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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흔들리는 e커머스 신화] 어른 옷 입은 어린 기업…미숙한 경영시스템이 성장 발목





# 현재 쿠팡 채용 홈페이지에 공개된 ‘쿠팡맨(전속 배송기사)’의 대우는 대기업 정규직 뺨칠 정도다. 주 6일 근무의 경우 연봉이 인센티브 포함 연 최소 4,000만원에서 최대 4,500만원(세전 기준)이다. 여기에 배송차량 및 유류비 전액 지원, 연차휴가 15일, 4대 보험, 연 1회 건강검진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반면 지원자격은 황당할 정도로 허술하다. 필수 지원자격 요건이 1종 보통운전면허 보유가 전부다. 성별·나이·학력·경력 제한이 없는 것은 물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도 받지 않는다. 단 하루 만에 인성·체력 등 간단한 면접을 진행하고 최종합격을 결정한다. 별 능력이 없는 사람도 1종 운전면허만 있으면 서류 한 장 없이 대기업 직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셈이다.

쿠팡, 무리한 인력 채용에

일부 직원들 도덕적 해이

몸집 불렸지만 적자만 키워

위메프 ‘채용 갑질’ 논란에

고객정보 유출 사고 잇따라

매출 규모 2조 달하는데

구멍가게식 시스템이 문제

“해외 선진사례만 좇기보단

기존 기업 벤치마킹” 지적도



우리나라에 소셜커머스가 첫선을 보인 지 올해로 7년이 된다. 지난 2010년 5월 티켓몬스터(티몬)가 처음 설립된 후 쿠팡과 위메프가 생겨나며 지금의 소셜커머스 시장이 형성됐다.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들 3사 매출은 지난해 2조5,000억원까지 성장하며 e커머스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초고속 성장으로 덩치만 커진 채 알맹이인 경영 시스템은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며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격 서비스’에만 집착한 나머지 연봉 값도 못 뽑아내는 어설픈 인사 시스템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가 하면 엉성한 전산시스템 관리로 고객 정보를 잇따라 유출하는 등 미숙한 시스템으로 사회적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에 맞게 시스템도 갖춰야 하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현재 소셜커머스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매출은 대기업, 시스템은 소상공인=쿠팡맨 탄원 사태 등 각종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쿠팡의 쿠팡맨 인사 채용 문제는 초보적 경영 시스템의 대표 사례다. 벤처기업은 무엇보다 인재가 생명인데 다른 곳에서 채용조차 되기 힘든 인재들 수천명에게 대·중견기업 수준의 연봉을 주는 시스템 자체가 잡음의 근원이 됐다는 지적이다.

사실 쿠팡맨은 2014년 로켓배송이 도입될 때만 해도 스펙 없는 젊은이들의 희망이었다. 그러나 현재 쿠팡맨 정규직 전환율(37%)은 당초 김범석 쿠팡 대표가 제시한 목표치(60%)보다 한참 낮다. 회사의 의지 부족 문제라기보다 일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배송기사를 평생 꿈으로 생각하는 젊은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2년 내 1만 5,000명 정규직 채용이라는 무리한 목표부터 세우니 연봉 값도 못 뽑아내는 ‘한탕 직업’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입사만 하면 정규직 전환 욕심 없이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최소 330만원의 월급이 꼬박 들어온다. 젊은이들 사이에 ‘6개월만 대충 때우다 나가도 2,000만원은 버는’ 최고의 ‘알바’로 소문났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매출은 1조9,159억원이나 되는 기업이 아직도 구멍가게 식으로 채용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적자는 커지고 시스템은 없고, 커지는 위기론=어설픈 시스템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소셜커머스는 쿠팡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3,691억원의 매출로 업계 2위로 도약한 위메프는 지난 14일 관리자 페이지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25명 고객의 이름과 함께 환불신청일·금액·은행명·계좌번호 등의 정보를 유출하며 뭇매를 맞았다. 더욱이 이 회사는 2014년에도 아이디 도용으로 회원 300여명의 1,100만원어치 포인트를 도난당했다.

2015년에는 영업직 최종 전형에 오른 실무테스트 참가자 11명에게 정규직에 맞먹는 일을 시킨 뒤 전원 탈락시켜 ‘채용 갑질’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입사지원자들이 받은 일당은 고작 5만원. 쿠팡과 마찬가지로 덩치에 걸맞지 않게 매뉴얼도 없고 원칙과 기준도 없는 채용 시스템이 부른 참사였다.

지난해 쿠팡·위메프·티몬 등 소셜커머스에 뿌리를 둔 3개 기업의 영업적자 규모 합은 무려 7,873억원에 달한다. 쿠팡은 2년 동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투자한 10억달러를 전부 소진했고 티몬의 영업적자 규모(1,585억원)는 무려 매출(2,860억원)의 55.4%에 이를 정도다.

전문가들은 소셜커머스에 대해 적자는 늘어나고 외형은 커진 가운데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다 보니 위기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서류부터 면접까지 엄청나게 까다롭게 인재를 고르면서 마트 현장직조차 대졸 사원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아무리 배송기사라지만 대우에 걸맞은 스펙을 갖춘 인재들로 쿠팡맨을 뽑고 인력 효율성을 추구했다면 직원들의 책임감과 서비스도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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