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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만 모르는 한미 FTA 3가지] ① 한국GM, 美수출 두배 늘때 현대차 '0'

② FTA는 '수출보조제' 역할... 품질·디자인·마케팅이 핵심

③ 美 공장 부품공급 등이 64%...수출 늘수록 美 고용 등 이익





지난 2012년 3월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자동차였다. 2012년 90만5,011대였던 우리나라의 북미 자동차 수출 대수는 지난해 116만5,666대로 무려 28.8%나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산 자동차 수입 대수는 2만1,757대 증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프랑스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한미 FTA를 “끔찍한 거래(horrible deal)”라고 지적하며 “우리는 어제부로 한국과 재협상(renegotiating)을 시작했다”고 한 이유 중 하나다. 트럼프는 이날 “우리는 한국을 보호하고 있지만 무역에서 한 해 400억달러를 잃고 있다”면서 “한국과 (FTA를 놓고) 재협상을 해야만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는 어떨까. 1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미 FTA의 수혜주였던 현대자동차는 2012년 북미 수출 대수가 42만5,932대에서 지난해 42만5,633대로 제자리걸음이다. 북미 수출의 대부분은 미국이다. 기아차도 3만9,500대 증가에 그쳤다. 반면 미국 업체 제너럴모터스(GM) 계열사인 한국GM은 같은 기간 북미 지역 수출 규모가 9만5,361대에서 18만7,845대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GM의 한 관계자는 “북미 수출은 거의 미국이라고 보면 되는데 ‘트랙스’와 경차 ‘스파크’의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지는 이유로 한미 FTA를 들지만 정작 한국GM이 현대차보다 더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점은 모른다. GM의 이익은 미국의 이익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GM의 대미 수출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날 동안 현대차는 증가가 없었다”며 “물론 현지생산이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현지생산 증가는 오히려 미국 내 일자리 증가라는 좋은 결과를 내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트럼프가 간과하고 있는 두 번째 사실은 단순히 FTA 체결만으로 수출과 판매가 급증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격과 품질·마케팅·환율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결과가 수출과 판매실적이다. FTA는 어디까지나 보조수단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64만2,096대를 팔았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8.6%나 줄어든 상황이다. 미국 시장 점유율도 7.6%로 2009년 이후 최저다. 일본차의 경우 상반기 미국 시장 점유율이 △도요타 13.7% △닛산 10.3% △혼다 9.4% 등이다. 6월 미국 판매량 상위 9개 브랜드 가운데 상반기 실적이 좋아진 곳은 일본 업체들뿐이다. 일본은 미국과 FTA를 맺지 않았다.

트럼프가 모르는 사실은 또 있다. 지난해 5월 미국의 권위 있는 소비자제품평가 전문지인 ‘컨슈머리포트’가 ‘톱10 TV’를 뽑았는데 LG전자 모델 6개, 삼성전자 모델 4개가 꼽혔다. 공동순위까지 포함해 전부 12개 모델이 톱10이었는데 일본 소니의 2개 모델을 제외하면 LG와 삼성이 순위를 싹쓸이했다. 물론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의 경우 한국산이라도 이제는 해외에서 미국으로 수출하거나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이 단순히 FTA에 따른 관세 인하 효과로 한국산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는 점을 컨슈머리포트는 보여준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FTA 체결국과의 무역흑자를 얘기할 때 정권 홍보 차원에서 FTA 덕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FTA 효과를 발라내기는 어렵다”며 “제품이 해외에서 많이 팔렸을 때 이것이 FTA 때문인지 품질이나 디자인이 좋아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경쟁업체가 상대적으로 마케팅을 덜한 결과인지 측정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산 차가 우리나라에서 고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비관세장벽을 포함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 불만을 갖고 있지만 현실은 이것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준다. 1994년 우리나라의 수입차 판매 1위는 포드의 ‘세이블(Sable)’이었다. 당시 904대가 팔렸는데 이는 현재 국내 시장을 호령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E200(99대)’의 10배에 가까운 실적이었다. 1997년까지 계속 1위를 차지하던 미국차는 이후 일본과 독일차에 왕좌를 넘겨줬다. 연비가 뛰어나며 안전하고 더 고급스러운 차로 소비자 취향이 바뀐 것이다. 미국차는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은 철강만 해도 미국산은 가격과 품질 측면에서 수입이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미국에 26억9,000만달러어치의 철강을, 미국은 우리 쪽에 4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트럼프가 모르는 세 번째 사실은 우리나라 대미 수출의 특수성이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중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차 등 미국에 생산기지를 둔 글로벌 기업들과의 거래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미국이 우리나라에 수입한 상품 규모는 686억달러였다. 이 중 기업 간 거래는 434억8,000만달러로 63.4%였다. 특히 우리나라 대미 수출의 3분의1가량을 책임지는 자동차 등 운송기기 분야는 비율이 80.9%로 이 같은 특성이 도드라진다. 쉽게 말해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차그룹 등의 우리 대기업 계열사가 미국 현지법인에 부품 등의 상품·용역을 수출하는 경우가 셋 중 하나인 것이다. 우리 대기업의 미국 현지법인은 미국인들을 고용한다. 트럼프가 이러한 특성을 무시하고 FTA만 탓하는 것은 “미국 내 일자리를 줄이라”는 것과 같은 뜻이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기업 간 거래는 국적이 바뀌기 때문에 수출통계에 잡히지만 실상은 수출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간재 수출도 많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한 상품·서비스 규모는 699억달러가량이다. 이의 47%인 328억달러가 미국에서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중간재였다. 건설이나 상품 제조 등에 필요한 설비인 기계류도 21%(147억달러)였다. 핸드폰 같은 최종재는 32%(224억달러)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수출의 3분의2가량이 미국 내 부가가치 창출에 사용되는 중간재와 기계설비였던 셈이다.

/세종=김영필·김상훈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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