. 매년 후배가 200~300명씩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죠. 모두 정규직입니다. 올해도 300명 가까이 후배가 늘 것 같아요.”

애경그룹 계열 제주항공에 지난해 경력직원으로 입사한 사무직 A씨는 제주항공의 채용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단순한 너스레가 아니다. 실제로 제주항공의 정규직 숫자는 3년 연속 20~30%씩 급증하고 있다. 매출 7,000억원 전후의 제주항공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적극적 규제 개혁, 기업 지원이 곧 일자리=29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지난해 기준 정규직 직원 수는 총 1,827명으로 1년 전(1,381명)보다 32.2% 증가했다. 인원으로 따지면 446명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2014년 정규직 채용을 24.2% 늘렸고 2015년에는 36.8% 확대했다. 매년 정규직을 크게 늘리다 보니 정규직 수는 2013년 대비 3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역시 300~500명가량 정규직 직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05년부터 저비용항공(LCC) 사업 모델로 항공업에 진출했던 애경그룹의 사정은 처음에는 여의치 않았다. 법인 설립 후 6년 연속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2009년 영업손실은 250억원을 넘었다. 기존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강 체계를 뚫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이어가야 했다.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경험이 없는 항공 시장을 너무 쉽게 본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하지만 2011~2012년 판도가 180도 달라졌다. ‘LCC=불안하다’는 인식이 옅어지고 ‘저비용 항공사’는 ‘합리적 가격의 항공사’라는 평가가 퍼지면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양대 항공사가 쥐고 있던 시장이 열리면서 제주항공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2013년 13대에 불과했던 항공기는 지난해 26대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항공 업계에서는 항공기 1대를 도입하면 조종사·승무원·정비인력 등 약 50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생기는 것으로 본다. 늘어나는 인원에 맞춰 스태프 숫자도 확대됐다. 올해는 6대의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해 총 32대를 운용할 계획이다. 자연스레 고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7,000억원, 2020년 1조5,000억원으로 매출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용 규모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보인다.

재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사례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기준에 따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를 개혁하고 이에 기업이 응답해 투자에 나서면서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한 재계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항공 시장 개혁 없이 기존 항공사에 고용을 강요했다면 제주항공처럼 적극적으로 많은 고용이 창출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기업이 신사업에 과감히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이 바탕이 돼야 일자리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 받는 제주항공 채용 ‘1% 룰’=제주항공의 승무원 채용 프로그램도 주목 받고 있다. 항공사들은 보통 승무원을 고용할 때 2년의 인턴 기간을 둔다. 고객 안전 및 항공 운항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업무인 만큼 숙련 인원으로 양성한 후 실전에 배치하기 위해서다. 제주항공은 단순히 2년을 채웠다고 해서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는다. 당근과 채찍을 합친 ‘1%룰’을 운영하고 있다. 인턴 2년 동안 연도별로 업무 성과를 평가해 전체 인원의 1% 내외는 1년 만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일종의 당근을 주는 것이다. 또 인턴 기간 2년을 다 채운 인원 중 하위 1% 내외는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는다. 긴장을 불어넣고 성과 중심으로 업무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전체 정규직으로 고용한 446명 중 승무원 200명 정도를 이런 방식으로 채용했다. 올 상반기에도 140명 이상의 승무원을 이렇게 고용한다. 최근 3년 새 약 700명 가까이가 이런 방식을 통해 입사했다. 업계에서는 정규직에 대한 개혁 없이 무조건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보다 업무 역량 중심의 평가 제도를 바탕으로 한 신규 채용 제도를 확대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자고 제안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도 성장 시대 일자리 걱정이 없던 때 만들어진 노동법은 지금 현실과는 맞지 않다”며 “정규직에 대한 평가나 성과를 반영할 수 있는 정규직 개혁 제도가 바탕이 돼야 신규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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