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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긴축의 시대, 시장 합리성을 믿자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전 한국경제학회장

세계경제, 이자율 올리는 추세

한은의 통화정책 간섭 삼가고

시장참가자 합리적 대응 중요





나라의 정책은 어떤 종류의 것이든 중요하다. 그것은 정책이 시장참가자들의 선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며 거시경제 정책은 때로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경제의 진행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오늘날 거시경제 정책으로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있다. 재정정책은 정부의 지출이나 조세와 관련된 것이고 통화정책은 근본적으로 통화량을 조절하는 정책이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주로 사용된 것은 통화정책이다. 통화정책에 관하여는 정책수단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오랜 논쟁이 있었다. 소위 통화주의 논쟁이 그것인데 석학 밀턴 프리드먼은 통화량, 곧 화폐의 총량을 관리하는 정책을 선호한 반면 그와 대척점에 있던 케인스학파 학자들은 이자율을 관리하는 정책을 주장했다. 통화량은 직접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이자율은 통화량이 아무리 변동한다 해도 이자율이 그에 반응하지 않으면 투자와 소득에 영향이 없다는 의미에서 나름 설득력이 있었다.

여러 경험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는 대부분의 나라가 이자율을 통화정책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통화량을 정책의 핵심으로 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자율을 조정하려면 어차피 통화량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 금융위기는 불확실성의 극대화, 그리고 그에 따른 신용경색 가능성 때문에 통상적이지 않은 이자율정책을 강요했다. 금융위기와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연합(EU) 등이 정책의 목표이자율을 0%까지 내린 것이다.

그리고 정책의 목표이자율을 0%까지 내린 다음에도 소위 양적 완화로 시장에 거의 무한정의 통화를 공급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그 같은 정책 결정의 핵심에는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던 벤 버냉키가 있었다. 학자 출신인 그는 연준 의장에 취임하기 전 1930년대의 대공황과 신용경색의 관계에 관한 연구로 널리 알려져 있던 인물이다. 따라서 정책적으로 잘못 대응했다면 대공황에 버금가는 사태가 됐을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데 우연찮게도 최적인 인물이 연준 의장으로 있었던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아니라 대불황(Great Recession)으로 막은 것은 이 같은 통상적이지 않은 통화정책의 덕이 컸다. 그러나 이제 통상적이지 않은 통화정책은 세계, 특히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이미 이자율을 여러 차례 올렸다. 미국의 실업률이 4% 초반으로 하락했음은 머지않아 반갑지 않은 손님인 인플레이션이 찾아올 것이라는 신호다. 인플레이션을 막는 것이 지상과제인 중앙은행이 이를 좌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이다. 미국의 목표이자율이 우리의 목표이자율에 근접하면서 이자율 역전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우리처럼 대외개방도가 높은 나라에서 이자율이 역전되면 외환유출을 포함해 금융시장의 혼란이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가계부채를 비롯해 이자율을 올리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우리 경제에 존재한다.

이미 세계 경제는 이자율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도 지금의 목표이자율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통화정책에 관해 몇 가지를 충고하고 싶다. 먼저 어떤 결정을 하든 통화정책 담당자인 한국은행에 대한 간섭은 삼가는 것이 옳다는 점이다. 경제부총리가 한은 총재를 만나 정책을 의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간섭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행은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성을 높이라고 충고하고 싶다. 지금과 같이 목표이자율을 올려야 하는 경우에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시장참가자들의 자발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한국은행은 이를 위해 가능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어려울 때일수록 시장의 합리성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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