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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문정동 보금자리주택-도심 유휴지의 '5층 공공임대'..색다른 겉모습·공간 선보이다

활용 방안 못찾던 좁은 땅

소외받는 외곽 대규모 임대주택과 달리

소규모 임대주택으로 주변 환경과 조화

공공성·경제성의 극대화

1층 비워둬 주민 보행로·커뮤니티 공간

2층엔 세탁실·넓은 복도로 편의성 높여

개별 주거공간은 다양화

층별로 확장형 발코니·테라스형·다락방

원룸이지만 정형화 벗어난 구성 돋보여

문정동보금자리주택은 일반적인 공공임대주택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회색 금속 소재가 외부에 사용됐다. /사진제공=디자인그룹 오즈 건축사사무소




1층의 모습. 보행로가 될 수 있는 공간을 남겼고 건물 안에는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제공=디자인그룹 오즈 건축사사무소


2층 복도의 모습.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일반적인 공동주택보다 복도의 폭을 더 넓혔다. /사진제공=디자인그룹 오즈 건축사사무소


입주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2층의 세탁실은 주거공간에 대한 소음을 줄이기 위해 도로 쪽에 배치됐다. /사진제공=디자인그룹 오즈 건축사사무소




울창한 나무들로 채워진 숲처럼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 서울의 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급한 공공임대주택 ‘문정동보금자리주택’도 저층 다세대·다가구주택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장소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주변의 건물들과는 확연히 다르게 생겼다. 짙은 회색의 금속 재질로 둘러싸인 겉모습만 봐서는 이 건물이 공공임대주택임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공공임대주택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전형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정동보금자리주택과 마주하면 ‘이곳에 왜 이런 건물이 지어졌을까’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5층짜리 건물이 들어선 부지는 주거환경을 위해 건물 최고 높이가 12층 이하로 제한된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대지면적이 436㎡에 불과한 이곳은 소유주인 서울시가 한동안 적절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오랫동안 비워져 있어 주변 주민들의 길·텃밭 등으로 활용됐다고 한다. 비어 있던 땅은 전용면적 14㎡의 원룸 31가구로 구성된 문정동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서면서 부지 용도에 맞는 주거용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설계자인 신승수 디자인그룹 오즈 건축사사무소 소장은 “그동안 많은 공공임대주택이 도심 외곽의 주거지역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공급되면서 사업 속도는 느렸고 결국 주변 지역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주거지역이 됐다”며 “대규모 임대주택 대신 기존 생활권과 조화를 이루는 소규모 임대주택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문정동보금자리주택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문정동보금자리주택 건물 내부에서는 공공임대주택으로서 여러 사람들이 공간을 공유하는 공공성과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경제성을 구현하려고 했던 설계자의 의도를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건물 1층의 일부를 위로 들어 올려 주민들이 보행로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게 됐다. 1층의 남은 공간에는 주변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2층의 세탁실과 폭이 넓은 복도는 거주자들이 공유하는 공간이다. 함께 설계에 참여한 임상진 디지인그룹 오즈 건축사사무소 소장은 “일반적인 복도형 아파트의 경우 현관문에서 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폐쇄된 공간인 복도는 이동이 주목적인 목적형 공간으로 사람들이 빨리 움직이게 되지만 복도 공간이 적절하게 넓어지고 개방되면 마당처럼 화분을 갖다놓는 등의 다양한 공유 활동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전했다.

개별 주거공간을 다양화하기 위한 시도도 돋보인다. 2~3층 주거공간에는 확장형 발코니, 4층은 테라스형 발코니, 5층은 다락방이 각각 갖춰져 있다. 신 소장은 “일반적인 공공임대주택은 정형화돼 각 주거공간도 대체로 동일하게 구성돼 있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 각 사람의 취향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도 다양한 유형으로 공급될 필요가 있다”며 “문정동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주거공간이 1인 가구를 위한 원룸으로 구성돼 있는 점을 감안해 각 주거공간 내부의 다양화보다는 외부와 연결되는 공간의 다양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외관·입지·내부구조에서 기존 공공임대주택과 차별화된 특징을 갖춘 문정동보금자리주택은 건축적 의미를 인정받아 2013한국건축문화대상 주거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문정동보금자리주택의 사례처럼 도심 유휴지를 활용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5년 동안 매년 공공임대주택 17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거 수요가 높은 수도권에서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새로 지을 부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시는 지하철역에서 거리 250m 이내의 민간 소유 역세권 부지에 민간·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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