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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2005년7월'





대통령이 인사를 할 수 있는 자리는 3,000여개쯤 된다. 대법원장과 국무총리, 장·차관과 공공기관장 외에 국립대 총장, 들어보지도 못한 위원회 위원까지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과 법령에 근거한 임명 범위는 이 정도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최소한 3~4배쯤 많다. 고위공직자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견제장치는 있다. 인사검증이다. YS 시절까지만 해도 청와대의 인사검증은 대체로 비선에 의존했다. 국가정보원 등 사정라인이 올리는 존안자료와 2010년 해체된 사직동팀(경찰청 특수수사과)이 그런 역할을 했다.

청와대가 인사검증 시스템을 오롯이 갖춘 시기는 참여정부 때다. 민정·인사수석 분리로 인사수석은 인재 추천, 민정수석은 검증을 각각 맡았다. 이후 인사추천위원회가 후보자를 2~3명으로 압축하면 대통령이 최종 낙점하는 구조였다. 나름 시스템 인사를 자랑하던 참여정부에 인사 재앙이 닥친 것은 2005년 1월. 신년 벽두에 이기준 교육부총리 후보자가 지명 4일 만에 낙마했다. 이 후보자가 서울대 총장 시절 판공비 유용 등의 흠결은 이미 총장 퇴진으로 죗값을 치렀다고 판단해 안이하게 대처한 게 화근이었다. 참여정부 마지막 인사수석인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3년에 쓴 ‘대통령의 인사’는 인사 참극의 배경을 엿보게 한다. “이 후보자의 검증 등급은 최하위인 ‘문제 있어 보임’이었다. 표현이 완곡하지만 부담이 너무 크므로 절대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파장은 컸다. 민정·인사수석이 동반 사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민정수석으로 복귀한 시기가 이때다. 인사검증 제도 보완도 뒤따랐다. 고위공직자 후보의 자기검증 제도가 도입되고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도 그해 7월 모든 국무위원으로 확대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 논란과 관련해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에 한해 문제 삼기로 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민정수석 시절 인사검증 시스템의 보완작업을 총괄한 이가 지금의 문 대통령이다. 인사는 결국 사람의 일이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엄격한 기준을 갖췄다고 해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에 적합하지 않은 판단과 결정을 내리면 아무짝에도 소용없다”는 박남춘 전 인사수석의 지적이 예사롭지 않다.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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