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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바이크]<41회>프랑스 파리에서 바이크거리 구경하기

■파리의 바이크 용품점, 트라이엄프 매장 방문기

매너 넘치는 파리의 운전자들…이륜차 차간주행은 일상

갔노라, 보았노라.




지난달 저는 프랑스 파리에 다녀왔습니다. 저에게 어울리는 유러피언 감성 가득한 동네죠.

죄송합니다(...)


생각 같아선 하루 이틀쯤 바이크를 렌트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어머니와의 효도 여행이었거든요. 그래서 서울 퇴계로와도 같은 곳, 파리의 바이크 거리에 들러보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언젠가 유럽에서도 바이크를 타게 되는 날이 있겠죠?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파리에 도착했습니다. 공항 입국장을 나오자마자 절도 있게 주차된 바이크들이 마구 눈에 띕니다.

엄근진


도로에선 많은 바이크를 볼 수 있었더랬죠. 우리나라 도로에서 보이는 바이크 대부분이 스쿠터라면, 파리는 비중 순으로 투어러≥스쿠터(삼륜 포함)>클래식>R차>아메리칸 정도의 느낌이더군요. BWM, 트라이엄프 투어러 기종으로 자연스럽게 출퇴근하는 듯한 파리지앵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정장에 머플러 매고 스쿠터로 출퇴근하는 파리지앵들은 정말 간지폭발이더군요. 기온 30도의 찌는 날씨라는 게 함정이었지만요.

저는 무엇보다 유럽 바이커들의 매너가 궁금했습니다. 정차시 맨 앞(정지선까지)으로 빠져나오기, 차간주행 등의 필요성과 안전성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정말 그게 맞는 건지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일주일 내내 파리를 쏘다니며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신호에 걸리면 바이커들은 무조건 맨 앞으로 빠져나왔고,

사륜차 사이로 빠져나와 신호 대기중인 바이크들


파리의 바이커들은 신호를 칼같이 지키더군요. 한국엔 부끄러움을 제 몫으로 던져주는 라이더들이 너무 많은데 말이죠.


차간주행은 매우 일상적이었습니다. 달리는 사륜차 사이로 달리는 바이크도 매우 흔하더군요. 유럽 각국에선 모터사이클 차간주행이 합법이며 사륜차들이 길을 터줄 만큼 일상적이라고 합니다. 사실 국내에도 차간주행이 불법이라는 법 규정은 없고요.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고속도로에서의 이륜차 차간주행을 허용하면서 밝힌 이유는 이렇습니다. ‘차가 막히는 도로에서 모터사이클이 사륜차를 뒤따라가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 사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프랑스 고속도로에서도 쌩쌩 사륜차 사이를 지나가는 바이크를 많이 봤습니다. 다만 뉴질랜드처럼 차간 주행&정지선 앞으로 빠져나오기 등이 모두 불법인 나라도 있는 만큼 논쟁의 여지는 여전한 듯합니다.

※참고로 고속도로의 이륜차 통행은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당연히 허용된답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비(非)라이더 여러분.



사륜차 사이사이로 삐져나와 있는 라이더들


우버를 타고 가다 본 차간주행 라이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차간주행을 해야겠단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일단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운 사륜차, 이륜차가 너무 많습니다. 깜빡이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는 차량, 두 차선을 차지하고 달리는 택시, 질풍노도의 운전 테크닉을 자랑하는 배달 오토바이까지 리스크가 너무 크거든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교통문화가 개선되길 바라며 저도 더더욱 젠틀한 운전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거리의 바이크를 열심히 구경하며 드디어 찾아간 파리의 퇴계로. 개선문에서 가까운 지하철 Argentine 역에서 나오면 바이크 거리가 펼쳐집니다.



사진=구글맵 캡처


전 카페에서 기다리는 어머니를 생각해 미리 찍어놓은 몇 군데만 들렀지만, 시간 되시는 분들은 느긋하게 구경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파리에서 바이크는 못 사오더라도, 라이딩 용품은 사올 수 있을 테니까요.

우선 용품점 두 군데에 들렀습니다. 빈티지 모터스와 스피드웨어. 물건이 아주 많고 다양하지는 않더군요. 특히 유럽도 여성 라이더의 비중이 적은 건 마찬가지라 여성용 라이딩재킷 등은 거의 없었습니다.

클래식 바이크 감성이 진해 가장 기대했던 ‘빈티지 모터스’. 그런데 홈페이지에서 미리 봐둔 헬멧도 없고 여성용 재킷은 더더욱 없더군요ㅠㅠ 게다가 역시 유로화는 비쌉니다. 국내에서 살 수 있는 제품이라면 국내에서 사길 추천합니다.


친절했던 ‘스피드웨어’매장. 가와사키 닌자를 타신다는 여자 직원 분과 “같은 가와사키 라이더”라며 반가워했더랬죠


유럽까지 와서 뭐라도 지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저는 헬멧을 하나 샀습니다. DOT 인증도 없고 내피 분리도 안 되는데도 20만원이 넘는 망나니 같은 물건이지만 예뻐서 샀습니다. 그래요, 저도 호구입니다.

