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전통과 현대미 결합해 관광객 이목 집중, “한국의 추억을 소장하고 선물하세요”

김현영 뺨이스튜디오 대표 인터뷰

김현영 뺨이스튜디오 대표./뺨이스튜디오




‘홍조 가득한 두 뺨. 빵빵하고 둥글둥글한 얼굴.’

경복궁 내 고궁 뜨락과 버들 마루 한 편에는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캐릭터 상품들이 놓여있다. 귀여운 외모에 우리나라 전통 의상을 입고 있어 잠깐 봐도 인상에 남는다. 캐릭터들은 다양한 물건 안에 등장한다. 자그마한 거울부터 볼펜, 여권 지갑은 물론이고 색연필로 색을 칠하며 한국의 관광지를 느껴볼 수 있는 컬러링 북까지. 천편일률적이었던 관광지 내 상품들과 달리 독특하고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뺨이 스튜디오’의 제품들이다. 이 모든 것을 혼자서 디자인하고 사업으로 연결한 이는 누굴까. 이제 막 30살을 넘긴 김현영(31) 뺨이스튜디오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뺨이스튜디오에서 만든 ‘컬러링 코리아 북’. 서울·제주·부산·경상도·전라도 등 총 5개 지역 주요 관광 명소의 풍경이 담겨있다. 색연필로 색을 칠하며 한국 관광 지에서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다./뺨이스튜디오.


◇만화+영상+음악=애니메이션

김 대표는 학창 시절 만화책에 푹 빠져 살았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만화로 표현되는 게 그렇게 재밌을 수 없었다. 음악이나 영상을 좋아했던 이유도 비슷했다.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다. 만화와 음악, 그리고 영상. 이 세 가지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까. 생각보다 답은 쉽게 나왔다. 애니메이션은 김 대표가 좋아하는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완전 제 취향이었어요. 만화가 영상으로 표현되고 그 안에 감성적인 음악까지 포함되는데 싫어할 수가 있나요. 중학교 때는 막연히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꿈꾸게 됐죠.”

대학을 애니메이션학과로 들어간 것은 당연했다. 김 대표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에 06학번으로 입학했다. 당시만 해도 3년제와 4년제 중 선택할 수 있었는데 조금이라도 빨리 실전에 나가고 싶단 생각에 3년제를 졸업했다.

◇고됐지만, 행복했던 직장생활

대학 졸업 후에는 곧바로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회사로 들어갔다. 중간중간 이직을 하긴 했지만 분야는 같았다.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국에서 송출되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이었다.

“제가 맡았던 일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과정 중 마지막 단계에 속하는 작업이었어요. 여러 사람들이 만들어낸 영상을 마지막에 하나로 합쳐서 방송국에 전달하는 일이었죠. 정해진 기간 안에 끝내야 하니까 퇴근을 제때 못하는 경우가 많았죠.”

힘들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뿌듯하고 재밌었다. 어려서부터 꿈꾸던 일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과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성취감 덕분이었다. 이 분야에서 계속 일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그래서 가지게 됐다. 그러던 찰나에 어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구로 좀 같이 내려가야겠다”는 내용이었다.

◇“줄 때는 확실히 주고, 당길 때는 제대로 당겨라”

김 대표가 대구로 향한 것은 가게 운영을 도와달라는 어머니의 부탁 때문이었다. 당시 대구 외곽에 60평 정도 되는 퓨전 한식집을 열었던 김 대표의 어머니는 혼자서 가게의 홀과 주방을 모두 담당하고 있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지만, 어머니의 부탁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음식점이 있을만한 상권이 아닌 곳에 가게를 내셨더라고요. 사업 수완이 좋으셨는지, 그 동네 상권을 살릴 정도로 가게가 잘 됐죠. 일하는 분을 써도 자주 바뀌는 바람에 믿고 함께할 직원이 필요하던 때였어요. 혼자서 고생하시는 데 제가 가서 도울 수밖에 없었죠.”

딱 1년이었다. 대구에서 1년만 어머니를 도와드리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자고 마음먹었다. 별 생각 없이 내려간 곳이었지만, 뺨이스튜디오를 창업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어머니가 늘 강조했던 서비스 정신이 그 중 하나였다. “서비스를 줄 때는 확실히 줘라. 표 안 나게 줘봐야 손님들은 기억도 못한다. 음식을 공짜로 드리더라도 화끈하게 주면, 그 손님이 다음 번에는 더 많은 고객을 끌고 온다.”

1년 동안 가게에 나가지 않았던 날은 설날과 추석 당일 뿐이었다. 직장인으로만 살아왔던 김 대표가 창업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도움을 주러 내려간 대구에서 오히려 인생의 경험을 얻고 온 셈이다. 마치 수련을 끝내고 하산하는 무도인과 같이 김 대표는 서울로 돌아왔다.

