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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PD가 꼽은 "아직도 아재들의 수다가 고픈 이유"

양정우 알쓸신잡 PD 인터뷰
'듣는 즐거움'에 집중
제작진의 뇌도 궁금해하는 정재승 박사
시즌2에 잡학박사들 케미 더욱 기대돼

  • 정혜진 기자
  • 2017-07-28 21:00:05
  • 라이프

알쓸신잡, 나영석, 양정우, 유시민, 김영하, 정재승, 유희열, 황교익




‘헌법처럼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보자. 철저히 수다에 집중하자’ (양정우 tvN ‘알쓸신잡’ 피디)
28일 종영한 tvN의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신비한 잡학사전)’은 이 아이디어에서 태어났다. ‘헌법처럼’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게 들리지만 헌법을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은 없지만 알아두면 세상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는 그런 소재들로 수다를 즐기는 재미를 안겨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출연진이 유시민 선생님 제외하고는 얼굴만 봐서는 모르는 분들이 많았잖아요. 이름표를 달고 수다를 떨어야 하나 할 정도로 고민이 컸어요. 그래도 듣는 즐거움이 있으면 시청자들은 볼 거라고 생각했고 그게 통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출연진들은 얼굴보다는 쓴 책의 표지가 더 유명할 정도로 대중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양정우 피디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듣는 자극은 사라지고 보는 자극이 넘쳐나는 시대에) 과감히 보는 자극을 빼고 ‘듣는다’에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결과는 의미있는 뺄셈으로 판명난 듯 하다. 알쓸신잡은 양 피디가 낸 기획안이 채택돼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물론 나영석 피디는 공동 연출로 함께 참여했다.
알쓸신잡 PD가 꼽은 '아직도 아재들의 수다가 고픈 이유'
양정우 tvN ‘알쓸신잡’ 피디가 최근 서울 상암동 CJ E&M 본사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즌2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번에는 당일치기 여행만 가능했지만 다음에는 방학 때로 계획을 잘 세워서 1박 2일이든 2박 3일이든 멀리 갈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 선생님들의 케미도 더 좋아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정수현기자
“삼년 전 ‘형이 알려줄게’라는 주제의 기획안을 쓴 적이 있었어요. 이번 작품을 함께한 이우정 작가님이 팟캐스트 마니아인데 예전에 저에게 ‘정우 피디, 언젠가 귀로 듣는 즐거움이 있는 방송을 만들자’고 말한 게 모여서 여기까지 왔어요”

듣는 즐거움을 주는 알쓸신잡 출연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본업이 책을 쓰거나 강의를 하는 일일 정도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지식소매상’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유시민 작가를 비롯해 20년째 문학에 몸담고 있는 김영하 소설가, 저서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로 널리 이름을 알린 뇌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통영, 순천, 강릉, 전주 등을 여행하며 수다를 떨면서 ‘콘텐츠 출연자’의 시대를 알렸다. ‘밑줄 쫙 그으며 시청해야할 것 같은 예능’, ‘양반들의 지적유희의 현대판’ 등 방영 전에 돌던 선입견은 어느덧 사라진 지 오래다.

알쓸신잡에서 출연진은 잡학박사라는 정체성을 내세우며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한다. 시청자들을 놀랍게 했던 건 수다의 깊이뿐만 아니라 수다의 빈도였다. 중년 남자들은 수다에 익숙하지 않다는 생각과 달리 무궁무진한 대화가 오간다. 심지어 정재승 교수는 체질상 술을 거의 못 한다.

양 피디는 “사실 김영하 선생님과 정재승 선생님은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모여서 알쓸신잡같은 대화를 나눈다”며 “한 분야의 학식이 높은 지식인들이 다른 분야와 교류하는 일이 많은데 선생님들은 이런 알쓸신잡을 수십년 간 해온 분들”이라고 말했다. 정재승 교수를 두고는 “사람의 뇌를 연구하다 보니 제작진의 뇌도 궁금해하셨다”며 “촬영 중간중간에 어떤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지 한명한명 다가가서 질문을 하셨다”고 일화를 전헀다.

알쓸신잡 PD가 꼽은 '아직도 아재들의 수다가 고픈 이유'
사실 양 피디는 성공한 덕후(성덕)다. 학창시절 정재승 교수의 책을 읽으며 언젠가 쉽게 풀어주는 과학 이야기를 쓸 수 있는 학자가 되길 꿈꿨다. 서울대 공대에 진학한 뒤 학회활동 접한 유시민 작가의 글들은 인생에서 큰 영향을 줬다. 이후 군대를 제대한 뒤 피디를 준비를 시작했을 때 글쓰기의 기초체력이 부족함을 느꼈고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을 필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정말 오랫동안 좋아했던 분들인데 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제일 처음으로 꼽은 분들과 일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하고 싶은 걸 하는데 시청자분들까지 좋아해 주셔서 진짜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말을 하는 내내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즐거움이 큰 만큼 부담이 큰 부분도 있었다. ‘팩트체크’가 대표적인 예다. 90분 내내 출연진들이 풀어내는 수다의 범위가 방대하고 수준이 높다 보니 다른 예능에는 없는 ‘팩트체크’ 시스템도 필요했다. 양피디는 “저희 팀에 피디, 작가 17명이 있는데 후반부는 계속 팩트체크에 매달려야 했다”며 “방송이 나간 뒤에도 틀린 부분에 대한 의견이 올라오면 그걸 계속 수정해 올렸다”고 말했다. 특히 시간에 쫓겨서 틀린 부분이 나간 건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이를 보완해서 시즌2에서는 팩트체크를 좀 더 철저히 가동하겠다는 생각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알쓸신잡을 지켜본 양 피디만의 소회는 어떨까. 그는 “교양인의 대화가 무엇인지 엿보는 느낌이었다”며 “(나이도 다 다른데) 만나서 서로를 깍듯이 존대할 거라고는 몰랐고 다 보고서야 이렇게 대화하시는구나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시즌2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그는 “이번에는 당일치기 여행만 가능했지만 다음에는 방학 때로 계획을 잘 세워서 1박 2일이든 2박 3일이든 멀리 갈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 선생님들의 케미도 더 좋아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알쓸신잡 시즌 2가 기다려지는 이유가 3개는 더 늘어난 것 같다.

/정혜진·정수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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