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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사고·외고 폐지-반대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평준화 함정' 빠져 학생·학부모만 피해

새 정부 공약인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폐지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5일 취임하면서 불평등·서열화 교육을 바로잡겠다며 외고·자사고 폐지 추진을 기정사실화했다. 자사고·외고의 해당 학교 및 학부모들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이 이들 학교의 폐지를 촉구하는 연합 시민단체를 출범시키는 등 폐지 찬반 양측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폐지 찬성 측은 자사고·외고가 명문대 진학 통로 역할만 하면서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공교육을 황폐화시킨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오히려 일반고 간 심각한 학력격차와 학교 서열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고 자사고·외고의 일방적 폐지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만 혼란과 피해를 안게 된다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지금까지 수차례의 자사고·외고 폐지 논란과정을 지켜볼 때 뚜렷한 결론 없이 비생산적인 논란 그 자체로만 마무리된 경험이 많아 실제 이런 논란의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만 피해가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최소한 이전처럼 학생과 학부모가 한여름 뙤약볕 아래 거리로 나오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자사고나 외고는 지난 2001년과 1980년대에 고교 평준화의 폐해와 학교를 믿고 보낼 수 없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늘어나면서 도입된 제도다. 우리나라는 독특하게 다른 나라와 다르게 정부가 한 학교당 매년 50억원 정도를 사립고 교사월급에 지원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결국 예산지원 구조상 사립고의 자율적 학교운영보다는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받아온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독특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예외적인 경우로 도입된 것이 자사고다. 현재 46개인 자사고는 사학의 건학이념에 따라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보장받는 대신 정부로부터 50억원 정도의 예산지원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본 취지는 정부가 매년 지원하던 2,000억원 정도의 자사고 예산을 절약해 전국 2,300여 고등학교에서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학교당 1억원을 추가로 집중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만약 지금의 자사고·외고 폐지가 진행되면 국민의 교육예산 부담은 현실적으로 그만큼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사고와 외고 폐지 논란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잘못된 일반고 위기의 원인 진단과 고교 평준화의 ‘오류 또는 함정’을 간과한다는 사실이다. 단적으로 일반고의 위기는 고교 평준화가 도입되던 1974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00년대인 노무현 정부부터 사교육과 집값 폭등으로 인해 고교 간 학력격차가 고착화되면서 일반고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소위 평준화의 ‘오류 또는 함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평준화로 알고 있는 것처럼 학생을 집 근처의 학교로 강제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학생이 원하는 고교를 2개 이상 선택하게 하고 이후 추첨 배정하는 방식에서 발생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일반고 중에서도 선호학교와 비선호학교가 명확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더욱 최근 수능결과에서도 전체 2,300여 고교 중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일반학교가 1,000여개에 이르고 있다. 반면에 수능 최상위권 학생을 가장 많이 배출한 일반고는 비평준화 지역 학교와 서울 강남구, 대구 수성구,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학교들이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고교 평준화는 말로만 평준화이지 실제로는 지역 격차, 더 쉽게는 집값 격차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전체 고교 중 2%인 자사고와 1%인 외고가 일반고 위기의 주요 요인이라고 주장하기보다는 현재 일반고에 나타나는 교육격차와 일반고 간 학력 서열화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지금처럼 사교육이 팽배한 상태에서 겉으로는 모든 학교를 일반고로 만드는 것이 ‘균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평준화 특정 지역 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 교육격차를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반고의 문제는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사대상 국제조사에서 우리나라 교사들이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하는 비율이 20%로 OECD 국가 중 1위로 나타난 현상처럼 교사의 전문성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더 중요한 현안이다.

이제는 소모적인 자사고·외고 폐지 논란을 넘어서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다. 자사고와 외고에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는 우수한 교육프로그램이나 교사의 전문성을 높일 방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일반고에 적용해 자사고·외고와 일반고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자사고와 외고가 설립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해당 부분을 고치도록 하면 된다.

우리는 교육정책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가 학생과 학부모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시키려고 대입제도도 최소 3년 후 변경된 사항이 반영되도록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제 자사고와 외고 폐지에서 나타난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10년간 교육의 방향을 멀리 내다보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을 추진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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