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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성공조건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지속 가능한 복지 구축해야

사람중심의 경제 전환 가능

소수 증세는 임시방편 불과

전국민에 고통분담 설득 필요





문재인 정부가 최근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4년 1월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비교해볼 때 새 정부는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위기 극복을 위한 이른바 ‘패러다임 전환’ 방향에서는 과연 진보정권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기초가 튼튼한 경제’ 등 주로 공급 측면의 혁신을 계획한 반면 문재인 정부는 초점을 과감하게 수요 측으로 전환해 이른바 ‘사람중심 경제’를 비전으로 내걸고 있다.

새 정부 경제정책의 대전환은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공급 측면의 성장전략으로는 세계 경제의 구조 변화로 저성장을 벗어날 수 없을 뿐 아니라 양극화를 심화시킴으로써 결국 국민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새 정부는 경제정책의 목표를 시장의 작용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두고 이를 위해 가계소득 증대와 일자리 만들기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과연 진보정권다운 가슴 뜨거운 경제정책 패러다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국민의 삶에 대한 새 정부의 뜨거운 열정과 당위성에도 새로운 경제정책 패러다임의 정착은 꽃길보다 가시밭길을 걷게 될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기업중심 또는 시장중심 경제에서 사람중심 경제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 지난해 국민총생산에서 가계소비 지출의 비중이 46%를 차지한 반면 수출은 54%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 부문의 고용 확대 등으로 가계소득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성장기여도에 있어 소득 증대로 성장을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음으로 새 정부가 진정 사람중심 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남긴 부채주도 성장의 유산을 단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7월21일 현재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7월 말 대비 9.1% 상승했으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4월 말 대비 3.5% 상승했다. 6월19일 부동산대책 이후에도 1.26%가 상승했다. 새 정부가 아무리 노력을 한들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인한 빈부격차 확대 등 국민의 삶에서 증대되는 어려움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 것인가. 이대로 간다면 새 정부는 국민의 삶의 개선은 고사하고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금리정책 등 강력한 정책 조합으로 시장의 압력을 선순환 구조로 유도하는 데 성공하지 않으면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사람중심 경제도 실패하는 난국에 봉착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사명은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대응해 지속 가능한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며 이것은 곧 장기적으로 사람중심 경제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새 정부는 복지 시스템 개선과 이에 따른 재정 부담, 그리고 재정을 뒷받침할 경제력 간의 지속 가능한 균형 틀을 먼저 국민들에게 제시한 다음 증세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것이 타당하다. 소수의 고소득자나 대기업들에 대한 증세는 임시방편에 대한 논의일 뿐 전환기 정부의 제대로 된 정책대안이라고 볼 수 없다.

새 정부가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국민 모두에게 당면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이해와 합의를 설득하고 이에 필요한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 성공의 충분조건은 시장의 압력을 선순환 구조로 유도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 우리 경제가 당면한 위기를 ‘구조적·복합적 위기’라고 규정한 만큼 전 국민의 고통 분담 없이 사람중심 경제라는 듣기 좋은 소리만으로는 위기 극복은 물론 문재인 정부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정책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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