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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파트 청약 1순위 자격요건 강화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자격획득 기간 연장·가점제 비율 늘려야

다음달께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부동산대책 가운데 아파트 청약자격 강화 수위에 예비청약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6·19대책’ 이후에도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부동산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청약 1순위 기간 요건을 강화하고 청약가점제 비율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수도권 통장 가입자의 1순위 인정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축소했는데 이번에 2년으로 다시 되돌릴 경우 청약 가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순위 청약요건 강화를 찬성하는 측은 이것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고 한정된 주택자원을 실수요자들에게 우선적으로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한 첫 단추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청약요건 강화의 방향은 맞지만 여러 변수를 고려해 신중하고 세밀하게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한다. 노무현 정부 때처럼 시장을 이기려고 하면 되레 폭등을 초래할 수도 있고 누적된 가계부채도 감안해 경착륙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선분양으로 주택을 공급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요소 중 하나가 청약제도다. 청약제도는 피분양자인 소비자를 쉽게 확보하고 이들의 선입주금으로 사업비의 95%를 충당하도록 해준다. 분양받은 주택이나 그 권리(분양권)를 처분해 피분양자가 막대한 이익을 챙기도록 해주는 것도 청약제도의 존재 이유다. 선분양제의 틀 내에서 공급자와 소비자는 청약제도를 이용해 이익을 독점적으로 얻지만 기실 이는 투기적인 기제에 뒷받침되고 있다. 투기적 요행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신청자격을 부여하고 거주가 목적이 아니라 분양권 혹은 분양받은 집을 처분해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 목적이 되도록 허용한다면 그것은 투기적 게임에 다름 아니다. 지난 수년간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청약게임에 이러한 투기적인 요소를 대폭 끌어들였다.



2014년 9·1대책(2015년 3월부터 시행)이 대표적인 예다. 1순위와 2순위를 1순위로 합쳤고 1순위 자격 기준(수도권)도 청약가입 후 2년 이상에서 1년 이상으로 낮췄다. 비수도권 지역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2008년에 6개월로 줄였다. 1순위 자격자로는 세대주뿐만 아니라 세대원도 허용했고 연령도 19세 이상으로 낮췄으며 감점대상이었던 다주택자도 포함시켰다. 분양권 전매제한도 사실상 없앴다. 그 결과 9·1대책으로 1순위자가 그 자리에서 60% 늘었다. 2017년 5월 현재 1순위자는 1,308만명으로 9·1대책 전과 견줘 배가 늘었다. 청약가입자도 폭증해 2,216만명에 달한다. 국민 2명 중 1명이 청약가입자이고 국민 4명 중 1명이 1순위 자격자다. 자격을 갖춘 청약가입자들은 추첨을 통해 당첨될 날만 학수고대하고 있다. 당첨만 되면 시세 이하로 분양받은 집을 되팔아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머쥘 수 있고 아니면 분양권을 웃돈 얹어 팔아 수천만원의 공돈을 챙길 수 있다. 집값이 오르지 않을 때는 분양권 장사가 더 쏠쏠하니 기를 쓰고 청약에 달려든다. 이러한 청약제도는 거칠게 말하면 국민들을 투기꾼으로 양성하는 제도다.

실수요자에게 유리한 가점제 적용을 줄이고 주택이 절박하게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젊은 세대원, 다주택자 등)에게까지 청약 1순위 자격을 부여하며 분양권 전매 자체가 목적이 되도록 피분양 조건을 완화해주는 것 등은 모두 투기적 가수요를 부추기기 충분하다. 최근의 분양권 거래 폭증은 이를 잘 보여준다. 1순위 자격을 대폭 완화한 이듬해인 2016년 전반기 주택거래량의 28.3%가 분양권 거래였다. 주택시장 호황기였던 2006년의 17.5%에 견주면 무려 10%포인트가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첫 3년간 분양권 전매는 약 34만건으로 이명박 정부 15만건의 2.2배 정도였다. 거래금액(2015년)만도 45조원에 달했다. 1순위 자격 완화, 이에 연동된 분양권 전매제한 철폐가 이러한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2016년 11·3대책에 의해 청약조정 지역이 지정되고 1순위 자격을 강화했지만 국민 4명 중 1명은 여전히 1순위 자격자다. 이렇다 보니 조정지역 내에서도 1순위자 중 가수요자를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다.



지금의 부동산시장 활황은 지난 정부가 반복적으로 푼 규제 완화의 결과다. 1순위 자격 완화도 이에 중요한 몫을 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1순위 자격을 강화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국민의 절반이 청약가입자이고 그중 60%가 분양 1순위 자격자라면 이는 그간의 주택공급이 실패했거나 아니면 60%에는 허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정된 주택자원을 고통받는 실수요자들에게 우선적으로 그러면서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한 첫 단추가 청약 1순위 자격 강화다. 가수요를 줄여 실수요자에게 기회를 더 주기 위해서다.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분양권 거래나 시세차익을 얻는 게 목적인 청약자(가수요자)들은 1순위에서 빠져야 한다. 젊은 세대원, 다주택보유자, 기존 당첨자 등이 그러하다. 자격획득 기간도 현재 1년 이상에서 2년 혹은 3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이는 실수요 자격을 갖추도록 하면서 1순위가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1순위자 중에서도 실수요 1순위를 걸러내기 위해서는 모든 유형의 주택에 가점제 적용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전매차익을 노리는 가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입주할 때까지 분양권 전매를 제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의무거주기간도 도입해야 한다. 1순위 자격 강화는 청약조정 지역에서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 실수요자에 입주의 우선권을 주는 1순위 자격 강화는 선분양제하에서 ‘공급게임’의 공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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