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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 -앵그리텔 된 오피스텔] 주민참여 없는데 法요건 엄격..."감시·감독할 관리단 구성 별따기"

소유주 "내가 살 집 아닌데..." 세입자 "2년만 참자"

문자로 사전투표까지 해도 투표율 못채워 물거품

지자체, 실태 파악은 커녕 관리단 현황 조차 몰라

"주거용에 한해 아파트와 똑같은 주택법 적용해야"

오피스텔 관리비 갈등 심화로 주민 자치 관리조직인 ‘관리단’ 구성을 지원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 분당에 고층 오피스텔들이 마치 숲처럼 빼곡히 들어서 있다. /서울경제DB








관리인과 관리위원을 뽑기 위한 선거가 진행되던 서울 문정지구 A오피스텔 대회의실. 적지 않은 사람이 투표를 위해 왔을 것이라는 생각에 문을 열었지만 펼쳐진 모습은 전혀 딴판이었다. 운동장처럼 드넓은 공간에 사람이라곤 달랑 3명. 이들도 선거관리위원장과 관리위원, 그리고 업무보조를 위해 나온 생활지원센터장이 전부였다. 1시간 동안 간간이 오가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모두 투표와는 무관한 사람들뿐. 이날 오후6시까지 진행된 이번 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결국 의결정족수인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38%에 그쳤다. 관리단 구성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틀간 문자를 통한 사전투표까지 실시하는 등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피스텔 관계자는 “관리단 선출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고 허탈해하며 “현재와 같은 엄격한 법 규정으로는 어떤 오피스텔도 관리단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과도한 관리비, 관리인 또는 관리업체의 횡령 등 오피스텔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감시하고 감독할 입주민 관리단이 구성된 곳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집합건물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에 따르면 오피스텔은 세대별 소유자들 또는 세입자들이 건물과 대지의 유지 보수 관리와 사용을 위해 관리단을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규정만으로 본다면 모든 오피스텔에 관리단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국내 최대 오피스텔 밀집지역인 서울 문정지구만 하더라도 6개 오피스텔 중 관리단이 구성된 곳은 약 1,570세대인 한화 오벨리스크가 전부다. 나머지는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해 8,000여세대가 관리비 감독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오피스텔들이 관리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데는 지나치게 엄격한 법적 요건이 한몫하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관리위원 역할을 하는 동(棟)대표는 해당 입주민 과반 출석에 최다득표자(복수후보)나 출석자 과반의 찬성(단독 후보)으로 뽑을 수 있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전체 입주민(소유자 또는 세입자) 과반의 찬성과 전체 지분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관리인이나 관리위원을 선출할 수 있다.



소유주와 실거주자가 다른 것도 관리단 구성을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오피스텔의 경우 입주민의 80~90%는 세입자로 추정된다. 실제로 서울 신촌의 한 오피스텔의 경우 소유자가 거주하고 있는 곳은 총 156세대 중 단 5세대뿐이었고 송파의 오피스텔도 총 1,357세대 중 16세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입자들의 권한은 극히 제한적이다. 세입자는 관리단 집회에는 참여할 수는 있지만 소유자가 참석하지 않거나 권한을 위임받았을 때만 가능하고 그나마도 관리규약 개정에는 의결권이 없다.

게다가 관리인은 소유자에게만 관리비 집행 내역 등 관련 사무를 1년에 한 번 보고하면 될 뿐 세입자에게는 아무런 의무도 지지 않는다. 실제 관리비를 내며 사는 세입자로서는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오피스텔 관리 운영에 실질적인 이해당사자인 세입자들이 외면당하니 관심도 함께 멀어지는 게 당연할 수밖에 없다. 문정지구 B오피스텔은 지난 2월 관리단 구성을 위한 집회를 소집했지만 1,384여세대 중 불과 30세대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종대 서울시 주택정책개발센터장은 “소유주는 자신이 직접 살지 않기 때문에 관리단이 구성되든 말든 관심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세입자도 2년 후 거취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참고 지내자’는 의식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오피스텔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정확한 실태 파악은 물론 관리단 구성 현황조차 모른다. 그나마 2015년 오피스텔 거주 가구 수가 32만194가구이고 2015년 말 기준 기준시가를 고시한 오피스텔이 전국에 총 6,918개동이 있다는 것 정도만 밝혀졌을 따름이다. 전수조사를 통해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을 둘러싼 잡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거용’에 관한 한 주택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 목소리를 같이한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최근 집합건물법 개정안을 발의한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에 보낸 ‘입법조사회답’에서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임대인 양도소득세 등 납부에 따른 특례를 받기 위해 소유자들이 임차인의 전입신고를 막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전용면적 85㎡ 이하의 상하수도 시설이 갖춰진 부엌이 있고 화장실 및 목욕 시설을 갖춘 주거용 오피스텔은 업무 시설이 아닌 주택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정부 부처 간 관련법을 정비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주거용인데도 오피스텔은 집합건축법이, 아파트는 주택법이 적용되다 보니 일반인들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영두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로 상하위법 관계에 있음에도 집합건물법은 법무부가, 주택법은 국토부가 따로따로 발전시키면서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측면이 있다”며 “부처 간 법 정비를 위해 연구팀을 꾸리고 범부처 제도 개선위원회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영규선임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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