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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찢겨진 한지...신비로운 色의 향연

전병현 작가 개인전

전병현 ‘Appear-Banquet’ /사진제공=가나아트센터




찢긴 종이가 흩날리는 진눈깨비 같다. 한지에 은은하게 스민 물감이 수채의 화사함을 배가시킨다. 작가 생활 40년을 맞은 전병현(60·사진)이 한지를 찢고 벗겨내는 작업을 통해 재료의 본질에 한발 더 다가섰다. 거칠게 벗겨진 종이의 질감과 그 사이에서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색의 향연이 더없이 신비롭다.

신작 40여 점을 내놓은 그의 개인전 ‘드러냄 연작(Appearing Series)’이 열리는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키우던 강아지가 소파를 찢어놓은 것을 보았을 때 망연자실하면서도 스트레스가 풀려 직접 종이를 찢게 됐다”고 동기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림 그리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은 정리를 평생의 업으로 삼는데, 마음을 딱 놓고 (종이를) 막 어지럽히니 나도, 주위 사람들도 굉장히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5~6년을 주기로 (기존 작업 방식을) 다 잊어버리고 새로운 형식을 선보이려고 한다”며 “7~8년 전 작품을 또 보여주는 건 재미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얼핏 보면 쉬워 보이지만, 그가 이번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 두꺼운 한지를 틀에 붙인 후 그림을 그리고 물감이 마르기 전 새로운 종이를 배접(한지 등을 겹붙이는 행위)해 새로운 종이에 스며들게 한다. 물감이 마르면 색이 스며든 새로운 종이 위에 또 다른 색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 과정을 6~7회 반복한 후 겹쳐진 종이를 찢어내기 시작한다. 찢은 뒤에는 목탄·파스텔 작업 이외의 채색은 하지 않는다. 그는 이런 작업방법에 대해 “원초적인 색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마치 (이미 때가 묻은 사람들이) 다들 초심으로 돌아가려 하듯, (종이에) 수묵이 스며듦에 따라 최초에 썼던 색이 어떻게 변했을지 상상하며 찢는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우리나라의 서양화 및 유화 선호를 안타까워했다. 전병현은 “유화는 색을 덧입히지만, 한지는 색을 머금는다”며 “이 때문에 붓을 제어하기 정말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지는 1,000년을 가는 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로지 색으로만 남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작품들은 은은하면서도 강렬했다. 7월 16일까지.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전병현 화가가 그의 작품 ‘Appear-Birch Forest’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우영탁기자


전병현 ‘Appear-Garden’ /우영탁기자


전병현 ‘Appear-Swimming’ /사진제공=가나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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