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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의 4차 산업혁명] 지재권 중심 산학융합이 길이다

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

<36>산학협력의 진화

인력수급형 산학협력시대 끝나

특허 확보로 패러다임 전환 필요

소규모 산학허브 '가상랩' 활성화

기업 성장성·수익성 향상 꾀해야

이민화 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




미래 대학은 사회와 융합하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이러한 대학 변화의 핵심이 바로 산학협력이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의 산학협력은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학마다 산학협력을 위한 조직들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산학협력단과 창업보육센터, 즉 인큐베이터들이 산학협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대학의 기술을 라이선싱하는 ‘TLO’ 조직도 있고 대학의 기술에 투자해 사업화하는 기술지주회사도 있다. 즉 형식적으로는 다른 나라들이 추진하고 있는 대부분의 산학 협력 사업이 이미 한국에 도입돼 있다. 그런데 산학협력이 확대되지 않는 것은 대학과의 산학협력의 동기부여 요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근원적으로 산학협력을 위한 대학 개혁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산학협력은 기본적으로 상호 강점을 바탕으로 더 큰 시너지를 도출하는 데 있다. 대학의 강점은 다양한 학문의 깊이 있는 연구이고 기업의 장점은 현장의 문제와 치열한 시장의 속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호 본원적 장점을 바탕으로 산학협력이 설계돼야 하나 작금의 산학협력은 대학이 기업에 뭔가를 가르칠 수 있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추진되고 있다. 기업들이 주요 대학과 산학협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솔직히 말해 우수 인력의 스카우트다. 그런데 이제 기업의 서열화가 확립되면서 산학협력과 우수 인력 스카우트의 상관관계가 약화해 그나마 인력 수급용 산학협력의 필요성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 산학협력의 양대 목적은 인력 수급과 지식재산권 확보에 있다. 대한민국 산학협력의 근본 방향도 제품화 연구에서 지식재산권 확보로 전환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 내 연구실 간의 협력이 절대 부족하다는 점이다. 애리조나주립대가 대학 혁신의 큰 그림으로 학과 통폐합과 문제 중심형 구조 전환을 제시한 원인이다. 융합을 위해 가능한 학과는 대학과로 통합하는 것이 우선이고 궁극적으로는 학과의 벽을 최대한 허물어야 할 것이다. 연구실 간 협력에 대한 인센티브 구조와 대학의 공유가치 확립이 대학 조직 혁신의 최대 현안일 것이다.



대학의 약점인 문제 발굴 능력은 산업 현장이 보완하고 기업의 약점인 다양한 전문가 부족의 문제는 대학 내 협력으로 보완하면 대한민국은 ‘지재권 중심 산학협력’을 선도할 수 있다. 지재권 중심의 산학협력은 제품 개발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제품 개발 프로젝트는 기술 개발 비용이 지재권 확보에 비해 수십 배 이상 투입된다. 반면 기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요인은 이제 제품화 기술보다 지재권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지난 2016년 조지 구즈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재권을 가진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35배 높은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지재권 중심의 산학융합은 많은 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산업계의 문제를 대변하는 전문가와 대학의 해결 능력을 연결할 전문가, 즉 UI(University-Industry)를 대표하는 두 명의 팀인 ‘UI-DUO’ 시스템으로 구현 가능하다. 이 두 사람은 각각 산업계와 학계를 연결하는 작은 오솔길을 만들기 위해 작은 세상(small world)을 만드는 역할로 문제 발굴과 문제 해결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러한 작은 연구실은 가상 연구실과 같이 운영될 수 있으므로 이를 가상 랩(virtual lab)이라고 명명해보기로 하자. 연간 1억원 정도의 비용이면 UI-DUO에 따른 가상 랩 구성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연간 4~5개의 의미 있는 특허만 나온다고 해도 충분한 국가적 가치가 있다.

이런 가상 랩들이 대학마다 활성화하면 이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더욱 새로운 창조적 아이디어들이 발현될 수 있다. 지식은 공유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창출된다. 닫힌 연구에서 열린 연구로의 전환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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