◇창업을 위한 기반을 다지다

무작정 창업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관련 지식이 부족했고, 아이템도 전혀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우선 동화책 일러스트 작가로 일하면서 고민을 시작했다. 2014년부터 시작한 전시회는 창업의 도화선이었다. 일러스트 작가들끼리 카페를 빌려서 본인이 만든 작품이나 캐릭터 상품들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때 김 대표가 만들었던 캐릭터가 좋은 반응을 얻고, 또 팔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힌트를 얻었다.

“처음에는 동화책을 제가 직접 그려서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만들려고 했어요. 등장하는 캐릭터를 상품으로 만들어서 판매할 계획도 가지고 있었죠. 2015년에 사업계획서를 써서 한국여성벤처협회에서 진행하는 ‘여성벤처창업 케어프로그램’에 지원했는데, 덜컥 붙어버린 거에요. 그게 시작이었죠.”



지금 김 대표가 운영하는 뺨이스튜디오와는 조금 다른 방향의 초창기 사업 계획을 수정한 계기는 뭘까. 프로그램 내에서 만난 이준석 쿤토이 대표가 결정적이었다. 평소에 김 대표가 그려왔던 캐릭터를 살펴보던 이 대표의 눈에 빵빵한 뺨과 홍조를 가진 귀여운 ‘뺨이 친구’가 들어온 것이다. 본인의 사업을 준비하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김 대표를 돕던 이 대표가 이 캐릭터를 사업 아이템으로 해보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해줬다.

김현영 대표가 직접 디자인하는 뺨이스튜디오의 캐릭터./뺨이스튜디오


“당시에는 한국에 관광객이 많이 늘던 때였어요. 찾는 이들은 많은데 관광 상품은 거기서 거기였죠. 한국에서의 추억을 소장하고 선물할 수 있는 뺨이 캐릭터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안산에서 구체화 된 ‘그녀의 창업’

한국여성벤처협회의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곧바로 창업에 뛰어들지는 않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안산에서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2016년 4월 입학한 그 곳에서 김 대표의 창업은 구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여성벤처 프로그램에서 창업 아이템을 선정했다면, 안산에서는 매출을 위한 상품군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어요. 가격 단위가 몇 만 원 하는 게 아니라 몇 천원 수준인 탓에 다양한 종류의 캐릭터 상품이 필요했거든요.”

청년사관학교에서는 1년 정도 되는 교육기간 동안 3차에 걸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다. 본인의 사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구체화는 되고 있는지 등을 판단하는 절차인 셈이다. 3차까지의 결과에서 모두 ‘우수’ 판정을 받으면 창업 지원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김 대표의 사업 아이템은 모든 심사 과정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 덕분에 7,000만~8,000만원 가량의 지원금을 얻을 수 있었다.

“직접 시제품을 보여주면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던 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아요. 기존 관광상품에 없는 것들을 많이 만들었거든요.”

뺨이스튜디오에서 초창기 만들어낸 거울 상품. 뒷면에는 귀여운 뺨이 캐릭터가 그려져 있고, 앞에는 깨지지 않는 거울이 붙어 있다./뺨이스튜디오


실제 처음에는 거울이나 자석 등이 전부였던 상품은 2차, 3차 발표를 거치면서 컬러링북, 입체 책갈피 등으로 늘어났다. 상품 기획이 마무리되고, 제조업체까지 확보했다. 남은 것은 시장에 그녀가 기획한 상품들을 선보이는 것 뿐이었다.

◇‘뺨이 친구들’을 만나보세요

김 대표가 본격적인 뺨이스튜디오의 운영을 시작하며 영업에 나선 것은 지난 2월이었다.

“사업을 준비하는 것과 영업은 또 다른 문제더라고요. 처음에는 무작정 관광지를 돌아다니면서 제품과 팸플릿을 보여주는 식이었죠. ‘무대포’라고 볼 수도 있는데, 효과는 컸어요. 경복궁과 제주도 성산항, 인천공항 등의 가게에 들어갔거든요.”

뺨이스튜디오에서 만든 뺨이 친구들. 하나씩 늘어난 캐릭터는 이제 20개를 넘어섰다./뺨이스튜디오


조금씩 사업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전국 10개가 넘는 매장에서 그녀가 만든 상품이 팔리고 있다. ‘뺨이 친구들’이라는 이름을 붙인 뺨이스튜디오의 캐릭터는 총 20개를 넘어섰다. 네이버의 라인이나 카카오 프렌즈 내 캐릭터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숫자를 늘렸다. 다행히 외국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상품을 보고 바로 구매하는 이들이 많다. 덕분에 최근에는 한국관광공사에서 먼저 문의 전화가 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앞으로 김 대표는 국내 입점 매장 수를 늘리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이번 달 말부터 10월까지는 서울 남산의 케이블카 대기실에서 상품 전시회를 진행하고, 서울관광상품 공모전에도 참여한다. 마지막으로 뺨이스튜디오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도 막힘없는 대답을 내놨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너무 조급해하지 않을 거에요. 멀리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일단 사업을 시작하는 첫 단추는 잘 뀄다고 생각하는 만큼, 전국 유명 관광 명소 어느 곳이든 뺨이 캐릭터를 찾을 수 있게 할 겁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