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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악몽 엄습하는 한국경제] '떨어지는 칼날' 유가...2015·2016년 최악 수출 침체 재연되나

연초 배럴당 55弗 넘었지만 반년만에 40弗 붕괴 전망

수출액 증가 중 60%가 고유가 따른 제품값 상승 효과

저유가→수출감소→내수부진 이어질 땐 타격 클수도





지난 2년간 한국 경제를 짓눌렀던 저유가의 공포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말 급락세를 보인 국제유가는 세계 경기에도 찬물을 끼얹으며 우리 수출을 19개월 연속 감소라는 터널에 밀어 넣기도 했다. 우리 경제는 최근 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 증가로 성장률이 개선되는 상황인데 유가가 다시 아래로 향할 경우 경기가 급락할 우려도 있다.

2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세계 3대 유종(두바이·WTI·브렌트)의 배럴당 평균 가격은 44달러24센트(23일 기준)까지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45달러 선을 밑돈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유가 하락은 감산 합의를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일부가 되레 증산한 것과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올해 초 55달러 선을 넘나들던 상황을 감안하면 반년 만에 유가가 20%가량 급락한 셈이다. 이에 세계금융시장은 유가를 ‘떨어지는 칼날’에 비유하며 40달러가 붕괴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거론하는 실정이다.

◇유가와 연동하는 수출…유가 급락으로 불안감 엄습=유가가 40달러를 향해 미끄러지면서 우리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우리 경제는 1·4분기 분기 경제성장률이 1.1%를 기록해 2015년 3·4분기(1.3%) 이후 6개 분기 만에 1%대를 회복했다. 성장률 1%를 이끈 것은 수출이다. 1·4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4%에 그쳤는데 수출은 2.1% 증가했다. 수출 증가에 따라 설비투자(4.4%)도 대폭 늘었다. 부진한 내수를 수출이 메웠다는 얘기다.

올 들어 매월 두자릿수로 뛰고 있는 우리 수출은 국제유가 상승이 전 세계 상품가격을 끌어올린 데 영향을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1~4월 우리 수출 증가율(16.8%) 가운데 60%(10.1%포인트)는 유가의 상승효과가 작용했다. 유가가 뛰면 석탄과 가스 등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중동 산유국과 신흥국 경기가 좋아진다. 이에 맞춰 아세안(5월·36%) 수출과 중남미(2.4%), 독립국가연합(CIS·34.6%) 수출도 나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유가가 급락하면 경제성장을 이끌던 수출마저 꺾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유가 하락에 맞춰 수출금액지수의 증가율은 최근 들어 다시 낮아지고 있다. 유가가 55달러 선으로 뛰었던 2월 우리 수출금액지수 증가율이 전년 대비 22%를 기록했지만 유가가 40달러대로 진입했던 5월에는 11%로 하락했다. 당장 우리 주력품목들의 수출액이 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전체 수출 가운데 6.2%를 차지하는 석유제품은 올 4월까지 수출액이 46.6% 뛰었는데 99%가 가격 상승 때문이었다. 석유화학(비중 8.2%)도 수출액 증가율(23%) 가운데 64%, 철강은 80%, 디스플레이도 96%가 가격 상승 덕이었다. 100달러대이던 유가가 30~50달러 선으로 곤두박질치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수출 감소를 겪었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유가가 내려가면 우리 경제 전체의 수입액이 하락해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를 늘린다. 흑자가 쌓이면 원화는 강세로 돌아서 수출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

◇내수마저 힘 못 쓰는데…“2015년 급락기보다 더 치명적”=문제는 이번 유가 하락은 2015~2016년보다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당시에는 수출이 부진했지만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와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소비 진작 정책,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2016년 6월)에 힘입어 민간소비가 성장률을 어느 정도 지지해줬다. 하지만 현재는 민간소비 자체가 부진한 상황이고 한은은 미국의 금리 상승 기조에 맞춰 기준금리 인상을 조율하는 상황이다.

수출이 줄면 1·4분기 성장률을 지탱했던 설비투자도 함께 줄어들어 고용지표까지 악화될 수 있다. 더욱이 유화와 조선업은 지난 2년간 저유가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조선의 경우 수조원의 혈세까지 투입됐다. 만약 유가가 급락한다면 업황이 기울어 수출은 물론 내수에도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정부의 부동산·가계부채 대책으로 1·4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렸던 건설투자(6.8%)도 움츠러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수출이 감소하면 내수 부진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준표 현대연 연구위원은 “유가가 계속 떨어지면 수출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하반기 우리 수출은 큰 폭의 둔화세가 분명해지고 있고 마이너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구경우·빈난새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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