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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먼저 시대 환경 변화를 읽어라!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핵심역량·가치 맹목적 집착땐

환경변화 대처 못해 몰락 위기

외부 살펴 허구적 안락감 경계

미래지향적 통찰력 발휘해야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지난 30여년간 전 세계 기업경영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화두는 핵심역량과 핵심가치일 것이다. 자신이 경쟁우위를 가진 강점을 선택하고 집중해 이를 끊임없이 강화하고 활용하자는 핵심역량 관점은 아무런 논리적 하자가 없어 보인다. 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나 가치관을 고수하고 의사결정과 행동의 기준으로 삼으라는 핵심가치 관점 또한 당연한 제안으로 들린다.

그러나 필자는 핵심역량과 핵심가치가 가장 위험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핵심역량과 핵심가치에 집중해 세계적 기업이 된 사례로 소개된 소위 ‘초우량 기업’들 중 상당수가 최근 몰락했는데 다양한 이유가 제시되고 있으나 핵심은 환경 변화다. 4차 산업혁명, 지식기반 경제, 초경쟁 등으로 불리는 최근의 급격한 환경 변화로 과거 경쟁우위의 원천이던 핵심역량과 핵심가치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시대 환경의 변화로 기존 경쟁우위의 원천이 파괴됐음에도 기존의 핵심역량과 핵심가치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다 무너지는 핵심경직성에 빠진 것이다.

핵심역량과 핵심가치가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내부지향적 자기 중심성 때문이다. 핵심역량은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지식이나 기술이며 핵심가치도 자신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관이다. 따라서 핵심역량과 핵심가치의 관점은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의 내부를 경쟁력의 원천으로 강조하는 내부지향적 자기 중심성을 가진다. 그런데 이 관점이 놓치고 있는 결정적 사실은 누구도 혼자 살아갈 수 없으며 반드시 외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원이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환경 의존성이다. 따라서 자신이 처한 현재와 미래의 환경이 어떤 기회와 위협을 제공하는지 정확하게 읽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외부지향적 관점이 필수적이며 핵심역량과 핵심가치는 주어진 환경의 제약조건에서만 유효한 2차적 가치다. 변하지 않고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한 핵심역량이나 핵심가치와 달리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환경 중심적 관점은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환경이 불연속적으로 격변하는 전환기에는 외부 환경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읽어내는 거시적이며 미래지향적인 통찰력이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그런데 우려되는 것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는 내부지향적 자기 찾기 경향이다. 힐링 등의 화두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해온 자기 찾기는 물론 자기 성찰 노력이라는 중요한 의의를 가지기는 하나 과도하게 내면에 몰입하다 보면 격변하는 외부 환경에서 자신을 인위적으로 차단해 허구적인 심리적 안락에 안주하는 현실회피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런 내부 함몰성은 역사적으로 환경이 급변하는 전환기에 특히 자주 나타나는데 세기말적 쾌락주의와 아노미, 조선 말의 쇄국 정책, 동서양의 신비주의 등이 모두 그 예다.

문재인 대통령이 4년 전 선거에서 실패한 후 측근들과 네팔 트레킹을 다녀왔다. 아마 태고의 자연 앞에서 겸손하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기 성찰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오히려 그 시기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을 구석구석 돌아보고 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외교·안보·정치·경제를 막론하고 우리나라의 핵심 외부 환경은 이 주변 4강국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 4년을 이 4강을 속속들이 경험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투자했더라면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가는 데 훨씬 더 유용한 기반이 됐을 것이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이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중 김 전 대통령이 단연 외교에 탁월했는데 이는 대통령이 되기 전 미국과 일본·영국에서 장기간 체류한 경험 덕분인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문 대통령도 최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의 리더들과 직접 맞상대해본 직후 우리나라는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어갈 능력도 방법도 없다고 토로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외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은 큰 다행이다. 역사적 대전환기를 맞아 문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나라 각계각층의 리더들이 눈을 밖으로 돌려 거시적 시대 환경의 변화라는 큰 그림에서 우리나라와 자신을 자리매김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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