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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벤처에 대한 무지 드러낸 검찰의 '팁스 수사'

서울고등법원이 그제 정부의 벤처 지원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고법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호 대표의 유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4월 검찰은 중소기업청의 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 운영사로서의 지위를 활용해 5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대가로 29억원 상당의 지분을 불법적으로 받은 혐의로 호 대표를 구속했다. 호 대표가 “검찰이 스타트업의 투자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했으나 소용없었다. 검찰은 호 대표에게 추징금 29억원에 징역 7년의 중형까지 구형했다.

하지만 1, 2심 재판부 모두 호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더벤처스가 신규 창업팀을 정부 지원 대상에 선정되도록 추천하는 일은 팁스 운영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본 것이다. 스타트업 지분을 과다 취득했다는 검찰의 혐의에 대해서도 창업 멘토링이나 네트워크 등 각종 유무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을 고려해 산정된 만큼 부당한 대가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유죄를 자신했던 검찰로서는 할 말이 없게 됐다.

호 대표에 대한 법원의 연이은 무죄 판결은 사필귀정이다. 애초부터 검찰 수사는 무리수였다. 수사가 본격화되자 벤처업체와 학계에서 “스타트 업계의 현실을 모르는 막무가내식 법 적용”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엔젤투자협회와 대학 교수들이 탄원서를 내기도 했지만 검찰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영상 플랫폼 회사를 만들어 5년 만에 2,000억원에 매각해 창업 신화를 쓴 ‘스타 창업가’를 구속하는 성과에만 집착했다.



호 대표나 벤처 업계의 말에 귀를 열고 창업 생태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했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벤처에 대한 검찰의 무지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검찰의 팁스 수사는 우리나라에서 세상을 놀라게 할 벤처기업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오죽했으면 호 대표가 법원 선고 후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겠는가. 검찰은 이번 판결을 기업수사 시스템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명감만 앞세운 칼잡이보다 전문성을 갖춘 수사인력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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