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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market] 인정욕구와 국방·우주의 발전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예산대비 R&D투자 줄어들고

실패땐 질타 반복…사기 떨어져

현장 자존감 높여 성과 이끌어야





“여자는 사랑을 먹고 살고 남자는 인정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남자는 자기를 인정해주는 사람에게 충성한다는 얘기다. 자주 들어본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남자도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여자도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이를 심리적 용어로 인정욕구(Social Recognition Desire)라고 한다.

필자도 인정욕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별히 남북한 비교질문에서 인정욕구가 발동되곤 한다.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고 발사체 개발 등에 관련된 연구를 한 필자는 그동안 남북한의 기술 수준 비교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왔다. 특히 나로호 발사, 한국형발사체 개발과 관련해 북한의 발사체 개발 수준이라든가 남북한의 미사일 개발 수준 비교 등이 주요 질문 대상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피해갈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고 점점 그 도발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예산 대비 국방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34.7%(1980)에서 14.5%(2016년)가 됐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도 5.7%(1980)에서 2.5%(2016)로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 2016년도 국방 R&D에는 약 2조6,000억원을 투입해 정부 R&D의 13.6%이자 국방비 전체의 약 7%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 1인당 약 5만원을 국방 분야 연구개발비로 지원한 셈이다.

2016년도 미국의 R&D 투자 우선순위는 국방(국방비 전체의 11.3%), 보건의료(NIH), 항공우주(NASA), 에너지 순이다. 미국은 한국 국방비의 약 19배를 사용했는데 국방 R&D에는 35배를 썼다. 그 결과 디펜스뉴스에 의하면 2015년도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은 세계 5대 방산기업 중 4개를 차지하고 있다. 꾸준한 국방 R&D 투자의 결과이다.



5월24일자 스페이스뉴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도 국방우주예산으로 2017년 요청액보다 13억달러 늘어난 77억5,000만달러를 요청했다. 77억5,000만달러 중 34억2,000만달러가 구매 등 획득비용인 반면 R&D에 연계된 예산은 그보다 더 많은 43억3,000만달러이다. 미국은 국방우주 연구에만도 우리나라 총 국방 R&D 예산의 약 2배를 투입하려고 한다.

돈 타령을 하려거나 미국과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다. 물론 북한에 비해 우리의 연구개발비가 훨씬 많을 것이다. 연구개발비가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북한은 국가 주도의 공격무기를 만들고 우리는 잠재적·전방위 위협에 대비하는 수비형 무기에 대한 연구개발 위주이다. 당연히 공격보다는 수비가 어렵다. 게다가 한미 미사일지침 등 한반도 주변의 정치적 현실도 녹록지 않다. 문제는 사람이다. R&D 예산을 사용하고 실제로 연구개발하는 실무주체는 과학기술자인데 또 다른 주체는 이들을 관리 감독하는 정부의 실무관료, 예산 관계자 그리고 정치권 등 국가지도자들이다. 이들이 조화롭게 엮어지고 함께 잘 굴러가야 한다.

외부평가에 끊임없이 노출돼 있고 실패나 성공 지연에 대해 감사와 질타가 반복되는 한국적 현실에서는 자존감을 살리기 어렵다. 연구현장의 실무자들과 정부 관리자들을 만나 보면 이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지쳐 있음을 알 수 있다. 과학기술자도 사람이다. 당연히 인정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사기를 하루빨리 올려줘야 한다. 잘한 것은 인정하고, 때로는 다른 점과 특수성을 인정해줘야 한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산·학·연·관·군·언·정이 함께 노를 젓고 있다고 생각하자.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과 배려로 각자의 자존감을 높여줘 아예 인정욕구에서 자유롭게 하자. 국방·우주 발전과 국가 안위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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