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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반대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의사결정 지연·투자위축 부를 것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에 도입하기로 한 노동이사제를 두고 찬반양론이 거세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기업 이사회에 이사로 참석해 발언권과 의결권 등을 행사하는 제도다. 유럽에서는 독일·네델란드·아일랜드 등에서 보편화된 제도이고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지난 9월 최초로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정부는 노동조합의 추천 인사를 회사 경영에 참여시켜 공공기업부터 의사결정구조를 민주화하겠다는 취지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노동이사제 찬성 측은 기관 경영에 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하면 경영 효율이 높아지고 대국민서비스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노동자의 경영 참여로 인한 의사결정 지연과 투자위축 등이 우려되고 먼저 제도를 도입한 유럽에서도 확실한 성공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지난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당시 노동이사제를 공공 부문부터 도입하고 순차적으로 민간에 확산시키겠다고 공약했던 점을 감안하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듯하다.

문제는 그 취지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국정자문위는 공공기관 경영에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사내 의사결정구조를 민주화하겠다는 것이다. 즉 경제민주화가 노동이사제 도입의 근본취지인 것이다.



그러나 투자손실의 위험을 갖지 않는 근로자의 대표가 이사회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경우 자칫하면 극심한 투자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번 국정자문위 안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추진할 계획이므로 투자위축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공공기관에 투자자가 없다는 뜻과 맥락을 같이하며 공공기관의 투자자는 국민이라는 점 또한 간과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노동이사가 의사결정을 해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고 경영 효율성이 제고됐다는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독일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기 시작했던 1950년대 ‘몬탄공동결정법’ 운영 당시에만 탄광과 철광회사의 경우 종종 성공사례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어떠한 성공사례도 찾아보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해 노동이사제가 순기능을 하리라고 믿는 것 자체가 매우 의아스러울 수 있다. 그것은 기존 일자리는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탄생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대에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역할을 맡기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듯 국정자문위는 감사의 독립성을 강화해 이사회에 대한 견제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특성상 감사를 정부에서 임명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선임 절차상의 투명성을 강조해도 대통령과 각 부처의 장들이 감사를 선임하는 한 감사의 독립성은 실현되기 어렵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이러한 노동이사제를 민간기업에도 점차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천명해온 바 있다.

이번 기회에 노동이사제 도입에 앞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검토해본 후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거나 처음부터 백지 상태로 재검토해보는 결단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그동안 노동이사제 도입의 모델은 유럽이었으며 이 가운데 특히 독일이었다. 그러나 독일도 이미 1980년대부터 근로자 경영 참여에 대한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첫째, 기업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 사안에 대해 노조의 동의 때문에 지연되거나 공격적 결정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의 지배구조 변경이나 사업이전·직제변동 등에 있어 노조 동의 때문에 사업기회를 놓치는 것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둘째, 노동이사가 존재하는 기관의 경우 노동조합이나 직원 또는 이해관계인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는 자가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해당 기업의 CEO가 전문성이나 경영능력보다는 정치력이 뛰어나야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노동이사를 통한 근로자 경영 참여로 투자자의 권리가 약화돼 투자가 극도로 위축된다는 것이다. 독일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넷째, 근로자 경영 참여로 외국투자자들이 독일 자본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매우 꺼리고 있다고 한다. 독일은 현재까지 외국자본이 독일 자본시장에 유입된 양보다 독일 자본이 외국 자본시장에 투입된 양이 항상 많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경영의 효율성 제고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단지 사내 의사결정구조를 민주화해야 한다는 당위성만을 가지고 공공기관을 필두로 민간기업들까지 노동이사 설치를 강제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리고 감사의 독립성을 보장해 우려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대안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보다 구체화된 노동이사제 운용방안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이 제시돼야 이러한 우려들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본다. 신속한 대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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