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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탈원전정책 - 반대

김명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탈핵 포기' 대만처럼 전력 부족 불보듯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정책에 대한 찬성과 비판 여론이 거세게 맞붙고 있다.

지난 27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에서 30%에 가까운 공정률을 보인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건설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를 하면서 예산 낭비 논란부터 전력수급 우려까지 다양한 반대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원전과 화력발전을 줄이는 대신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비중을 20%로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탈원전 찬성 측은 원전 폐로 비용까지 감안하면 원전이 결코 경제적이지 않으며 세계 추세에 맞춰 원전과 화전에서 재생에너지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원전 퇴출에 나선 선진국들도 에너지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비효율적인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을 멈추고 현재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에너지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지난 1일 230명의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급한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여러 전문가와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요구했다. 19일 고리 1호기 가동정지 기념식에서 대통령은 이날이 우리나라가 탈핵으로 가는 출발점이라고 선언했다. 성명서 발표에 서명한 교수들은 대통령의 기념사에 놀라움과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잘못된 자료 인용과 인식에 주위의 참모들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않았다는 심증도 갖게 됐다. 탈원전정책은 편향된 시각을 가진 비전문가들 몇몇에 의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지난 대선 때 선언한 공약이었지만 이제 현실적 시각으로 수정돼야 한다.





우선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한 오해다. 무엇보다 ‘가격과 효율성을 중시해 안전성은 후순위였다’는 시각은 어불성설이다. 원전은 고리1호기 건설 때부터 주민들의 반대가 많았고 지난 40년 동안 안전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아 안전성은 항상 최우선 쟁점이었다. 그렇기에 안전성 향상과 확인 절차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이제 우리나라 원전은 국민들이 안심해도 될 정도로 안전하다. 지난 40년간 작은 사고 한 번 없었다. 전 세계에서 연구로까지 포함해 700여기의 원자로가 운영되고 있지만 지진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경우는 한 번도 없다. 옛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설계상 오류, 운영규정 위반 등이 겹친 상상할 수 없는 참사였다. 이런 일은 이제 어디에서도 절대 일어날 수 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오해는 방사성원소가 누출돼 지역이 오염된 것은 맞지만 1,368명이 사망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다. 또 지진과 관련성이 없다. 이 부분에 대해 일본 정부도 당혹함을 표현했다. 얼마나 대통령의 기념사가 검증되지 않고 편향되게 만들어졌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둘째는 우리나라만 세계적 추세를 거부하고 원전을 확대한다는 오해다. 현재 31개 국가에서 총 449개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60기를 건설하고 있는데 운영되고 있는 원전의 개수는 지난 20년간 소폭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최근 탈원전을 선언한 나라는 독일·스위스·대만뿐이며 많은 나라가 확대·축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영국 등은 원자력발전을 확대하는 정책을 세웠고 많은 나라가 건설자금이 없어 그렇지 모두 건설하고 싶어 한다. 우리나라가 탈원전을 하면 이제 국제시장에서 인정받고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리는 꼴이 된다. 또 탈원전 후 어려움을 겪는 나라도 봐야 한다. 독일은 석탄발전을 확대했으며 전력요금의 상승을 피할 수 없었다. 스위스는 수력발전을 확대해야 했으며 이웃 나라에 전력을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인 대만은 14일 원전 2기를 재가동하기로 결정해 탈원전이 어려운 것임을 입증했다.

셋째는 원전과 석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다는 오해다. 정부는 전체 전력의 20%를 신재생이 담당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오랫동안 집중 투자하고 보급사업을 확대하며 세제혜택을 주면 신재생의 비중을 억지로 20% 이상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노력을 지난 10년간 해왔는데 결과가 썩 좋지 않다. 태양광·풍력은 토지 가격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가격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 억지로 비중을 높이면 대체 발전소와 전력저장 시설 확충에 들어가는 돈이 어마어마하다. 그런 사치가 없다. 결국은 속도 문제다. 탈원전이든 탈석유든 신재생 확대든 목표는 맞지만 우리나라 실정에 어떤 속도가 적합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보면 탈원전은 바로 가스발전 확대로 연결된다. 가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안정적인 에너지가 아니다. 비싸게 수입해야 하고 큰 저장시설이 필요해 수급 및 안전성이 떨어진다. 미세먼지 발생량은 매우 적지만 초미세먼지 발생량은 오히려 석탄보다 2.5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방향이 맞으면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환상이 있다. 투자할수록 신재생에너지는 싸지고 수급 안정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가설에 집착한다. 반면 원자력은 실적이 있는 실체다. 원자력 분야에도 더 싸고 방사성 폐기물 문제도 없는 극도로 안전한 원자로가 나온다는 꿈이 있다. 이 꿈에 빌 게이츠가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 20~30년은 누구도 책임지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만처럼 몇 년 안에 잘못이 확인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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