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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왜 유흥업종만? 부가세 대리납부를 둘러싼 그들의 치열한 수싸움

[뒷북경제] 왜 유흥업종만? 부가세 대리납부를 둘러싼 그들의 치열한 수싸움





논란의 부가세 카드사 대리납부

부가가치세 카드사 대리납부를 아시나요?

부가세? 대충 세금 같은데 이걸 카드사가 대리 납부한다니 무슨 말인가 할 수 있겠습니다. 부가세를 신용카드로 낸다는 건지 헷갈릴 수도 있겠는데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부가세는 물건이나 서비스에 붙는 부가가치에 매기는 세금입니다. 그래서 부가세죠. 가게에서 과자나 식료품을 사면 부가세가 포함돼 있는데요, 일반 사업자는 1년에 두 번 부가세를 세무서에 납부하게 돼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간이과세 사업자(1년 매출액 4,800만원 미만)는 한번 냅니다.

그런데 이 부가세에 탈루가 많습니다. 정부로 흘러가야 할 부가세를 중간에 사업자가 내지 않고 가져가는 꼴입니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이 규모가 매년 11조 안팎에 달한다고 하네요. 엄청난 규모입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부가세 납부 방식을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하느냐? 바로 카드결제 금액의 경우 카드사가 이를 원천징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A고객이 상품을 사고 카드로 결제를 하면 카드사가 나중에 해당 업체에 돈을 주는 데요, 부가세를 떼고 주겠다는 겁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세금을 확실히 걷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국세청이 2015년 이 같은 방안을 들고 나왔고, 새 정부 들어 복지를 비롯해 돈을 쓸 곳이 많아지자 주목받고 있는 방안입니다. 공약에도 들어가 있으니 사실상 이대로 가는 모양새입니다.

서울 시내 한 유흥업소. /서울경제DB


유흥업종만 적용 왜?

부가세 카드 대리납부는 유흥업종만 적용합니다. 물론 확대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시작은 유흥업종만입니다. 지금까지는 부가세 탈루가 많은 유흥업을 비롯해 주유소, 부동산 임대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유흥업만을 대상으로 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유흥업만 타깃으로 하는 이유는 뭘까요. 여기에 치열한 수싸움이 존재합니다.

우선 카드사들이 대리납부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크게 도움되는 게 없기 때문이지요. 부가세 수납은 정부 업무를 대신해주는 것인데, 그래 봐야 득될 게 없다는 논리입니다. 당장 수납을 위한 인력과 전산을 구축해야 합니다. 비용이 든다는 얘기지요. 더 큰 문제는 민원입니다. 카드업계의 고위관계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세금이 얼마나 민원이 많은 분야인데. 카드사가 자영업자 세금을 떼고 돈을 보낸다고 생각해보세요. 여기저기서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한동안 항의가 들어올 겁니다. 특히 샀다가 나중에 취소하는 경우에 세금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도 복잡해요.”

정부 측이 유흥업만 대상으로 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치는 건 이 때문입니다. 국민들 생각에 유흥업종이 세금탈루와 탈세가 많다는 인식이 심어져 있으니 카드사를 설득하기 위한 명분을 찾기 위해서인 거죠.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까지만 해도 소상공인들은 이 제도를 극렬 반대했죠. 앞서 부가세 탈루금액이 11~12조원에 달한다고 했었죠? 이 얘기는 뒤집어 보면 부가세 납부가 투명해지면 소상공인들이 몰래 가져 가던 부분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유흥업만 하겠다고 하는 것이죠.



현 상황상 소상공인들도 “부가세 카드사 대리납부 카드는 못 받겠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후문입니다. 왜냐, 문재인 정부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춰주고 소상공인들을 위한 세제 패키지도 준비 중이기 때문이지요. 이것저것 얻은 게 많은 입장에서 이것도 못하겠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합니다.



행정편의주의냐 공명정대한 세정업무냐

그래서인지 뒷말도 많습니다. 카드사들은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성토합니다. 새 정부는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고 법정 최고금리도 낮출 예정입니다. 이뿐인가요. 사실상 가계부채 총량제를 적용해 카드사들에 주요 수익원인 카드론을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카드사를 옥죄고 있으면서 한편으로 정부 일을 받아가라니 억울한 마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정부도 이해하는 눈치입니다. “카드사 협조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카드사를 설득하는 게 1차 관문”이라는 게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말입니다. 이 때문에 법을 개정해 카드사에 해당 업무를 위임하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현재 관련법에 근거가 없기 때문이지요.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는 것입니다. 의원입법 가능성이 높습니다. 추가로 카드사에 적정한 보상도 제시할 예정입니다. 보조금 같은 방식을 통해 보상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카드고객, 국민편익은 어디에?

이 논란의 문제는 카드고객이나 국민 편익 문제가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금융업계에서는 카드결제분에 대해 부가세를 카드사가 원천징수하게 되면 카드결제 거부를 하는 매장이 늘어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부가세 10%를 카드사가 떼고 주면 자기 손에 들어오는 돈이 당장 10% 줄어들기 때문이죠. 카드이용 고객의 불편이 커질 수 있습니다.

물론 탈루를 막고 정부 세수가 늘어나면 복지도 늘리고 추가적인 증세도 최대한 줄일 수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더 좋은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세상은 원래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가격을 10% 올려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서울경제신문의 6월23일자 ‘부가세 카드 대리납부 추진’ 기사에 달린 댓글 중의 하나도 바로 이것입니다. 가격이 10% 오르면 어떻게 될까요? 소비자만 피해죠. 정부가 세금을 정확히 걷는 것은 좋지만 이 과정에서 당초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가격 10% 올리는 거, 쉬운 일입니다. 그리고 국세청이 이를 잡아내기도 어렵고요. 결국 일반 국민이 비용 지불만 더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증세를 한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지요.

좀더 정교한 대책과 구상이 필요합니다. 부작용까지 감안한 정책 말이지요. 카드사들이 안게 될 부담도 어떻게 해소해줄 수 있을지 실질적인 방안이 있어야 합니다. 나랏일이니 희생하라는 요구는 이제 먹히기 힘듭니다. 카드사들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야당의 문제 제기로 관련법 개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번 정부가 금융을 너무 홀대한다고 보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요. 금융을 우대하라는 건 아닙니다. 실물경제가 앞장서고 금융은 뒤에서 묵묵히, 그리고 조용히 지원업무를 충실해 해야지요. 그러나 지금처럼 금융을 악덕업자로 보고 수수료·금리 인하를 몰아붙이는 건 맞지 않다고 봅니다. 카드사의 부가세 대리납부 문제도 금융은 “시키는 일이나 하라”는 새 정부의 금융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보는 건 과한 추측일까요.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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