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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스토리]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 "교사 꿈 꿨던 농촌 소년이 학생 대신 농민 품었죠"

구례농협 말단 직원서 시작

농협금융 계열사 사장까지

수십년간 농촌 걱정은 숙명

고령화에 가입 연령 늘리고

전담 간호사 효도콜 서비스 등

농업인 특화상품으로 차별화

국내업계 선두 보험사 키울 것





“지금 바깥 날씨 어떻습니까? 아직 가뭄이 심각해서 비가 더 와야 할텐데….”

서기봉(58) NH농협생명 사장은 인터뷰를 위해 서울 서대문 본사 집무실을 찾아간 기자를 보자마자 대뜸 날씨 걱정부터 늘어놨다. 흔한 인사치레용 날씨 얘기가 아니었다. 호쾌한 인상이지만 ‘가뭄’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순간만큼은 얼굴 전체로 수심이 번졌다. 수십년 동안 농협 배지를 달고 지내다 보니 날씨가 좋지 않으면 농심(農心) 걱정부터 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했다. 학업을 마치고 고향 농협에 갓 입사했을 때도, 농협은행에서 전국 영업을 총괄하던 때도, 그리고 현재 농협생명 사장 자리에 앉아서도 그저 농촌 걱정을 하는 서 사장은 영락없는 ‘농촌의 아들’이다. 서 사장은 “가뭄에 우박,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요즘 농업인들이 정말 힘들다”며 “일손이 부족한 마을에 가서 농업인들 옆에 쪼그리고 앉아 일을 거들다 보면 괜스레 미안해지고는 한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올 초 농협은행 부행장에서 농협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은행에서 부행장이 된 지 불과 1년 만에 다시 농협금융 계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파격 인사였다. 서 사장은 중앙회 시절 공제 업무를 맡은 적이 있고 은행에서 방카슈랑스를 담당한 경력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비보험인’이 국내 4위 생명보험사의 경영을 총괄 책임지게 됐다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서 사장을 보험사 사장으로 발탁한 농협금융의 인사는 그의 농촌에 대한 뿌리 깊은 이해와 애정으로 가늠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다른 보험사와 달리 농협생명은 경영 계획과 방향을 수립하는 데 있어 결코 농업인을 뺄 수 없고 농민을 위한 심도 있는 상품 개발에도 그 어느 보험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서 사장은 농촌과의 인연이 이토록 단단할 줄 알았느냐는 질문에 다소 쑥스러워하며 “원래 꿈은 교사였다”고 답했다. 그는 “어린 시절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방황한 적도 있었다”며 “하지만 운 좋게도 따뜻하게 품어주고 이해해주는 선생님들을 만난 덕분에 엇나가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그때 선생님들에게서 느꼈던 따뜻함을 이제는 후배 직원과 고객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 사장은 전남 구례군 토지면 출신이다. 북쪽에는 지리산이, 남쪽에는 섬진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남도의 시골 마을이다. 볍씨를 고르고, 못자리를 만들고, 모내기를 하고, 피를 뽑고, 김을 매고, 벼를 베고, 벼 이삭을 훑다 보면 어느새 한 해가 훌쩍 가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서 사장은 선생님들의 추천으로 구례농고를 거쳐 농협대로 진학했고 구례 지역농업협동조합에 입사했다. 서 사장은 “농협에 들어간 후 막내로서 자주 현장에 나가 농업인들을 직접 만나 고충을 듣고 판로를 같이 찾고는 했다”며 “젊은 시절 6년을 그렇게 농업인들과 함께 보냈는데 돌이켜보면 그때가 참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후 서 사장은 농협중앙회로 소속이 바뀌었고 다시 농협은행으로 이동해 은행업무를 담당했다. 농협은행에서는 농업금융부장·공공금융부장·영업추진본부장 등을 차례로 역임했다. 구례농협 말단 직원에서 시작해 농협은행 핵심 임원을 거쳐 어느덧 농협생명 사장까지 맡게 된 것이다.



서 사장은 “지금 보험업계가 많이 어렵다”며 “취임 직후 어떤 부분부터 차별화를 시도해보는 게 좋을지 많이 고민하다가 농업인 특화 상품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 농협생명은 서 사장의 진두지휘 속에 최근 농업인 특화 보험이라 할 수 있는 ‘농사랑NH보장보험’을 개발하고 생명보험상품심의위원회에 배타적사용권 신청까지 마쳤다.

서 사장은 “농사가 별일 아닌 것 같지만 농업인들은 사용하는 근육 자체가 일반인과 다르다”며 “예를 들면 농작업 중에 골절과 근육·인대 파열을 많이 당하는데 이런 농업인의 특수한 상황을 별도로 고려해주는 보험 상품을 시중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고 상품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서 사장은 “농협보험을 제외한 모든 보험회사에서 농업인을 위험직군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이런 가입장벽 때문에 농업인의 민간보험 가입률은 28%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농업인을 위한 ‘착한 보험’을 만들었다는 게 서 사장의 설명이다. 보험 가입 가능 연령도 확대했다. 고령화라는 농촌의 현실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농촌 인구의 38%가 사실상 보험 가입이 어려운 65세 이상 고령자인 만큼 신상품은 75세까지 가입할 수 있도록 했고 보험료 추가 인상 없이 최대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서 사장은 “농업인을 위한 상품은 이윤을 남기겠다기보다 농촌 지역의 안전장치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며 “보험 가입에 따른 부가 서비스에도 전담 간호사가 매월 안부 전화를 하는 효도콜, 상급 병원까지 동행하는 에스코트 등 홀로 사는 노인들이 많은 농촌의 현실을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서 사장은 농협생명을 농업인을 생각하는 보험사인 동시에 국내 보험업계를 이끌어가는 보험사로 더욱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근 코끼리를 농협생명 대표 캐릭터로 사용한 서 사장은 “귀가 큰 코끼리처럼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장수하는 코끼리처럼 고객과 오래오래 함께 성장하는 보험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He is...△1959년 전남 구례 △1978년 전남 구례농고 졸업 △1980년 농협대 협동조합과 졸업 △1986년 농협중앙회 입사 △2008년 서울 오목교역 지점장 △2009년 공공금융서비스부 단장 △2012년 농협은행 농업금융부장 △2015년 공공금융부장 △2016년 농협은행 영업추진본부장 △2017년 1월 NH농협생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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