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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스토리] 김윤환 피투피시스템즈 대표 "힘들게 딴 공인회계사 팽개치고...공간 서비스 창업에 눈 떴죠"

6년반만에 받은 자격증 접어두고

2001년 신촌 원룸서 사업 시작

공간 서비스 브랜드 '토즈' 선봬

스타트업·스몰 비즈니스 고객 대상

맞춤형 공간 '워크토즈' 하반기 공개

공부 센터 '스터디토즈' 베트남 진출

'리브토즈'로 1인 주거시장도 공략

겨우 몸 하나 누일 수 있을 정도로 좁은 방. 숨이 턱턱 막히는 작은 공간에서 2,500일 가까이 고생한 끝에 마침내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받아 든 사람 중에 합격증을 포기할 이가 얼마나 될까. 흔치 않을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하고 긴 터널을 지나 이제 막 빛을 본 이가 다시 고생길을 자처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이가 김윤환 피투피시스템즈 대표다. 김 대표는 힘들게 손에 넣은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서랍 속에 고이 넣어두고 정글과도 같은 창업 현장에 뛰어들었다. 그가 설립한 회사 피투피시스템즈는 ‘피플 투 피플(People to People)’의 약자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회사 이름은 다소 낯설지만 피투피시스템즈의 공간 서비스 브랜드 ‘토즈(TOZ)’는 익숙하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모임이 활성화되던 시기에 김 대표는 대학생들과 사회초년생 등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신촌과 대학로 등에 토즈라는 오프라인 모임 공간 서비스를 선보였다. 6년 반이라는 고시생 생활 동안 서울 돈암동 아리랑고개에 있는 고시원부터 지리산 산자락에 위치한 절, 독서실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그가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공간이라는 매개체에 주목하게 된 계기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시원 생활을 통해 얻은 결과물을 바탕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김 대표는 그 과정에서 얻은 고민들을 사업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본사를 R&D센터로 바꿔 ‘오피스’ 공간 연구

애초 인터뷰는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토즈 모임센터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가 다시 연락을 해와 인터뷰 장소를 본사가 위치한 서울 상암동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새로운 공간 서비스로 준비 중인 ‘워크토즈’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워크토즈는 피투피시스템즈가 소규모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오피스 공간 서비스다. 피투피시스템즈는 본격적인 서비스 시작에 앞서 지난 4월 본사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을 연구개발(R&D)센터로 바꾸고 140명의 본사 직원들에게 업무 성격에 따라 다섯 가지 유형의 업무 공간을 제공해 R&D를 진행하고 있다. 본사를 R&D센터로 개조하기에 앞서 6개월간의 설계와 기획 과정도 거쳤다. 김 대표는 “토즈의 강점은 고객의 세분화된 목적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반드시 이용자들의 행태를 연구하는 R&D센터를 만들고 그곳에서 관찰해 얻은 결과들을 반영시킨다”고 말했다. 워크토즈는 올 하반기에 실체가 공개될 예정이다.

사실 김 대표가 오피스 공간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토즈는 2009년 토즈비즈니스센터를 선보였으며 지금도 5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당시는 소규모 오피스 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의 개념이 지금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김 대표는 “당시 ‘코워킹플레이스(coworking place)’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아무도 그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코워킹플레이스가 추세가 되고 있고 한국에서도 위워크를 비롯해 여러 업체들이 잘 운영되고 있어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설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한국에는 현재 공유 오피스 업체들이 주목하는 스타트업 기업뿐만 아니라 기존에 오피스텔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스몰 비즈니스가 굉장히 많다”며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완전히 다른 규모의 시장으로 확장될 것”이라며 향후 성장성을 낙관했다.

