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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16만명 현장실습 나가는데 실제 취업 연결은 거의 없어

<3> 기업·청년 모두 외면하는 현장실습제도

정부예산 따내려 열악한 중기에 마구잡이 파견

4명 중 3명은 실습비 못받아 노동력 착취 논란

고용·교육부도 수수방관...취업연결 실적 파악도 안돼

"양질의 기업 참여...제대로 된 실습기회 제공을"







전국 축산 관련 학과 대학생들이 축산과학원 연구진의 도움을 받아가며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 소재 대학의 졸업반인 A씨는 올 초 현장실습에 참가했다가 크게 실망했다. A씨는 “안산에 있는 한 금형기업에서 현장실습을 했는데 제대로 된 교육도 없었고 무엇보다 받은 돈은 학교에서 지급해준 40만원이 전부라 교통비로 쓰고 나면 오히려 마이너스였다”며 “현장실습 경력은 아깝지만 기업 취업 대신 이제라도 공무원 시험을 봐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A씨는 또 “취업 연계가 가능한 고용부의 장기현장실습(IPP) 프로그램도 있지만 이들 기업의 초봉이 2,500만원밖에 안 되고 심지어 지방 근무인 경우도 상당수여서 아무리 학교에서 권유해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 충북에 소재한 한 중소기업의 B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던 인근 지역대학 교수로부터 현장실습생을 받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B 대표는 “아무것도 안 시키고 돈도 안 줘도 되니 일단 3~4개월만 데리고 있어달라며 애걸복걸했다”며 “구체적인 업무교육지침도 없는 상태에서 서너 달 있다가 나갈 애들을 데리고 있기는 어려워 겨우 거절했다”고 털어놓았다.

중소기업과 청년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할 현장실습제도가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기업과 청년으로부터 동시에 외면을 받고 있다. 특히 상당수 대학이 정부 예산을 따내기 위해 무급 현장실습도 좋다며 우수기업과는 거리가 먼 열악한 환경의 중소기업들에까지 마구잡이로 학생들을 보내 오히려 ‘안티 중기’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실습제도는 학점 연계를 통해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기업 현장을 경험한 뒤 본인 의사에 따라 취업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지난 정부는 이 제도를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핵심과제로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원기업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대학 부탁으로 현장실습생을 받은 업체들이 무급으로 학생들에게 일을 시켜 사실상 ‘열정페이’를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방학기간에 현장실습에 참여한 15만3,313명의 학생 가운데 26%만 기업으로부터 실습지원비를 받았다. 4명 중 1명 정도만 소액의 실습비를 받고 대부분은 노동력을 착취당한 셈이다.

서울의 한 산학협력단 교수는 “단군 이래 최대 재정지원사업으로 불렸던 프라임사업, 대학 관련 가장 큰 예산인 링크사업 등 산학협력 관련 예산이 크다 보니 현장실습지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비정규직 산학협력 담당 교수나 교직원들은 특히 무급이라도 일단 학생들을 보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나 고용부에서 학생들에게 제대로 실비를 지급했는지 그동안 한 번도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며 “정부의 수수방관하는 태도도 대학 측의 잘못된 행태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현장실습 이수 학생이 2015년 기준 15만9,297명(대학 7만1,410명·전문대 8만7,887명)으로 2011년에 비해 94.7% 증가했지만 실제 취업 연결 실적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전국산학협력관리자협의회 관계자는 “국내 현장실습은 방학기간을 이용해 한두 달 다녀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마저도 학교에 의해 떠밀려 가거나 학생들이 알아서 인턴을 구해오면 학교에서 임의로 현장실습으로 인정해주는 꼼수가 상당수”라며 “애당초 학생들 선호도가 낮은 기업에 가다 보니 취업으로 연결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고용노동부 IPP형 일학습병행제사업에 선정돼 앞으로 5년 동안 50억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 서울 소재 대학의 산학협력 교수는 “지난해 정부에 떠밀려 100명이 넘는 TO를 받았지만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며 “기업 섭외도 어렵고, 설사 섭외해도 학생들 반응이 신통치 않아 사업에 참여한 대학 관계자끼리 모여 논의도 해봤지만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이어 “그나마 참여한 수십 명의 학생 중 실습했던 기업 취업까지 이어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고 푸념했다.

전문가들은 누구나 인정하는 양질의 중소기업에서 적정한 대우를 받고 현장실습과 직무 체험 등을 할 수 있어야 고질적인 중소기업-청년 일자리 미스매칭을 해소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유망 중소기업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부처 협력도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스매칭 해소를 위해서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직접 경험해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 경험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며 “기존 고용부와 교육부가 나눠서 했던 역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처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용·백주연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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