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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회색 코뿔소 앞에 선 중국

홍병문 베이징 특파원





지난 2015년 여름 대폭락의 충격을 겪은 중국 증시에 또다시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놀랍게도 이번 중국 증시 위험 신호의 진원지는 기업과 금융시장이 아니라 중국 당국이다. 금융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 당국이 오히려 증권시장 요동의 근원지가 됐다는 점은 언뜻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주 초 크게 흔들린 중국 증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2·4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9%라는 깜짝 발표가 나온 17일 중국 증시는 급락세로 마감했다. 선전종합지수가 4.28% 하락했고 소형주 중심의 선전 촹예반은 5.11% 폭락했다. 중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통계국의 발표를 민망하게 만든 결과다.

이날 증시가 급락한 것은 14~15일 열린 중국 금융공작회의에서 발표된 금융시장 통제 강화 조치 발표의 영향이 컸다. 주말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린 금융공작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여러 금융 감독기관을 아우르는 슈퍼 감독기구인 ‘금융안정발전위원회’ 설립을 지시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행감독관리위원회·증권감독관리위원회·보험감독관리위원회 등으로 분산된 금융시장 감독기관의 기능을 금융안정위로 통합해 금융시장 위험 관리에 힘을 싣겠다는 뜻이다.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금융산업의 위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시장을 적극 통제하겠다는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였다.

금융안정위 설립은 2015년 여름 중국 증시 폭락 사태 후 충분히 예견된 사안이다. 2년 전 중국 증시 폭락 사태에 가슴을 쓸어내린 시 주석은 이후 금융시장 위기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통합 감독기구 설립을 지시했다.



이미 충분히 예견된 정책 변화에 시장이 크게 요동친 것은 투자자들의 급격한 심리 변화 때문이었다. 금융공작회의 결과를 전한 외신과 중국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당국은 이번 회의 결과를 정리하는 자리에서 금융시장의 ‘위험’이라는 단어를 31차례, ‘규제’라는 단어를 28차례나 언급했다고 한다. 시 주석도 회의에 직접 참여해 “금융시장 감독을 철저히 하고 지방정부의 부채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금융공작회의 결과 향후 주식 투기에 대한 단속과 유동성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국이 금융 감독과 부채 통제를 강화하면 은행들은 자금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고 가뜩이나 자금 압박을 받는 부실기업들은 현금 흐름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시장의 불안을 더욱 부추긴 것은 2·4분기 경제성장률이 6.9%를 기록하고 내수와 수출 지표가 호조세를 띠는데도 정부가 금융시장을 빡빡하게 조여나간다는 점이었다. 여기에 이날 인민은행이 초단기 금리시장을 통해 1,400억위안을 푼 것을 두고도 시장은 당국이 굳이 이처럼 유동성을 대거 공급하는 것은 뭔가 잘못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였다.

블룸버그는 인민일보의 17일 논평을 인용해 중국 금융시장 상황을 ‘회색 코뿔소 앞에 선 중국’으로 표현했다. ‘회색 코뿔소’란 ‘발생 가능성이 높고 파급력이 큰 위험’을 뜻하는 단어로 세계정책연구소 소장인 미셸 부커가 201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개념이다. 예측과 대비를 할 수 없는 돌발사태를 의미하는 ‘블랙 스완’과 달리 회색 코뿔소는 엄청난 위험 가능성을 알고는 있지만 설마 하는 심리 때문에 실현 가능성을 무시해 발생하는 위험이다. 중국 시장은 시 주석의 금융시장 경고 신호를 현실화할 수 있는 회색 코뿔소로 받아들인 것이다.

중국이 마주하고 있는 회색 코뿔소는 금융시장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금융공작회의가 시작된 14일 차세대 중국의 유력 지도자 후보로 꼽힌 쑨정차이 충칭시 서기가 해임돼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가을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가에 파란이 일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병상에서 생을 마감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중국 당국은 애써 파장을 축소하려고 하지만 류샤오보의 죽음은 육중한 코뿔소로 남아 민주화를 외면하는 중국 당국에 경고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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