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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영 성공으로 사상 최고실적 경신, 외연 확장 전략 앞세워 '제2 성공신화' 쓴다

SK하이닉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회사 출범 이후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2조 원 시대를 열었다. 그 결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혜안이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운 오리’로 평가절하 됐던 하이닉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발돋움한 데에는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포춘코리아가 화려한 부활에 성공한 SK하이닉스의 성장 비결과 최태원 회장의 또 다른 미래 전략을 살펴봤다.


SK하이닉스는 차별화한 기술경영의 성공을 기반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사진은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정문 모습.





“축하드립니다.”

지난 4월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깐깐한 질문이 이어지는 기존 컨퍼런스콜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예상치 못한 축하 인사를 건네받은 SK하이닉스 관계자들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드린다’고 화답을 했다.


사상 최대 실적 달성한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에겐 축하 인사를 받을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실적이 완벽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 분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1983년 하이닉스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SK하이닉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2,895억 원과 2조4,676억 원이었다.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실적 호전의 배경이었다. 주요 글로벌 서버와 모바일 기기 시장에선 이른바 ‘메모리 전쟁’이 이어졌다. 반도체 업계는 대용량 메모리를 신제품의 핵심 경쟁력으로 강조하며 이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SK하이닉스 최대 실적 기록에 도화선이 되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드(THAAD)’ 문제로 한·중 경제 교류가 경색됐지만, 반도체 분야에선 그런 분위기가 나타나지 않았다. 주요 중국 모바일 제조업체들이 물량부족을 우려해 모바일 탑재 반도체 확보에 나서면서, SK하이닉스의 D램(정보처리 속도를 높여주는 반도체)과 낸드플래시(IT기기의 정보를 저장하는 반도체) 가격이 15~25% 가량 상승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주요 모바일 디바이스 제조업체들 중에는 자사 기기에 탑재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대부분을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의존하는 곳이 많다”며 “사드 문제로 인한 경제 보복 이야기가 흘러나왔을 땐 우리가 유일하게 반격할 수 있는 시장이 반도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장 환경에 따른 호재가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 보다 앞선 것이 SK하이닉스 특유의 ‘기술경영 전략’이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2013년 부임 이후 줄곧 ‘기술 중심’의 경영을 강조해왔다. 경쟁사보다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았던 3D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업계 최초로 72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3D 낸드플래시는 기존 평면(2D) 낸드플래시의 저장공간인 셀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저장용량을 늘린 반도체를 말한다. 엔터프라이즈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등 최신 스마트폰 등 고용량을 필요로 하는 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3D 낸드플래시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3D 낸드플래시의 경우에는 ‘얼마나 셀을 높게 쌓느냐’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높이 쌓을수록 그만큼 용량이 커지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오는 3분기 중 세계 최초로 개발한 72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한다. 현재 양산 중인 최고 용량의 3D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이 선보이고 있는 64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 도시바,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에 이어 점유율 5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점유율과 상관없이 기술력에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한 도전에 나섰다. 일본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부문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도전이 ‘제2의 하이닉스 신화’를 재현하기 위한 최태원 회장의 승부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2017년 신년회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 도전

지난 4월 말, 최태원 회장이 김포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출국금지 해제 후 첫 해외 출장길이었다. 행선지는 일본 도쿄.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일본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부문(이하 도시바)’ 인수전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도시바 인수전 1차 입찰에는 SK하이닉스 외에도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미국 웨스턴디지털(WD),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일본 민간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컨소시엄(이하 KKR 컨소시엄), 브로드컴-실버레이크가 참여했다. 만만치 않은 경쟁업체들이 이 인수전에 나선 셈이다. 최 회장이 직접 일본을 방문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는 도시바 관계자들에게 SK하이닉스의 전략과 비전을 소개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알려졌다.

그렇다면 최태원 회장이 이번 인수전에 관심을 갖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SK하이닉스 기술 경쟁력의 핵심 분야로 떠오른 3D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로 꼽힌다. 유성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말한다. “3D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보여준 성과는 주목할 만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장 점유율 측면에선 아쉬운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하지만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부문 인수에 성공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낸드플래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30% 에 육박해 단숨에 2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기술경쟁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죠. 다시 말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단숨에 ‘퀀텀점프’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SK하이닉스가 인수전 참여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대만 홍하이는 1차 입찰 때 최고가인 3조 엔(한화 약 31조 원)을 써내며 쩐의 전쟁’ 의지를 불태웠고, KKR 컨소시엄에겐 일본 정부라는 든든한 우군이 있었다. 자국 핵심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한 일본 정부가 전략적으로 일본계 컨소시엄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브로드컴-실버레이크도 만만치 않은 다크호스로 분석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전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쳐왔다. 인수전에서 후순위에 머물러 있다는 일본 내 보도에 대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직접 “깜짝 놀랄 뉴스가 나올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사장이 최태원 회장과 함께 일본 출장길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말을 그저 기대 섞인 희망 사항으로만 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본입찰이 마감되었다. 일본 현지 언론과 업계 관계자들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의 유력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는 SK하이닉스가 던진 몇 가지 승부수가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본입찰에 앞서 SK하이닉스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과 손을 잡았다. 베인캐피털이 도시바 지분을 인수하고, SK하이닉스가 베인캐피털이 설립하는 ‘특수목적회사’에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직접 도시바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독점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인수제안 금액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은 약 1조 5,000억 엔(한화 약 15조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1차 입찰 당시 제시했던 2조엔 보다 줄어든 금액이다. 입찰에 참여한 4곳 중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가 유력 다크호스로 평가받는 또 다른 이유는 최태원 회장의 발언에서도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최 회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도시바 인수 과정에서 양사가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윈-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은 그 동안에도 이미 여러 차례 도시바 메모리 사업의 연속성과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 도시바 경영진이 참여하는 경영자매수(MBO) 방식 등을 어필하며 ‘인수’가 아닌 ‘협력’에 방점을 찍어왔다.