이태리 브랜드라는 ‘맥스’ 헬멧. 매장 언니가 ‘보호 기능이 부실하다’며 다소 만류했지만 예뻐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빈약한 용품점의 상품 구성에 실망도 잠시. 제가 비싸서 못 샀던 트라이엄프 매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너무 파리스러운 건물에 너무 우아한 바이크 매장 아닙니까??!!

알흠다운 트라이엄프 매장


매장 바깥에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모델이 전시돼 있더군요. 구경만 해야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클래식 바이크 브랜드로만 많이들 알고 있지만, 투어러도 상당히 잘 팔리는 듯싶더군요. 우리나라에도 트라이엄프가 다시 정식 수입된다던데, 그래도 비싸겠죠? 매장 직원이 “그래도 태국에서 생산하니까 한국에서도 가격이 좀 괜찮지 않을까?”라고 토닥여주더군요.





캬~~~


캬아~~~~~


외국에서 바이크는 못 사오더라도 용품은 지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트라이엄프 장갑을 사 보았습니다. 이미 장갑은 충분히 쓸 만큼 있는데도 우윳빛깔 트라이엄프 로고가 박힌 물건을 뭐 하나라도 제발 플리즈!!! 갖고 싶은 심정이었거든요.

국기 디자인을 싫어하지만 트라이엄프라 모두 용서됩니다...!


그렇게 파리의 바이크거리에서 쇼핑을 마치고 가는 길. 제 물건에 지인 선물용까지, 마음이 참 푸근했습니다. 저 트라이엄프 쇼핑백은 소중히 한국으로 가지고 왔답니다(…).

어쨌거나 파리 방문 계획이 있는 라이더들께 팁을 드리자면, 일반용품점엔 큰 기대를 마시고 대신 모터사이클 제조사들의 매장을 공략하세요. 국내에선 찾기 힘든 각종 용품들을 살 수 있습니다(이래놓고 정작 가와사키 매장은 못 감). 가격은 결코 친절하지 않지만 그나마 일정 금액 이상이면 택스리펀이 됩니다.

다시 봐도 뿌듯한 사진


파리 사람들은 깍쟁이라고 듣고 갔는데, 의외로 낯선 사람과도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더군요. 기차를 기다리면서, 혹은 물건을 사면서 현지인과 종종 대화할 일이 생겼습니다. 프랑스인들은 영어를 알면서도 고집스레 프랑스어로만 말한다는 미신(Feat. 이원복 교수 ‘먼나라 이웃나라’ 프랑스편)이 있지만 프랑스인들 영어 잘 합니다. 외국인(특히 백인)은 무조건 미국인으로 간주하고 영어부터 시도하는 한국과는 달리 우선 프랑스어로 말을 걸어오긴 하죠. 그 다음엔 영어로 바꿔 말해줍니다.

그렇게 말을 섞은 프랑스인 중 가장 기억나는 분은 이 분입니다.



우랄 사이드카로 ‘레트로 투어’ 프로그램을 만든 이 분. 모터사이클 스타트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처음에 한 대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세 대까지 늘었답니다. 파리 명소를 우랄 사이드카에 타고 40분간 돌아보는 요금은 1인당 69유로(약 9만원). 물론 운전은 이 분이 하시고 2명까지 탑승 가능합니다. 헬멧 제공이구요.

반짝거리는 우랄 사이드카가 예뻐 말을 걸어봤습니다. 어떻게 우랄을 아냐며 신기해 하길래 말했죠.

“농담해? 나도 바이커라고!”

하이파이브로 이어집니다. “처음으로 만난 아시안 여성 라이더”라며 반가워하더군요. 요금이 비싸서 투어는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그렇게 저의 휴가는 끝났습니다(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ㅠㅠ). 바이크를 타면서 즐거운 게 하나 더 있다면, 어느 나라를 가든 용품점을 들르고 바이크 렌트를 고민하게 된다는(트라이엄프로 미국 고속도로 달리기 클릭, 대만에서 바이크 구경한 이야기 클릭) 겁니다. 여행을 더 풍성하게 해 주는 테마가 생기는 거죠.

파리에서 찍은 여러 바이크 사진을 덧붙이며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장마가 끝나는 대로, 오랜만에 시승기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번 두유바이크에서 또 만나요!

연료탱크를 전용 가죽커버로 감싼 바이크가 꽤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간지난다능


처음 보는 혼다 ‘도미네이터’. 오랫동안 변태관리하면서 아껴 탄 바이크같죠?


역시 처음 보는 혼다 ‘트랜스앨프’.


무헬멧 바이크는 한 대도 못봤습니다. 시내에선 헬멧 외의 보호장구를 딱히 착용하지 않는 분위기.


이 곳 역시 매뉴얼 바이크를 타는 여성 라이더는 드뭅니다.


간지 넘치셨던 라이더 두 분.




아메리칸은 별 인기가 없어 보였지만, 이 차퍼는 멋있네요.


살랑거리는 원피스 차림으로 스쿠터를 탄 파리지앵. 멋집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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