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금리 경쟁력 앞세워 3040 고객 유치 성공 4차 산업혁명 시대 ‘금융혁신’ 신호탄 쐈다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초기 성적표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케이뱅크 영역별 주주 관계도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한 지 한 달 여가 지났다. 기대 속에 출범한 케이뱅크는 초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케이뱅크의 안착은 향후 출범 예정인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나아가 전체 시장의 성패를 가늠하는 주요한 잣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을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부상시킬 수 있을까?


“케이뱅크의 초반 흐름은 전체 금융권이 긴장해야 할 정도로 위협적입니다. 확실히 기존 시중은행의 비대면 계좌 개설보다 쉽고 편리하네요. 그럼에도 케이뱅크의 파급력이 제1 금융권의 판도를 흔들만한 수준이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난 은행권 관계자들은 케이뱅크의 초반 흐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듯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들은 모두 케이뱅크, 나아가 인터넷전문은행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 전망하고 있었다. 새로운 시도에 반짝 주목은 받겠지만 결국엔 기존 은행권의 아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렇게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한 지 한 달여가 흘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케이뱅크는 모바일에 능숙한 직장인들의 관심 속에 기존 은행권을 위협할 만한 수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케이뱅크 출범식에서 “올해 말까지 수신(예금 및 적금) 5,000억 원, 여신(대출) 4,00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불과 출범 2주 만에 수신은 목표의 46%, 여신은 32.5%를 달성했다. 간편한 가입절차와 초기 관심을 등에 업고 가입자 2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가히 ‘파죽지세’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3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케이뱅크 출범식에 참석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 배경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모든 업무가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형태의 은행을 의미한다. 인터넷이라는 단어에서 직감할 수 있듯이 IT기술과 금융의 결합인 ‘핀테크’ 서비스 중 하나다. 우선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이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영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정부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서민 가계대출 문제입니다. 고금리로 인해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면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죠. 이런 과정에서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 카드에 주목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비용절감을 통해 중·저금리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이니까요. 정부가 골칫거리를 해결해줄 돌파구로 인터넷전문은행을 받아들인 이유죠. 인터넷전문 은행 출범 준비가 본격화된 2015년 하반기에는 제2 금융권에서 20% 이상의 고금리로 대출을 이용 중인 중신용자(신용등급 4~7등급)들의 신용대출 금액이 무려 60조 원에 육박하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이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중·저금리로 상품을 갈아탈 경우, 약 2조 원의 이자경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어요. 중·저금리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이 절실했던 거죠.” 결국 치열한 경쟁 끝에 KT가 주축이 된 ‘케이뱅크’와 카카오가 중심이 된 ‘카카오뱅크’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미국과 유럽 등 일부 금융 선진국가에선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공개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시행안은 해외 운영 방식과 다소 다른 점이 있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일종의 오프라인 창구를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창구는 기존 은행 영업점과 유사한 형태가 아니었다. 기존 은행처럼 직원이 근무하지 않고, 모든 업무가 곳곳에 설치된 자동화입출금기기(ATM)을 통해 이뤄지는 방식이었다.

케이뱅크컨소시엄은 현재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와 우리은행에 설치된 ATM에서 입출금, 이체, 계좌개설 등 업무를 볼 수 있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을 일정 부분 받아드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스마트폰으로 금융 업무를 보는데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층을 위해 오프라인 지점이 필요했다”며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과 연계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경쟁력·편의성 앞세워 3040 공략하다

케이뱅크의 가장 큰 강점은 ‘금리 경쟁력’이다. 금리 경쟁력이 케이뱅크의 신규 고객 유입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건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부분이다.

현재 케이뱅크는 5개의 예·적금(코드K 정기예금, 뮤직K 정기예금, 플러스K 자유적금) 상품등과 3개의 대출(미니K 마이너스통장, 직장인K 신용대출, 슬림K 중금리대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 중 인기를 끌고 있는 코드K 정기예금의 경우,출시 나흘 만에 수신고 400억 원을 돌파했다. 상품 가입자들은 KT대리점이나 GS25 편의점, 네이버페이, 티몬 등 케이뱅크 제휴사에서 코드를 받으면 0.2%의 우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추가하면 최고 연 2.0%의 금리도 가능하다.

대출 상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존 금융권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해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또 케이뱅크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신용등급 기준을 적용해 기존 금융권 신규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저신용자들에게도 기회를 줄 예정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말한다. “케이뱅크는 기존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신용등급을 그대로 차용하지 않습니다. KT가 갖고 있는 방대한 빅데이터 분석 노하우 덕분이죠. 저희는 자체 빅데이터 외에도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의 빅데이터까지 분석해 새로운 신용 평점을 고객들에게 제시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면 고금리 대출로 이미 저신용자가 된 사람들도 케이뱅크에선 기존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케이뱅크는 애초 전략대로 3040세대 고객 유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케이뱅크 가입자의 연령층을 분석해봤더니 전체 가입자 중 약 70%가 3040세대였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금융 서비스인 만큼, 애초에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를 타깃으로 삼았다”며 “지금까지의 흐름만 보면 비교적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3040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케이뱅크의 무기는 바로 ‘편리성’이다. 스마트폰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가 대표적이다. 이 방식을 통하면 실물 OTP를 들고 다녀야 하는 기존 은행과는 달리, 스마트폰만 있으면 실물 OTP 없이도 모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거래 과정도 간편하다. 스마트폰으로 이체를 할 경우, 본인 계좌의 비밀번호 4자리와 OTP 비밀번호 6자리만 입력하면 된다. 계좌 개설에는 10분 정도가 소요되고, 소액 마이너스 대출의 경우에도 신청에서부터 승인까지 1분 안에 끝낼 수 있다.

