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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정위-금융위, 결국 한판 붙었다

공정위 "저축銀 권역 풀라"

금융위 "시장 모르는 소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송은석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권욱기자


“금융위가 나쁜 짓을 더 한다(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는 발언 이후 냉각됐던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가 이번에는 ‘저축은행’을 두고 대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이 영업할 수 있는 지역의 범위를 풀라는 것인데 경쟁시장 조성(공정위)과 산업 감독·육성(금융위)을 두고 두 정부부처가 맞서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청문회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금융위가 나쁜 짓으로 평가받을 일은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었다. 최 위원장이 취임함에 따라 발언이 아닌 정책을 놓고 김 위원장과 본격 맞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20일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영업할 수 있는 지역을 제한한 것이 경쟁 촉진에 저해된다”며 “규제를 풀어 경쟁을 더 유도해야 한다고 금융위에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조만간 ‘시장 경쟁 저해 규제개선 방안’을 내놓고 저축은행의 영업권역 관련 규제 완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금융시장의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진단”이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은 현재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영업할 수 있는 권역이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남·전북·제주 △대전·충남·충북 등 6곳으로 제한돼 있다. 저축은행은 본점이 속한 권역에서 기업과 개인 대출이 전체 대출의 50%를 넘어야 한다. 금융위가 저축은행의 설립목적인 서민금융 지원과 지역경제를 돕는다는 원칙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들은 최근 모바일뱅킹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진행되는(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는 데 따른 ‘권역별 의무대출 규제’의 산정 기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지난 5월 새 정부에 권역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건의자료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빈난새·구경우기자 binthere@sedaily.com

금융위,저축은행 규제는 덜 받고 돈을 더 벌려고 하는 행태

“경쟁만 더 하라고 하면 정부와 금융 감독이 왜 있나” 반발



공정위의 이 같은 권고에 대해 금융위는 ‘수용 불가’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지금도 저축은행은 50% 이하 범위에서 대출영업을 할 수 있다”며 “권역 외에 대출을 더 늘려달라고 하면 더 이상 저축은행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영업을 하려면 저축은행이 자본금을 더 내고 은행업 인가를 받으라는 얘기다.

은행법상 은행업 인가를 위한 최소자본금은 1,000억원(지방은행 250억원)이다. 저축은행은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자본금 기준이 120억원(특별시), 80억원(광역시), 40억원(도·특별자치도) 등이다. 은행에 비해 규제도 적다. 은행감독 규정은 103개 조항인데 저축은행감독 규정은 64개 조항이다.

지방은행과의 형평성 논란도 있다. 지방은행은 저축은행보다 자본금이 최소 2배에서 6배 이상 많다. 하지만 각 지방은행은 정관에 본점이 있는 지역을 포함해 특별시와 광역시만 영업권역에 포함된다. 이외 지역에서 영업을 하려면 정관을 바꾼 후 금융위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저축은행의 영업권역을 풀면 지방은행도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돈은 덜 들이고 규제도 덜 받고 이익은 더 내겠다는 행태는 무책임하다”며 “경쟁만 무한정 하라고 하면 감독이 왜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관가에서는 공정위와 금융위가 저축은행 규제를 두고 한치 양보도 없는 맞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많이 했는데 공정위가 욕은 더 많이 먹었다”고 비판해 두 부처는 얼굴을 붉힌 바 있다. 당시 후보자였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다 같이 잘해보자는 취지”라고 진화했지만 이제 공식 취임했기 때문에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 두 부처 간 갈등이 한두 해 벌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부처는 지난 2012년 공정위의 ‘시중은행 6곳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를 두고 맞붙었다. 금융위는 “시중에 유통되는 CD 물량이 적어 금리 변동이 없었던 것”이라며 반박했다. 결국 4년여간 조사했던 공정위는 지난해 무혐의로 결론 냈다. 이 밖에 재보험료와 자동차보험 담합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다음주에 내놓는 저축은행 관련 권고안은 김 위원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금융위의 영역에 간섭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교수 시절에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경제정책의 주도권이 모피아(재무부 출신 관료)에게 넘어가는 순간 여지없이 실패한 정권이 된다”고 꼬집었을 정도로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을 보여왔다. 최 위원장은 재정경제부와 금융위를 거친 관료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나쁜 짓’ 발언이 앞으로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을 손볼 때 의견 차이를 보일 수 있는 금융위에 대한 견제구라는 해석도 나왔다.

관가에서는 태생적으로 두 부처가 갈등을 빚을 운명이라고 평가한다. 공정위가 금융사와 상품에 대해 담합 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금융위나 금감원이 감독을 제대로 못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두 부처가 2015년 금융규제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처럼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빈난새·구경우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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