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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의 정치야설(野說)]국민의당 ‘이상한 동거’에서 시작된 싸움

친안철수계와 호남계, 한 지붕 두 식구

창단 초기 SK 와이번스는 ‘인천 쌍방울’

8·27 전당대회, 살아남기 위한 노선 투쟁

국민의당 안철수 전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의 주인이 누구인지 분명히 하겠다.”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을 거치면서 국민의당의 한 중진이 했던 말이다. 당시 탄핵 표결일을 2일로 하느냐 9일로 하느냐를 놓고 벌어진 당내 논쟁 속에서 나온 말이지만 ‘당의 주인이 누구인지 분명히 하는 싸움’은 지금 다시 격화되고 있다. 불과 3개월 전 19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8·27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다.

국민의당의 얼굴은 안철수 전 대표이지만 지역 기반은 호남이다. 국민의당 당원의 50% 이상은 호남에 집중돼 있다. 이 이상한 공존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안 전 대표와 호남계 중진 의원들의 합작으로 창당된 국민의당에 지난 20대 총선으로 안철수계 의원들이 국회에 대거 입성하면서 시작됐다. 정치 성향상 중도보수로 분류되는 안철수계는 중요한 분기점마다 호남계와 충돌을 반복했다.

쌍방울 레이더스 출신으로 SK 와이번스에서도 선수 생활을 했던 김기태(위쪽) KIA 타이거즈 감독과 조원우(아래쪽) 롯데 자이언츠 감독 /사진=연합뉴스


SK 와이번스의 창단 과정은 국민의당의 창당 과정과 닮아 있다. SK 와이번스는 인천을 연고지로 삼았지만 창단 당시 주축이 된 것은 인천과 상관 없는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전북 전주를 연고로 했던 레이더스는 90년대 말 외환위기로 모기업인 쌍방울이 재정난에 빠지면서 프로야구에서 퇴출당했다. 이때 SK그룹은 레이더스를 인수하는 대신 갈 곳이 없어진 레이더스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SK 와이번스를 창단했다. SK의 초창기 활약을 이끌었던 것도 최태원, 조원우, 김기태, 김원형, 박경완 등 쌍방울 출신 선수들이었다.

문제는 인천에 삼미 슈퍼스타즈-청보 핀토스-태평양 돌핀스-현대 유니콘스로 이어지는 프로야구 구단의 계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현대 유니콘스가 연고지를 수원으로 이전하긴 했지만 90년대 말까지 인천에서 뛰었던 선수들은 SK 와이번스가 아닌 유니콘스에 있었다. 그렇다면 창단 초기 와이번스는 인천야구를 계승한 것인가, 쌍방울 레이더스를 계승한 것인가?

국민의당의 안철수(오른쪽) 전 대표, 천정배(오른쪽 두번째) 전 대표, 정동영(오른쪽 세번째) 의원이 지난 1월 ‘국민의당 충북도당 2017 당원대표자 대회’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싸움은 창당 2년째인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8·27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것은 안철수 전 대표와 호남 중진인 천정배 전 대표, 정동영 의원이다. 안 전 대표의 출마 반대 성명을 냈던 12명의 의원(김종회·박주현·박준영·유성엽·이상돈·이찬열·장병완·장정숙·정인화·조배숙·주승용·황주홍) 중 9명은 호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결국 다시 안철수계와 호남계의 싸움이다.

그러나 이는 신생 정당이 불가피하게 거쳐야 할 진통인지 모른다. 창단 초기 정체성이 불분명했던 SK 와이번스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3회 우승에 빛나는 ‘왕조’를 써내려가며 성공적으로 인천에 정착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선수단 구성도 바뀌어 이제는 SK 와이번스에서 쌍방울 레이더스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제 창단 18년째를 맞은 SK 와이번스는 인천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프로야구 구단이기도 하다(삼미 슈퍼스타즈 4년, 청보 핀토스 3년, 태평양 돌핀스 8년, 현대 유니콘스 4년).

2010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4:2로 승리하며 우승한 SK 와이번스. SK 와이번스는 2000년 창단 이후 3회 우승을 거두며 인천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도 제3정당으로서 안정적으로 정착한다면 더 이상 ‘누가 주인이냐’는 논란을 벌이지 않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치생태계상 국민의당의 앞날은 SK 와이번스처럼 순탄하지 않다. 갤럽이 지난 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전국적으로 5%에 불과했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양쪽에서 국민의당을 공격한다. 민주당과의 합당설은 잊을 만하면 흘러나오는 이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이뤄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진 안철수계와 호남계의 대립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정치 노선이 더 적합하냐’를 선택하는 싸움이 돼야 하는 이유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당내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입버릇처럼 “토론이 없는 정당은 죽은 정당”이라고 말한다. 이번 대립이 집단 탈당이나 분당 사태까지 치닫게 될지 성장통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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