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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네민박’-‘비긴어게인’ 첫방] 모처럼 MSG없는 예능, 기특하다

JTBC의 새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과 ‘비긴어게인’이 동시에 출격했다. 최근 ‘아는형님’, ‘한끼줍쇼’, ‘뭉쳐야 뜬다’, ‘크라임씬3’ 등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JTBC이기에 이번엔 어떤 성격의 예능이 탄생했을까 기대가 모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MSG가 없어 정갈한 힐링 예능이 탄생했다.

‘효리네 민박’은 가수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가 실제 거주하는 제주도 자택을 민박집으로 운영하며 손님을 맞는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이다. 민박집을 찾는 손님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 약 2만 1천 팀이 효리네 민박에서 묵기를 자청했고, 제작진은 그 중에서 무려 1천 팀과 미팅을 했다. 방송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있던 프로그램다웠다.

/사진=JTBC ‘효리네 민박’




지난 25일 방송된 ‘효리네 민박’ 첫 회에서는 민박집 주인으로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이효리 부부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효리네 민박’에 모였던 폭발적인 관심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평화로움과 소소함만이 가득했다. 지난 2013년 결혼한 후 어느덧 제주 생활 4년차를 맞은 두 사람. 친구 같으면서도 달달한 부부의 일상이었다.

부부가 민박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이효리 부부는 제주도에 살림을 꾸린 뒤 원치 않는 관심에 힘들어하기도 했다. 이상순은 “초대하는 것과 무작정 찾아오는 것은 다르다”고, 이효리는 “생전 모르는 사람과 먹고 자고를 같이 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면 좋겠다”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이들은 연예인으로서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꾸며서 보여주기를 원하지 않았다.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집에서 동물 가족과 교감하는 생활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효리네 민박’ 1회를 관통하는 주제는 한 마디로 일상의 자연스러움이었다. 부부가 사는 하루 일과를 시청자들과 공유하면서 그들의 생활에 스며들게끔 했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이효리는 아침 일찍 요가 수업에 나섰고 이상순은 반려동물들의 아침을 챙겨줬다. 가정집을 민박집처럼 만들기 위해 부부가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잠자리를 추가하고 조식 메뉴를 함께 고민했다. 손님맞이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사러 나서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석양을 보며 드라이브를 했다.

이날은 영업 개시 직전, 손님 맞을 준비하는 모습까지만 방송됐다. 민박집 일손을 도울 직원에 아이유가 추가됐다. 아이유는 제주도 가이드북을 공부하고 요리 연습을 하는 등 열의를 드러냈다. 첫 손님들인 20대 여성 5명이 민박집 앞까지 도착하는 모습으로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잔잔했던 두 사람의 일상에 어떤 파장이 생길지 기대됐다.

‘효리네 민박’이 끝난 후 곧바로 ‘비긴어게인’ 첫 회가 이어졌다. 약 1분 정도의 광고 후 바로 방송을 시작해, 마치 두 방송이 하나로 연결된 것처럼 느끼게 했다. 이효리가 ‘효리네 민박’으로 오랜만에 예능나들이를 하게 됐다면, ‘비긴어게인’에도 마찬가지로 오랜만에 얼굴을 비춘 가수 이소라가 있다. 여기에 유희열과 윤도현, 노홍철이 함께했다.

/사진=JTBC ‘비긴어게인’


‘비긴어게인’은 한국 가수들이 그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해외로 떠나 ‘버스킹’이라고 불리는 길거리 공연을 펼치는 야외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첫 버스킹을 펼칠 곳은 세계적 록밴드 U2와 데미안라이스의 나라 아일랜드. 특히 국내에 영화 ‘원스’로 잘 알려진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이 목적지였다. 첫 회인만큼 ‘버스킹의 성지’로 떠나게 된 것.

‘비긴어게인’도 잔잔함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우선 방송 첫 장면부터 세 뮤지션이 ‘원스’의 OST인 ‘Falling Slowly’를 연주하고 부르는 모습이 등장했다. 제주도의 숨결을 들이마시던 시청자들을 어느새 아일랜드의 감성으로 초대한 것. 프로그램의 장점을 한껏 살린 도입부였다.



‘비긴어게인’은 음악 여행을 내세운 프로그램. 낯선 나라에서 여행을 하되 어찌됐든 음악에 방점을 찍는다. 그런 만큼, 방송 내내 풍경과 상황에 걸맞은 음악이 흘러나왔다. 예능으로서 전개는 느릴지라도, 출연자들이 선보이는 음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중간에 노래를 끊지 않았다. 라이브를 원 없이 듣기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방송이었다.

체력이 방전된 이소라를 제외하고 유희열, 윤도현, 노홍철은 더블린 거리를 관광했다. ‘원스’에 등장한 그래프턴 거리를 자유로이 거닐었다. 월튼 악기점에 들어가 영화 속 장면처럼 ‘Falling Slowly’를 부르고, 영화 ‘싱스트리트’ OST인 ‘To Fine you’까지 연주했다. 여기에 숙소에서 함께 모여 연습하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더하니, ‘귀호강 끝판왕’이다.

의외로 예능감을 뽐낸 것은 유희열이었다. SBS ‘K팝스타’ 심사위원을 할 때처럼 버스킹하는 사람들을 두고 “호흡이 너무 많다”는 등 심사평을 내놓는가 하면, ‘원스’에서 글렌 핸사드가 기타 케이스를 도둑맞던 장면을 재연하게 만들었다. 윤도현은 ‘버스킹 봇’이었다. 세인트 스티븐 그린공원에서 U2의 ‘With or Without you’, YB의 ‘담배가게 아가씨’를 열창했다.

이날 팀명도 정해졌다. 발렛파킹, YB(유희열 밴드) 등 여러 후보를 물리치고 ‘비긴 어스’(Begin us)가 당첨됐다. 프로그램명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비긴 어스’는 ‘시작하는 우리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자들이 “초심을 찾게 된 여행”이라고 말한 것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무엇을 꾸미려고 하지 않았다. 억지스러움으로 가득 찬 미션도 없었고 제작진의 개입도 크지 않았다. 출연진들의 자유의지를 막을만한 그 어떤 장애물도 없었다. 인위적인 장치도 없고 편집이 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지루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다만, 그렇기에 이효리의 부부의 자연스러운 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고, 비긴어스의 노래를 차분하게 음미할 수 있었다. 자극적인 재미 대신 풍성한 감성이 자리를 채운 것.

이효리와 이상순이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에는 오로지 주인 부부의 취향과 선택만이 관여했다. 손님이 오면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먹을 것을 준비하고 집을 청소하는, 딱 그 정도의 성의와 노력이 더해졌을 뿐이었다. ‘비긴어게인’도 숙소와 이동수단을 미리 준비해뒀다.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하라는 제작진의 의도였다. ‘하루 1회 버스킹’이라는 틀이 있기는 하지만 본인들이 원하는 어느 곳에서든 기타를 꺼내들어 원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누구나 아쉬워하는 한 주의 끝 일요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월요일에 대한 압박으로 잠들기 싫어지는 그 밤. 때마침 내리는 한 줄기 비가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그 때, ‘효리네 민박’과 ‘비긴어게인’이 찾아왔다. 도합 3시간 내내 ‘빵빵’ 터지지 않으면 어떠한가. 일주일을 마무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풍경들이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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