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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진단]'정부 가격개입' 어디까지...시장경제가 흔들린다

통신료부터 카드수수료·실손보험·전월세상한제까지

정확한 시장진단 없이 개입강도 높여...부작용 불보듯





이철균 경제부장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추자 세간에서는 ‘김상조 효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자 김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는 가격 결정에 개입할 권한이 없고 물가관리 기관이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김 위원장이 ‘공정위는 물가관리 기관이 아니다’에 방점을 찍은 것은 공정위의 흑역사를 의식했다는 해석도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물가가 급등하자 이명박 정부(2008년)는 400여개의 소비자물가 구성품목 중 52개를 추려 MB물가지수를 구성했다. 많은 반대에도 경제검찰인 공정위까지 동원해 물가를 직접 관리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결과는 참패였다. 이후 MB물가지수는 잊을 만하면 다시 나올 정도로 대표적인 정부의 가격통제 실패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금리·수수료·월급, 가격개입 유혹 벗어나야”=‘공정위는 물가관리 기관’이라는 인식이 흐릿해졌나 싶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수수료부터 요금·임금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가격개입에 나서면서 시장은 다시 공정위를 쳐다보고 있다. 공정위의 칼날이 언젠가 시장을 향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다. 물론 공정위는 적극 부인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가격개입을 보면 시장의 우려가 ‘기우(杞憂)’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취임 두 달이 채 안 된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부터 이동통신요금 및 카드수수료율 인하, 실손보험료 조정, 전월세상한제 도입 등 국민 생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부문의 가격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과가 없으면 개입 강도를 더 높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불안요소다.

경제부처 장관을 지냈던 한 전직 관료는 “정부가 정말 개입하고 싶은 세 가지 유혹이 있는데 바로 금리·수수료·월급”이라면서 “섣부른 개입은 시장왜곡을 초래하고 급기야 시장의 복수에 직면할 뿐”이라고 말했다. 모르핀처럼 효과도 잠시일 뿐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선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실패 정확한 진단 없이 시작…“부작용 클 것”= 더욱이 문재인 정부는 생태계는 복잡한데 ‘정확한 진단’을 생략한 채 가격개입부터 단행했다. 실제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높인다고 확정하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 ‘폐업 도미노’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속도를 늦춰줄 것을 요청했다. 인건비 추가 부담 규모가 앞으로 3년간 176조원에 달해 결국 폐업이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드수수료율 인하 등 소상공인지원방안으로 상쇄하겠다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년에 환급될 카드수수료가 90만원 안팎일 텐데 최저임금 인상과 비교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통신료는 인하방안을 내놓았지만 기업과 소비자 모두 반발했다. 기본료 폐지를 기대했던 시민단체 등은 ‘공약후퇴’라고 비판했고 업체는 “행정소송은 물론 주주들이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토로했다. 카드수수료율이나 실손보험료율 인하도 마찬가지다. 카드수수료에 정부가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때인데 지금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정부가 수수료를 낮추는 식으로 조정했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금융=약탈’이라는 인식을 갖고 추진하는데 규제권을 가진 정부에 맞설 힘은 없다”면서 “이익이 줄면 다른 서비스를 줄여 보전하게 돼 결국 피해는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월세 계약 때 인상률을 5%로 제한한다는 임대료상한제의 경우에도 민간임대시장 위축으로 서민의 주거불안이 커지고 단기적으로 임대료가 폭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이 실패하거나 담합으로 인위적 가격이 형성될 때 정부는 가격에 개입한다”면서 “지금의 카드시장·통신시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도 생략한 채 무작정 내리라고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에 맡겨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 정부가 공약대로 바꾸겠다고 강요하면 시장은 왜곡될 수밖에 없고 이 방식이 실패할 때 기업은 책임을 회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을 낮추는 것은 정부가 아닌 시장의 경쟁이고 그나마 부작용이 덜한 차선의 선택이 시장의 자율적 가격조정이라는 얘기다. /fusionc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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