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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지방분권 vs 자치분권

최수문 사회부 차장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74번은 ‘획기적인 자치분권 추진과 주민 참여의 실질화’다. 뭔가 지방자치를 잘하겠다는 의미 같다. 그런데 ‘자치분권’은 무엇일까. 현행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자치분권’ 단어로 검색이 안 된다. 대신 ‘지방분권’은 있다. 지방분권이란 ‘통치권력이 중앙정부에 집중되지 아니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분산돼 있는 일’로 풀이된다.

지방분권과 자치분권은 얼핏 같은 말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크게 다르다. 일반적 표현은 지방분권이다. 지방분권이 바로 ‘중앙집권’의 상대어다. 지자체의 역할과 권한의 강화를 말한다. 반면 자치분권은 이러한 의미가 약하다.

어떠한 언어를 사용하는가는 곧 행동의 지향을 나타낸다. 보통 지방분권은 ‘분권’에, 자치분권은 ‘자치’에 방점을 찍는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지방분권을 한답시고 사용하는 방식이다. 당초 일반적인 용어였던 지방분권은 이제 자치분권으로 바뀌었다.

지난 4월 공개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공약집 129쪽에는 ‘지방분권 강화 및 균형발전’ 항목이 있다.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지방의 자치 역량을 강화하는 등 지방분권을 실현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후보자로 6월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방분권 강화’를 말했다. 7월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도 ‘지방분권’을 언급했다.

대부분은 인식하지 못했지만 변화가 나타났다. 김 장관에 이어 박준하 정책기획관이 상세보고를 하면서 표현이 ‘자치분권’으로 바뀌었다. 이달 19일 공개된 ‘국정과제’에서부터 공식 용어가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으로 고정된다. 김 장관은 25일 새 정부의 조직개편 완료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용어를 썼다. 행자부는 이날 부내 ‘자치제도정책관’의 명칭을 ‘자치분권정책관’으로 변경했다.



지방분권 후퇴에 대한 우려는 핵심인 재정분권에도 있다. 국정과제는 현재 8대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장기적으로 6대4 수준까지 개선하겠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달성 기한은 내놓지 못했다. ‘아니면 말고’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김 장관은 25일 이 ‘장기적’이 언제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번 정권 임기 내를 목표로 한다”면서도 “추가 재원 50조원이 필요하다”고 여지를 뒀다.

덧붙여 국정과제는 지방재정 확충 방식도 지방소득세 규모 확대, 지방세 세원 발굴 등 기본적으로 지방세를 관리하겠다는 뉘앙스다. 대선공약집에 있던 ‘국세의 지속적인 지방 이양을 기조로 한 국세·지방세 간 세목의 합리적인 조정’이라는 문구는 국정과제에서 빠졌다.

처음부터 아니면 아니라고 하는 편이 낫다. 역대로 중앙권력을 잡은 뒤 지방분권에 대한 인식은 바뀌고 정책은 지지부진하고는 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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