24시간 운영된다는 점도 3040세대 직장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 포인트 중 하나다. 직장인들은 일하는 도중 은행 업무를 보는 게 쉽지 않다. 그런 까닭에 계좌 개설, 대출 및 금융상품 가입 같은 다양한 업무가 24시간 가능한 케이뱅크의 장점이 더욱 돋보일 수 있다. 이는 케이뱅크 측의 자료를 봐도 알 수 있다. 실제 가장 많은 신규 가입이 이뤄진 시간대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37%) 사이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부터), 황창규 KT회장,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서비스 시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케이뱅크 초기 흥행에 대한 기존 금융권의 대응

케이뱅크의 초반 성적표를 바라보는 시중 은행들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전략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을 위한 상품 개발과 조직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시중 은행들은 케이뱅크의 가장 큰 강점인 금리 경쟁력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전략을 내놓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출범에 맞춰 연 2.1% 금리를 제공하는 ‘더드림 이벤트 시즌2’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오는 5월 말까지 ‘더드림키위 정기예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최고 0.9%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또 최근에는 정기예금 최고 연 2.0%, 적금 최고 연 2.20%의 금리를 제공하는 ‘위비슈퍼 주거래패키지2’를 출시하기도 했다.

KEB하나은행도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의 10%(최대 200만 원)까지 0% 금리를 적용하는 ‘ZERO금리 신용 대출’을 선보였다. 이 밖에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도 대응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부 은행들은 아예 영업점을 통폐합하는 방향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올 하반기 중 전체 영업점 133곳을 32곳으로 통폐합할 계획이다. 32개 지점은 근무인원 100명 이상의 대형점포와 비대면 센터로 나눠 운영할 예정이다. 다른 은행들도 각 지역에 산재한 점포를 묶어 하나의 ‘허브센터’로 운영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전국 은행 영업점 수는 2015년 대비 175곳 줄어든 7.103개였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2년 이후 가장 적은 영업점 수로 떨어진 상황이다.

일반 은행 못지않게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곳은 저축은행이다. 특히 저축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과 주 고객층(신용등급 4~7등급의 중저신용자)이 겹치기 때문에 더 조급함을 느끼고 있다.

일단 저축은행들도 중금리를 적용한 상품을 선보이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케이뱅크 출범을 앞두고, 자사의 중금리 대표 대출상품인 ‘사이다’보다 최저 금리를 1%포인트 낮춘 연 5.9%의 ‘SBI 중금리 바빌론’을 선보였다. 시장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금융권이 기존 대출상품 금리를 낮춘 건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은행 직원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 태블릿PC로 은행 업무를 해결해주는 1인 지점 ‘W브랜치’를 오픈했다. 태블릿PC를 통해 계좌개설, 예·적금 가입, 체크카드 발급, 여신업무를 모두 해결할 수 있게 함으로써 모바일 중심의 케이뱅크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웰컴저축은행 홍보팀 관계자는 “영업점 수가 적은데다 주요 고객이 사업자, 혹은 고령자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이 같은 영업 모델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W브랜치를 기반으로 비대면 상품을 확장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여전한 숙제

그러나 케이뱅크로 문을 연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 숙제를 풀지 못하면 오는 6월로 예정된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에도 시장 성숙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가장 먼저 선결돼야 하는 부분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다. 은산분리란 산업자본이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의미한다. 이는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소유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은행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규제라 할 수 있다.

케이뱅크의 경우, 우리은행, 다날, 한화생명, GS리테일, NH투자 증권 등 5개 업체가 각각 1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케이뱅크의 중심에 있는 KT의 보유 지분이 8%밖에 안된다는 것이다(나머지 42% 지분은 15개 컨소시엄 참여 업체가 보유 하고 있다). 현행법 상 비금융 사업자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가 최대 10%(의결권은 4%)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 50% 이상 보유하는 것을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출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진영 한국핀테크협회 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운영 주체는 은행이 아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입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기획부터 출범까지 모든 과정을 ICT 기업인 KT, 카카오가 주도했으니까요. 은산분리 규제의 원칙과 필요성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과는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정적인 영업을 위해선 3,000억 원 수준의 증자가 필요한데, 케이뱅크의 중심인 KT는 산업자본이라는 이유로 증자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어요. 새로운 금융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선 은산분리 규제의 과감한 철폐 혹은 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선진국에선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한도가 국내 시장에 비해 높게 정해져있다. 일본 라쿠텐소프트뱅크와 소니뱅크는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과 소니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마이뱅크는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30%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분에만 국한되어 있는게 아니다. 신용평가 시스템, 리스크 관리, 연체 관리 노하우 등 운영 전반에서 기존 은행보다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도 케이뱅크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케이뱅크가 풀어야 할 당면 과제는 가입자 확보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중장기적 자사가 보유한 ICT 역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 모델을 선보여야 한다. 이미 컨소시엄을 통해 미디어, 유통, 카드, 렌털 같은 다양한 사업 파트너를 확보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해외사업자와의 합작, 혹은 자체 개발 모바일 뱅킹 시스템 수출 같은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해야 한다. 케이뱅크 관계자도 “빠르면 3년, 늦어도 5년 안에는 해외시장 문을 두드려 볼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과연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을 이끌 선구자로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시작은 무난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순탄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