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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 FOCUS|악(惡)과 인간에 대하여

OF VICE AND MEN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일자리를 더 많이 없애는 건 사모펀드일까, 아니면 벤처자본일까? 기술에 관한 한, 양쪽은 서로에게 책임을 돌릴 것이다. 하지만 돈만 좇는 두 부문 모두 요점을 놓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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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뉴욕 타임스에 벤처투자자 마이클 모리츠 Michael Moritz의 기고가 실렸다. 그는 이 글에서 사모펀드의 해악을 통렬히 비판했다. 이론적으론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그는 사모펀드 기업들이 과도한 차입금으로 타 기업을 인수하고, 인수 기업의 직원을 해고하고, 편법 이자소득세로 펀드 매니저들의 지갑을 채워주는 행위를 개탄했다. 블랙스톤 그룹 Blackstone Group CEO 스티븐 슈워츠먼 Stephen Schwarzman의 부를 2016년 대선의 포퓰리즘 수사와 결부시키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기업인협회 위원인 슈워츠먼이 자신의 편의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모 펀드’가 PR용으로 포장된 단어라고 조롱하며, 기존의 ‘차입매수(leveraged buyouts)’가 더욱 정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1주일 후, 슈워츠먼은 자신의 70세 생일 파티를 열었다. 그의 60세 생일 파티만큼이나 화려했다(유명 가수 로드 스튜어트 Rod Stewart의 공연이 있었고, 랍스터와 안심 스테이크가 주 메뉴로 나왔다. 실물 크기의 초상화가 걸리기도 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월가의 상징이 된 고급 턱시도 파티로, 허영으로 가득한 초호화 파티가 또 한 차례 열린 셈이었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시민들이 빈익빈 부익부의 종식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설 수도 있었던 완벽한 계기였다. 하지만 그 같은 시위는 없었다. 업계 내부자들만이 트위터를 통해 연회장의 낙타들, 공중그네 곡예사들, 그웬 스테퍼니 Gwen Stefani의 공연을 언급하며 조롱했을 뿐이었다. 국민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히려 실리콘밸리 엘리트층이 ‘운명의 날 벙커(doomsday bunkers)’ *역주: 가격이 20만~2,000만 달러에 달하는 지하대피시설 에 투자한 사실을 다룬 기사가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 기사는 모리츠의 실리콘밸리 동료들 사이에 퍼지고 있던 의구심을 확인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 만화에 등장하는 악당은 더 이상 탐욕스러운 월가 금융인들이 아니었다. 또 다른 권력의 중심에 국민들이 생각하는 새로운 악당이 출현하고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수 많은 억만장자 기업가들이 ‘혁신’의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거나, 그 피해자들에게 공감을 표하지 않고 있다. 그들에겐 일자리 감소에 대한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 해외로 일자리를 보냈기 때문이 아니라, 일자리를 불필요한 것으로 (혹은 사람보다 로봇에 좀 더 적합한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냉소적으로 권력과 탐욕을 추구하는 금융인들을 바라보는 일은 이제 익숙해졌다. 하지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실리콘밸리의 모토는 이 상황에서 상처에 모욕감까지 얹는 격이다.

비평가들은 모리츠의 논평에 반론을 제기했다. 뉴욕 타임스 소속 M&A 칼럼니스트는 이를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사모펀드 로비단체는 스타트업 기업들도 차입금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모리츠가 일자리 감소의 주범으로 월가를 지목한 것에 대해, 비평가들은 그가 운영하는 세쿼이아 캐피털 Sequoia Capital에 막대한 투자를 한 구글이야말로 광고 및 미디어 산업을 잠식했다고 (또 언젠가 택시와 트럭 운전기사들의 일자리도 빼앗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필요한 일자리를 지키려고 기술 진보를 막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잠재적으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는 혁신을 막는 것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새롭게 권력의 중심으로 부상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일자리를 뺏긴 시민들이 반기를 들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혁신 기술의 부정적 여파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BY ERIN GRIFF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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