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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바탕은 결국 연극 '기회만 오면 하자' 생각했죠"

<연극 '대학살의 신'서 또 부부의 연 맺은 남경주·최정원>

연극은 매 순간이 정면승부의 장

배우로써 부족한 면 찾을수 있어

후배들도 한 번씩은 경험했으면

가식 부부 알렝·아네트役 맡아

24일부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뮤지컬계의 최불암-김혜자라는 표현도 이제 식상하다. 바늘 가는데 실 가듯 대부분의 무대에 함께 올랐던 남경주와 최정원. 많은 이들이 진짜 부부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이들은 늘 함께였고 대부분 작품에서 부부 혹은 연인이었다. 남경주-최정원이 다시 한번 무대 위에서 부부의 연을 맺게 됐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연극, 그것도 두 쌍의 부부가 바닥을 드러내며 ‘대학살’에 가까운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이달 24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남경주는 변호사 남편 알렝 역을 최정원은 위선 투성의 아내 아네뜨 역을 맡았다. 14일 대학로에 마련된 연습실에서 이들을 함께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막을 내린 뮤지컬 ‘오! 캐롤’에서도 한 무대에 섰다. 공연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 두 사람에게 동시에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고 “그 어떤 조건도 없이 바로 ‘예스’를 외쳤다”고 한다. “요즘은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 대부분인데 무려 한 달 동안 원캐스트로 출연한다고 하면 손사래부터 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걸 우리 둘은 무조건 하겠다고 한 거예요. 둘 다 기회만 오면 (연극을) 무조건 하자는 생각이었던 거죠.”(최정원)



남경주의 데뷔 무대는 연극이었다. 오랜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셈이다. 최정원은 ‘딸에게 보내는 편지’ ‘피아프’ ‘버자이너 모놀로그’ 등으로 틈틈이 연극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연극만큼은 경험이 많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뮤지컬의 역사를 쓴 이들이지만 연극 무대는 매 순간 털이 쭈뼛 서는 정면승부의 장이다. 왕도는 없다. 공부와 고민뿐이다. 노래나 춤으로 연기를 보완할 수도, 앙상블의 군무로 주의를 환기할 수도 없다. 남경주의 말대로 “기댈 곳 하나 없이 맨몸으로 싸워야 하는 세계”다.

최정원은 “내가 가진 실력보다 빛나는 것이 뮤지컬이라면 연극은 배우의 부족한 점이 죄다 드러나는 장르”라며 “연습을 할 때마다 자신에게 실망하면서도 이렇게 고민하고 반성하면 다음 작품에선 더 잘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더 진지하게 연습한다”며 웃었다. 그러자 남경주는 “긴장감에서 벗어나려면 몰입해야 하고 몰입하려면 그만큼 작품을 공부해야 한다”며 “이렇게 밀도 있게 기본기를 다지고 나면 그제서야 기댈 곳이 생긴다”고 거들었다.





이 작품은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아이의 앞니 두 개가 부러지고 이 사건으로 모이게 된 두 쌍의 부부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게 되는 이야기다. 등장·퇴장도, 무대전환도 없이 이어지는 90분의 싸움에서 현대인의 가면이 벗겨지고 알량한 위선이 고개를 내민다. 연극 ‘아트’로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으로 남경주·최정원 커플에 맞서 싸우는 부부로 송일국과 이지하가 출연한다. 최정원은 “우리 둘은 누가 봐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니 잘해야 본전이지만 송일국-이지하 커플은 관객들도 놀라게 될 것”이랴며 “자기를 부수고 그 배역 안에 녹아 들어간 두 사람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무대 위에 몇 번을 더 서봤다느니 선배라느니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더라”며 웃었다.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 이상이 흘렀다. 그간 이들이 발견한 작품의 매력은 뭘까. 남경주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작품”이라고 추켜세웠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네 명은 어디에나 늘 존재하는 유형이죠. 일 중독에 이기적인 변호사 알렝을 연기하다 보면 제 모습을 발견하기도 해요. 아마 극장을 나갈 때쯤 다들 좀 찔릴 겁니다.”(남경주)

끝으로 두 사람은 순수예술로서 연극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주문했다.

“연극이 바탕이 돼서 재즈, 무용, 뮤지컬도 나오는 거죠. 연극 무대에서 주로 탄탄한 연기실력을 갖춘 배우가 탄생하고요. 요즘은 뮤지컬 무대에서 출발하는 배우들도 많은데 꼭 한번씩은 연극 무대를 경험하면 좋겠어요.”(최정원)

“연극계가 배고픈 건 브로드웨이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브로드웨이에선 소극장 연극인데도 프로그램 북 뒤에 두 페이지에 걸쳐 후원사들이 나열돼 있죠. AT&T 같은 대기업들도 많고요. 그걸로 순수예술이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예술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국 선진국과 후진국이 나눠지는 거죠. 우리나라도 이런 날이 머지않길 바랍니다.”(남경주)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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