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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새 정부 통신료 정책의 문제와 해결책

기본료 인하·한중일 로밍료 폐지

통신산업 적자 전환·생태계 파괴

경쟁 유발시켜 자발적 가격 인하

기업 담합땐 처벌 강도 높이는 등

통신비 혁신, 시장 창의력 맡겨야

이병태 KAIST경영대학 교수·KAIST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통신비 정책안을 발표했다. 인수위는 정권인수를 위해 전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의 중요성과 타당성을 검토하고 그 중에서 버릴 것과 계승할 것을 파악하고 선거공약 가운데 추진할 것과 버릴 것을 추리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선거 때 실현 불가능해도 표를 얻기 위해 행해진 공약을 추리고 우선순위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새 정부의 국정기획위는 자신의 본분을 넘어 마치 해당 부처나 국회가 되는 것처럼 정책 알박기를 하고 전 정부의 부처를 향해 호통을 치는 권위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탄핵으로 부재한 전임 대통령의 보호막이 없는 행정부처에 ‘완장질’을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이란 국민의 숙의와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하기에 그렇다.

그러한 행위 중 하나가 통신비 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애초 실현 불가능한 두 가지 통신비 공약을 제시했다. 기본료와 한중일 로밍요금 폐지 공약이다. 그간의 논의과정에서 밝혀졌듯이 기본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전체 국민들에게 인하해주면 통신산업은 큰 적자산업으로 전환하고 어렵게 추진한 알뜰폰 사업과 판매점, 시설 시공업체의 줄도산도 예상돼 생태계에 충격이 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통신사에 경매를 통해 막대한 가격에 판매한 주파수의 수익성을 이후 법을 변경해 낮춘다면 심하게 말해 국가가 사기성 경매를 한 것과 동일한 시장교란 행위다. 로밍 비용은 상대국 통신회사들과 나누는 것이라 로밍 비용 면제는 정부 예산으로 기업의 해외출장과 해외여행객, 즉 부자들을 위한 사회복지를 하겠다는 황당한 공약이다.

사정이 이러면 국정기획위는 솔직하게 사과하고 폐기해야 마땅함에도 미래창조과학부의 보고를 거부하는 등의 권위적 행태를 지속하다가 여전히 현행법의 범주를 초과하는 관치적이고 통신산업 생태계에 파괴적인 안들을 발표했다.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알뜰폰 생태계가 위협받는다니까 망 사용료를 인하하겠다는 것 또한 실효성이 의심될뿐더러 규제비용을 이통사에 전가하는 재산권 침해라는 데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분배지향적인 시민단체들의 독과점 피해 주장은 근거가 빈약한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주장이다. 데이터 요금 단가는 지난 5년 동안 무려 80% 이상 인하돼왔다. 총지출이 크게 줄지 않은 것은 사용량이 늘기 때문이다. 세계 1위의 품질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활발한 사용수준을 봐도 시장실패는커녕 자랑스러운 성공사례라는 것을 유엔 등의 많은 보고서에서 일관되게 증명하고 있다.



모든 나라에서 통신은 과점시장이다. OECD에서도 10개국은 1위 업체가 50%를 넘는 절대과점지배 상태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정부의 통신비 인하공약도, 마케팅과 가격을 정부가 결정하겠다는 경우도 없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혁신을 봉쇄해 장기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해친다. 이스라엘이 좋은 예다.

정부가 통신비를 반값으로 내려주기를 바라는 성급한 사람들도 있고 통신비 지출이 부담스러운 빈곤계층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복지비용을 시장에 전가하면 경제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북유럽 복지국가도 시장은 자유롭게 두고 복지를 정부가 담당하지 우리처럼 기업에 전가하려 하지 않는다.

시장참여자들이 과감한 경쟁을 하도록 하는 것만이 품질저하 없이 가격을 내리는 유일한 길이다. 경쟁지양적인 단통법, 요금인가제나 방통위의 수많은 실행규제들이 즐비하다. 또 기업들의 경쟁제한적 담합은 아주 강하게 처벌하면 된다.

외국에서는 이제 콘텐츠 판매업자들이 통신비를 대신 부담하는 형식으로 통신비 혁신이 수용되고 있다. 넷플릭스 가입자에 한해 데이터 사용량에 통신요금을 청구하지 않는 식이다. 전진하는 사회란 시장의 창의력에 의한 혁신을 믿는 사회라는 것은 언제나 변함없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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