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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리얼’ 김수현에게 ‘볼링 그만 치란 말’을 누가 하는가

4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김수현을 두고 언론과 대중의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리얼’은 베일을 벗기 전, 김수현의, 김수현에 의한, 김수현을 위한 영화로 점쳐졌다. 또한 중국 알리바바픽쳐스로부터 투자를 받은 115억짜리 블록버스터로 아시아 전역 관심을 모은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나. 김수현의 모든 능력치가 담긴 작품이지만 그걸 담아 낼 영화의 그릇은 단단하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이사랑 감독의 ‘리얼’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둘러싼 두 남자의 거대한 비밀과 음모를 그린 액션 느와르. 생애 첫 1인 2역을 맡은 김수현은 카지노 조직의 보스 ‘장태영’과 의문의 투자자 ‘장태영’ 두 인물을 입체화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감독 교체, 최진리의 파격 노출 및 SNS 발언 등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시사 이후 화제성은 상상 그 이상이다.

배우 김수현/ 사진제공=코브픽쳐스




작품의 완성도는 차치하더라도 ‘김수현이 왜? 도대체 왜? 이 영화를 선택했을까?’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간 것.

김수현은 2009년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2010년 ‘자이언트’ 등을 통해 배우로서 눈도장을 찍고, 2011년 드라마 ‘드림하이’를 통해 주연배우로서 당당히 합격점을 받았다. 이후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 등의 대표작을 통해 국내는 물론 아시아 각국에까지 그야말로 ‘김수현 신드롬’을 일으킨 배우다.

이후 드라마든 영화든 김수현이 나온다고 하면, 대중들은 ‘어떤 내용일까?’ 라고 따지기 보단 ‘김수현이 나오니깐 한 번 보지 뭐’라는 생각이 먼저 정도로 신뢰를 쌓은 배우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누군간 김수현이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욕구가 커서 ‘리얼’을 선택한 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는 “이미지 변신을 원하지 않았다. 제가 항상 목표로 하고 있는 건 관객들로 하여금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배우인데, 그 과정의 흐름 중에 있는 캐릭터였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그렇다면, 2015년 ‘프로듀사’ 이후 볼링 애호가를 넘어 볼링 꿈나무가 된 김수현이 작품을 보는 안목이 떨어진건가. 실제로 ‘리얼’이 괴작이라는 평이 돌자, 연기자가 연기가 아닌 볼링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투자했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김수현은 2016 프로볼러 선발전에 도전했지만, 2차전에서 아쉽게 탈락한 이력을 지녔다. 당시만 해도 김수현이 볼링을 유달리 좋아하는 배우라는 건 알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볼링’이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된 다는 걸.

“볼링이 연기를 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내 안으로 집중 할 수 있는 스포츠거든요. 누군가는 골프를 추천하기도 했는데, 저한텐 볼링이 딱 맞아떨어졌어요.”

그에게 볼링은 취미 그 이상이었다. ‘리얼’ 김수현을 찾을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기에. 이번 인터뷰를 통해, 김수현에게 ‘볼링 그만 치란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는 확신 역시 굳어졌다.

배우 김수현/ 사진제공=코브픽쳐스


배우 김수현/ 사진제공=코브픽쳐스


20대 김수현이 가장 치열하게 했던 고민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드라마 ‘드림하이’와 ‘해를 품은 달’을 하면서 김수현은 굉장히 겁쟁이가 되었다고 한다. 너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수록 겁은 더욱 커져갔다. 그럴수록 배우 김수현과 인간 김수현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만 갔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날은 계속됐다.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밖으로 꺼낸다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촬영장이 겁났다기 보다는 사람을 대하는 게 힘들었어요. 가면을 쓰는 느낌이랄까. 최면을 거는 느낌이랄까. 볼링을 하면서 좀 더 내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어요.”



김수현은 “연기란 나를 ‘믿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그는 원래 내 것을 찾아 캐릭터를 만들어간다. 그만큼 자신을 마주하고 믿을 수 있어야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다. 그는 ‘믿음’에 대한 걸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 김수현이란 코어 속엔 볼링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촬영장이 볼링장보다 편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아닙니다. 흐흐흐흠”이라며 빙구미 가득한 웃음을 내보인다.

김수현에 따르면, 이사랑 감독은 ‘자신은 타인에 의해서만 정의된다는 걸 알게 된다’는 사르트르식의 말을 들려줬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판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이를 이번 ‘리얼’에 빗대어 이야기 한다면, 톱스타 김수현은 지금까지 흥행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로 정의됐었는데, 그게 아닐 경우 대중은 실망의 눈초리로 김수현을 겨냥하게 된다.

인간 김수현이 진짜 되고 싶은 건 뭐였을까? 대중이 김수현이란 배우에게 진짜로 믿는 것(믿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리얼 카오스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이번 영화가 거둔 성과(?)는 단 한 가지. 대중들은 진짜 김수현의 모습을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

배우 김수현/ 사진제공=코브픽쳐스


사진제공=코브픽쳐스


김수현은 말했다. “리얼 김수현이요? 진짜 김수현은...아직은 많이 허술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짐들을 덜어내면서 완성형에 가까워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시간이 얼마 걸릴지는 모르겠지만요.”

‘리얼’은 20대 김수현의 대표작으로 남을 듯 하다. 그가 애초 원했던 의미의 대표작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대중은 김수현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했고 새로운 시선을 내보였다. ‘리얼’이 김수현의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은 아닐 듯 하다. 그는 “할 수 있다면 (다른 작품으로)남자다움을 남겨놓고 가고 싶다” 며 “(제대 후)진짜 남자가 돼서 나타나면 되겠죠” 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김수현은 영화 ‘리얼’에 대한 애정을 표출했다. “막 꼬여있는 퍼즐 같아서 관객분들이 다르게 느끼실 수도 있지만, 매듭의 끝과 끝을 찾으면 일자로 퍼집니다”며 절대 난해한 영화만은 아님을 피력했다. 그의 열혈 홍보는 인터뷰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인터뷰 장소를 나와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기자를 찾아온 김수현은 “아까 이야기 못 드렸던 게 있어요. 한마디로 ‘리얼’은 가짜들의 이야기입니다.”며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그렇게 잡고 싶었던 ‘리얼’ 김수현 퍼즐의 첫 매듭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다.

한편, 김수현, 성동일, 이성민, 최진리, 조우진, 수지(특별출연) 등이 출연하는 영화 ‘리얼’은 지난 6월28일 개봉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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