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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22→25% 고소득자 40→42%...결국 '부자증세' 시동

■어떻게 얼마나 올릴까

"복지재원 조달방안 비현실적이다" 비판 잇따르자

초대기업·초고소득자 대상 과세 강화 카드 꺼내

당정청 논의 거쳐 9월 정기국회서 본격심사 전망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초대기업·초고소득자 과표구간 신설’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집에도 없던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공약집 초안에서 과표구간 500억원 이상 대기업에 25%의 세율을 매기는 구간을 신설하고 역시 과표구간 3억원 이상 고소득자의 세율을 40%에서 42%로 올리는 안 등을 넣으려 했다. 하지만 법인세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로 대폭 인하를 추진하는 등 전 세계 흐름과 정반대라는 반발을 의식해 끝내 넣지 않았고 소득세 역시 올해부터 최고세율 구간이 신설(5억원 이상 40%)돼 반발이 클 수 있다는 판단에서 제외했다.

그럼에도 명목세율 인상에 불을 지핀 것은 증세 없는 복지 등의 공약 이행이 도저히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향후 5년간 178조원의 나랏돈이 들어가는 정책을 실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증세에 의한 조달을 11조4,000억원으로 잡았다. 공약집의 31조원대보다 20조원 가량이나 줄였다. 반면 60조5,000억원을 자연적으로 들어올 세수 증가분으로 책정했고 세출 절감으로 95조4,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정부 내에서조차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20일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없는 지하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부자증세 카드를 조기에 꺼낸 데는 여러 포석이 깔렸다. 먼저 증세 없이 뭉개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재원이 모자라 결국 증세를 해야 한다고 입장을 선회하거나 슬그머니 적자국채를 찍어 국가부채가 급증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여권에 불리하다는 판단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내 ‘증세 없는 복지’를 한다고 했지만 담뱃세 인상, 연말정산 파동 등 ‘사실상 증세했다’는 비판에 계속 시달렸다. 또 임기 중 국가부채도 껑충 뛰어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문재인 정부도 증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나중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초대기업·초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 여론을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법인세의 경우 과표구간 2,000억원 이상이면 대상은 소수 대기업에 국한된다. ‘대기업은 곳간에 막대한 돈을 쌓아놓고 투자와 고용도 꺼린다’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인 가운데 이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 국민소득을 위한다는 명분을 세울 수 있다. 실제 이날 추 대표는 “일반기업의 세 부담은 늘리지 않되 자금 여력이 풍부하고 설비투자 및 기술개발 자금 여력이 충분한 초우량기업에 대한 과세를 확대한다는 의미”라며 “이 돈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자영업자 재정지원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득세 역시 과표구간 5억원 이상의 소수 고소득자에게 소득세를 더 거두면 여론의 방향을 좋은 쪽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오는 8월2일 발표될 예정인 세법개정안까지 당정청 논의를 거쳐 정부안이 확정되면 9월 정기국회 때부터 본격적인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실화하면 법인세의 경우 연간 2조9,3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추산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피해보전금으로 책정한 3조원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소득세는 해당하는 사람이 2만460명(2015년 국세통계연보 기준)으로 많지 않다. 앞서 국회예산정책처는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구간을 3억원 초과로 낮추고 세율을 42%로 올리면 연평균 1조2,000억원의 세수효과를 볼 것으로 분석했는데 이번 안은 적용구간이 5억원 이상이라는 점에서 세수효과가 이보다는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를 두고 과도한 증세로 경제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법인세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인하하는 추세에서 한국만 나홀로 역주행하는 격이 될 수 있다. 소득세 역시 최고세율 구간 신설 1년 만에 또 인상하는 것은 고소득자의 해외이전 등 부작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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