김 대표가 워크토즈의 가능성을 확신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본인 스스로 소규모 사업자들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경험한 데 있다. 김 대표는 2000년대 초반 민들레영토·독수리다방 등을 전전하며 사업을 준비하다가 2001년 8월 신촌에 위치한 한 원룸에 사무실을 차렸다. 겨우 사무실을 열었지만 볼품없는 곳에 회사를 차리다 보니 신입직원 채용도 만만치 않았다. 김 대표는 “좋은 직원을 뽑기 위해 삼성동 아셈타워에 위치한 비즈니스센터인 피봇포인트를 두 시간 동안 100만원에 빌려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대부분의 소규모 사업자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워크토즈는 그런 분들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환 피투피시스템즈 대표. /송은석기자




공간 서비스란 사용자의 목적에 맞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토즈를 공간 서비스 업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다른 공간 서비스 업체와 토즈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고객 중심의 접근 방식을 꼽았다. 김 대표는 “공간 서비스업은 공간 임대업과 분명히 다르다”면서 그 차이를 “공간 임대업은 사업자가 공간을 만들어 임차인에게 와서 사용하라는 식이고 공간 서비스업은 사용자의 목적에 맞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회가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고객에게 최적화되고 세분화된 맞춤형 공간 서비스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투피시스템즈가 워크토즈를 선보이기에 앞서 R&D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공간을 사용하는 고객의 목적을 이해하기 위한 김 대표의 노력은 워크토즈가 처음이 아니다. 피투피시스템즈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R&D에 정성을 기울였다. 2001년 회사를 설립하고 2002년 신촌에 토즈 1호점을 내기 전에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수차례 인터뷰를 진행했고 2010년 경기도 분당에서 스터디토즈 1호점을 내기 전에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을 사전에 인터뷰해 스터디토즈 모델을 설계했으며 목동에 R&D센터를 만들고 난 후에도 2년 동안이나 고객을 관찰했다.



직원 채용에 있어서도 공간 서비스 업체의 철학이 담겨 있다. 김 대표가 직원을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형은 면접이며 면접에서는 인성을 중점적으로 본다. 그는 “인성이라는 것은 곧 일과 사람을 대하는 습관”이라며 “공간 서비스를 찾는 고객들은 목적이 굉장히 뚜렷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인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피투피시스템즈에 호텔리어 출신이나 항공사 승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직원들이 유난히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베트남 발판으로 아시아 진출...‘리브토즈’ 통해 주거 공간에도 도전장

설립 당시 김 대표를 포함해 직원 4명으로 시작한 토즈는 이제 직원 240명이 근무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2002년 1억2,0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액도 지난해 5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6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즈 모임센터는 현재 28곳이 운영되고있으며 스터디센터는 279곳으로 늘었다.

다음 단계는 해외시장 개척과 주거시장 진출이다. 토즈는 내년 베트남 호찌민에 스터디토즈를 먼저 선보일 계획이다. 김 대표는 “베트남은 인구 분포와 경제성장률, 높은 교육열 등이 과거 고도 성장기 한국과 많이 닮았다”며 “지금까지 일곱 번 베트남 현지를 방문해 학부모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베트남을 발판으로 향후 5~10년 안에 토즈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간 서비스 업체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주거시장 공략을 위한 ‘리브토즈’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1인 주거 공간을 이해하기 위해 R&D센터를 곧 열고 저희 직원들과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R&D를 진행할 것”이라며 “리브토즈는 단순히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목적성이 뚜렷한 개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주거 공간에서 일을 많이 하는 사람, 공부를 많이 하는 사람, 개인적인 시간을 주로 보내는 사람 등 다양한 유형의 고객이 있다”며 “이 같은 목적에 따라 세 가지 유형의 공간을 만들고 다시 주거 공간의 규모에 따라 네 가지 유형을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든든한 지원군도 얻었다. 토즈는 지난해 사모펀드운용사인 유니슨캐피탈로부터 44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유니슨캐피탈은 골드만삭스 출신의 김수민씨가 대표로 있으며 공차에도 투자한 바 있는 회사다. 김 대표는 “김수민 대표도 토즈의 고객으로 알게 됐다”며 “회사를 운영하는 철학과 관점이 저와 잘 맞는데다 때마침 회사를 확대하기 위해 자금력이 필요한 시기라 손을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리브토즈까지 완료되면 모든 서비스를 통합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며 “토즈에만 오면 내가 원하는 목적과 형태·지역·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해 모임은 물론이고 공부·일·주거까지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He is...△1972년 경남 남해 △진주 명신고 △한국외대 무역학과 △미국공인회계사(AICPA) △피투피시스템즈 대표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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