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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재개도 중단도 쉽잖아...극한갈등만 야기할 듯

시공단계서 공사중단 첫 사례

"1조6,000억 쏟아 부었는데..."

업체들 당혹...소송전 이어질듯

정부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27일 발표했다. 향후 공사 재개 및 완전 중단 여부는 공론화위원회 논의를 거쳐 시민배심원단이 최종결정한다. 사진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조감도 /연합뉴스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계속 논란거리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에너지정책 공약의 하나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내걸었다. 신고리 5·6호기 중단을 비롯한 탈(脫) 원전 공약은 상당한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우선순위로 시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는 에너지 공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수력원자력을 불러 해당 내용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와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왔다. 이미 28.8%(5월 말 기준)가량 진행된 공사를 중단할 경우 업계와 지역 경제가 받는 타격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결국 시민배심원단에 공을 넘겼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힘든 상황에서 독일 등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한 ‘시민배심원단’ 제도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사가 일시중단된 이상 공사재개 쪽으로 여론이 쏠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극도의 갈등을 야기했던 제2의 방폐장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시공 단계에서 중단은 첫 사례…탈원전 힘 실리나=30%에 육박한 상황에서 영구 중단이냐 건설 계속이냐는 문제는 시민배심원단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건설 중인 원전의 시공이 중단된 것은 처음이다. 만약 시민배심원단의 손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영구중단이 확정되면 문 대통령의 탈원전 행보에 한층 더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가 정부의 이번 결정이 문재인 정부의 석탄 화력·원자력 발전소 건설의 중단 및 백지화 추진의 ‘신호탄’이 아니겠느냐며 긴장하는 이유다. 신규 석탄 화력·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이 백지화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부족한 ‘먹거리’가 더 줄어들게 돼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독일의 ‘핵폐기장 부지선정 시민소통위원회’를 벤치마킹했다. 독일 정부는 7만명에게 전화설문을 돌렸고 그중에서 571명이 표본으로 추출됐다. 그리고 120명으로 시민패널단을 구성해 현재 이 시민패널단들이 논의를 진행 중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최종 결정을 내릴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한다. 시민배심원단이 공사를 영구히 중단할지 재개할지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되며 아직 시민배심원 구성이나 의사결정 원칙은 정해지지 않았다. 총리실은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지원조직을 구성하는 등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업체들 당혹…중단 땐 보상문제 논란 커질 듯=공사를 진행해온 시공업체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현재 공정률이 30%에 육박했기 때문에 의견수렴을 거쳐 3개월 후 공사 중단이 최종 결정될 경우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지난달 말 기준 28.8%가량 진행됐다. 세부적으로는 설계가 79%, 기자재 구매가 53% 이뤄졌으며 실제 시공 공정률은 9%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위해 이미 집행된 공사비는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가 완전히 중단될 경우 매몰 비용(총 손실)은 2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삼성물산·두산중공업·한화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해왔다. 이들 건설사 이외에도 협력사까지 합하면 수백 개의 업체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관여하고 있다.

물론 이들 업체는 이날 신고리 5·6호기 건설 잠정중단 발표에 대해 “공청회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향후 절차를 한수원과 협의해 진행하겠다”는 입장 이외에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불만과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컨소시엄을 구성한 업체 중 두산중공업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의 상당 부분을 맡고 있는데다 원자로·증기발생기·보일러·터빈 등 주기기 공급계약까지 맺었기 때문에 사업 백지화가 이뤄질 경우 금전적으로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공정 진행률은 50% 정도로 두산중공업은 전체 2조3,000억원의 공사대금의 절반 수준인 1조1,000억원가량의 금액을 받은 상태다. 원전 건설이 완전히 중단되면 나머지 도급잔액 1조2,000억원 만큼의 일감이 사라진다.

공사 중단으로 최종 결론 나면 당장 보상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공사의 귀책사유에 따른 공사 중단은 아니기 때문에 계약 내용에 따라 그동안 진행된 공사의 기성금을 정산받거나 계약 파기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지만 발주처와 시공업체 간의 견해차가 있으면 다툼이 생기거나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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