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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통령 순방 외교 이후 한국 외교의 과제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독일 G20 정상회의 참석이 마무리됐다. 전임 대통령의 탄핵 사태로 빚어진 정상외교의 공백을 메우고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으로서 국제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문 대통령 스스로도 느끼는 계기가 됐을 것이고, 세계열강의 정상들에게 자신이 이끄는 대한민국의 대외정책 구상을 알리는 기회도 가졌다. 사실 문대통령은 이번 미국과 독일 방문을 새 정부의 대외정책, 특히 대북통일정책을 제시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드러나 문재인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의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이다. 대북정책과 한반도 문제에 관한한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 문제는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이니 우리가 이 문제의 해결을 주도하도록 인정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요청이다. 최소한 외교적 언사로는 그렇다. 청와대는 우리가 드디어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운전석을 잡게 됐다며 이를 정상외교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다.

둘째,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책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한편으로 북한에게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의 복원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압박과 대화의 양동작전은 시간의 간격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국제사회와 한국의 역할분담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과 일본의 강력한 압박에 동의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에게는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역할해 줄 것을 요청한다. 이에 비해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평화적인 방법으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무력사용을 배제하고 북한의 정권교체나 인위적인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안전보장과 한반도의 평화를 교환하는 협상을 하자는 제안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결에서 시작해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행동 대 행동으로 주고받는 단계적인 접근법으로 북한문제를 풀어보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대북정책 구상은 정치권이나 전문가들 사이에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대북정책을 우리가 주도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핵문제를 풀겠다는 너무나 ‘지당한 말씀’에 찬사를 보내는 쪽과 국제사회의 엄중한 현실과 김정은의 야욕을 모르는 너무나 ‘순진한 환상’이라고 비난하는 쪽이 있기 때문이다. 대북정책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반으로 쪼개는 핵심적인 갈등 축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구상이 성공을 거두려면 이러한 논란과 갈등을 ‘소통과 협치’로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한반도에서 우리의 주도적 역할은 말은 쉬워도 행동으로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균형자론’도 마찬가지였다. 북한과의 핵동결과 비핵화 협상은 한미 연합훈련 중지와 주한미군 철수 주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휴전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감동을 보여주고, 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을 성사시키기 위해 정부의 관련 부서들이 분주하게 움직일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한민국 주도론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사 이 모든 것들이 성사돼도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면 축제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을 수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대한민국이 헝클어 놓는 이상한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

북핵 문제도 남북관계도 쉽게 빨리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조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서둔다면 오히려 북한에 끌려다니게 될 것이고, 우리 내부의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한국 대 국제사회의 엇박자만 부각시킬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큰 것 한 방을 기대하기보다 국내의 산적한 사회경제 현안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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