물론 변수도 있다. 우선 강력한 경쟁업체였던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국제중재재판소(ICA)에 도시바 매각 중지중재를 신청했다. 도시바와 합작 관계에 있는 웨스턴디지털의 자회사 샌디스크에 독점 교섭권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재 신청의 이유였다. 이번 중재 신청 때문에 웨스턴디지털은 본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국제중재재판소 판결에 따라 오는 6월로 예정된 우선 협상대상자 결정이 다소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일본 현지에선 3차 응찰이 진행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리고 최종 일정 연기는 SK하이닉스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 윤용일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상황이라면 계획된 시점에 인수전이 끝날 가능성이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일정 연기는 분명 SK하이닉스에게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어요. 새로 손잡은 베인캐피털과 협의해 전략을 재정비할 시간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인수전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낸드플래시 공급량이 제한되기 때문에 당장의 실적 측면에서도 SK하이닉스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위협할 만큼 핵심 플레이어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산업계의 대표적인 ‘미운 오리 새끼’였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절하 되던 당시 하이닉스가 SK라는 날개를 달고 비상할 수 있었던 데에는 최태원 SK 그룹 회장의 혜안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태원 회장의 결단이 없었다면 지금의 SK하이닉스는 존재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최 회장은 ‘미운 오리’ 하이닉스에서 어떤 가능성을 엿봤던 것일까?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전경.





그룹의 중심축으로 부상하다

“에너지와 화학 중심의 비즈니스만 고집하다간 회사 전체의 성장이 멈추는 슬로우 데스(Slow Death)를 맞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 2011년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를 공표하자, 대다수 경영진들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9조 원 짜리 부실기업을 인수하려다 자칫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반도체 시장은 이른바 ‘치킨 게임’이라는 용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분야였다. 삼성전자, 도시바, 엘피다, 마이크론 같은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던 시절이었다.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경쟁 때문에 수요보다 공급이 많이 이뤄졌고, 그 결과 반도체 가격이 시장에서 폭락하고 있었다.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생존 혹은 파산’의 극단적인 행태가 반도체 시장에 드리워져 있었다. 이 같은 치킨게임에 SK가 제 발로 뛰어드는 건 분명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를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의 선택이 ‘신의 한 수’였음을 확실하게 증명해주었다. 2012년 출범한 SK하이닉스는 불과 5년 만에 SK그룹 전체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회사로 부상했다. SK라는 브랜드를 해외에 각인시키며 수출 첨병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했다.

최태원 회장의 지원 사격은 꾸준히 진행됐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불황이 심화하고 있던 와중에도 최 회장은 개의치 않고 설비투자를 늘려나갔다. 지난해 8월에는 경기도 이천 반도체공장 준공식에서 총 46조 원 규모의 ‘통 큰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연구개발에도 집중했다. 지난 2011년 8,340억 원에 불과했던 연구개발비가 지난해에는 2조 967억 원까지 증가했다. 이는 매출 대비 12% 수준이다. 올해는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출범 이후 사상 최대인 7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SK하이닉스의 성장이 비단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SK그룹 전체의 체질을 바꿔놓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존 에너지·화학 집중 일변도에서 탈피해 반도체를 포함한 종합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수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내부에 깔려있는 반도체 생산 라인.



실제로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SK C&C 등 그룹 내 주요 정보통신(ICT) 계열사의 지난해 매출은 약 37조 4,000억 원을 기록해 SK하이닉스 편입 이전인 2011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수출액 측면에선 더욱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ICT 계열사의 총 수출액은 약 17조 원이었다. 2011년 수출규모가 1,300억 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려 130배나 늘어난 셈이다. 참고로 지난해 SK그룹 전체 수출규모는 524억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1%를 차지했다.

SK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성장에는 하이닉스의 미래가치를 알아보고 적기에 승부수를 던진 최태원 회장의 혜안과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며 “SK하이닉스는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통해 그룹을 넘어 국가 산업의 중심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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