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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트럼피즘 털어낸 美 기업 혁신 전쟁

손철 뉴욕특파원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월가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 주가가 최소 10%는 급락할 것으로 전망하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기를 고대했다. 하지만 반(反)이민과 고립주의, 보호무역 강화 등 극단적 공약을 내건 ‘트럼피즘’이 미국 내 유력 언론들과 여론조사 결과를 비웃으며 미국인들의 선택을 받은 지 반년이 넘은 지금,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주가지수는 월가의 증시 전문가들을 허망하게 할 만큼 강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대선 직전 1만8,000선에 머물던 다우존스지수는 21일(현지시간) 2만1,410을 기록해 20% 가까이 상승했고 5,000선 초반이었던 나스닥지수도 6,233으로 24%나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당시 공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반이민정책 강화, 파리기후협정 폐기 등을 버젓이 강행했지만 미 증시의 3대 지수는 지금 나란히 최고치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트럼프 시대의 호재로 치장됐던 그의 감세안과 인프라 투자 확대계획조차 약발이 다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증시에 부담을 주는 금리 인상 등 긴축 행보를 계속하는데도 증시가 황소장이 된 원동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 선거 결과에서 보듯 시스템이 안정된 선진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우려 만큼 금융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 않다는 경험이 재현됐다는 이유만으로는 허전함이 남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천문학적 돈 풀기가 효과를 발휘해 미 경제가 본격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해명도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그래서 월가가 요즘 들고 나온 설명이 ‘미국 기업들의 끝없는 혁신’이다. 트럼프 시대의 부조리에도 기업 혁신을 통해 미국의 저력이 발휘된다는 이 설명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있다.



미 경제를 집어삼킬 듯 성장하는 아마존은 지난 16일 고가 식료품 시장의 선두업체인 홀푸드마켓을 137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혀 또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실물 시장에서 기반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예견됐지만 홀푸드 창업자인 존 매키가 불과 2년 전 “아마존은 식품사업에서 대실패를 할 것”이라고 비판할 정도로 아마존과 홀푸드 인수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아마존은 보란 듯이 그 난관을 뚫어버렸다. 무수한 경제 석학과 기업인들이 거대 담론으로 4차산업 혁명을 얘기할 때 아마존은 온오프라인 시장 통합을 뚜벅뚜벅 실천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아마존이 비상하는 동안 다른 기업들이 뒷짐을 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전통 유통최강자인 월마트는 인터넷·모바일 판매확대를 위해 잇따라 기업 인수에 나서는 한편 전국 100만 임직원을 활용한 ‘퇴근길 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 만족과 직원 소득증가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도 AT&T는 지난해 말 확정한 854억달러 규모의 타임워너 인수작업을 착실히 밀어붙이며 통신·방송은 물론 미디어 시장 전체에 태풍을 준비하고 있고 뒤질세라 미 최대 통신업체 버라이즌은 5G 통신망 구축을 조기 상업화하는 구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를 연 테슬라가 자동차 산업의 원조 격인 포드의 시가총액을 넘어서고 세계 최고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기업공개(IPO) 절차를 대거 자동화해 신생기업 육성을 지원한다.

이러한 미 기업들의 혁신전쟁을 보노라면 조선·해운 등 자율 구조조정의 실기로 관치경제에 기대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 오버랩 돼 다가온다. 미국과 달리 한국 정부가 수많은 산업정책을 수십 년 동안 손질하고 바꾸며 투자를 했지만 산업 경쟁력 강화나 구조 변화가 요원한 것은 왜일까.

최순실 사태가 증명하듯 정치와 권력이 기업 경영에 관여하고 정부는 관치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그래서 촛불 혁명은 문재인 정부에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며 판을 바꾸는 혁신에 매진할 수 있게 하는 사명도 부여하고 있다. 기득권에 안주하거나 권력의 비호를 바라는 기업인이 설 자리가 없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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