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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그래도 성장정책은 중요하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 회장

성장서 분배, 대기업서 중기로

文정부 경제 체제 대전환 선포

소득주도 성장·복지 늘리려면

신성장 원동력 혁신 장려하고

국가채무·가계부채 대책 세워야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대학 교수.




‘한국은 진정한 문명국이다.’ 얼마 전 유럽 학회에 참석했던 동료 교수 한 분이 유럽학자들로부터 촛불집회를 두고 받았던 칭송이다. 국민의 높은 지지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 정신을 담아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약속하고 최근 국정운영 5개년계획을 발표했다.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계획은 성장에서 분배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한국 경제의 무게중심이 바뀌는 체제 대전환(레짐 시프트)을 담고 있다. 지난 10년에 걸쳐 성장이 가라앉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고성장에 집착했던 과거 레짐과 결별한 것은 새로운 레짐의 당위성 여부와 관계없이 21세기 한국 경제의 진로에 새 길을 텄다는 의미가 있다.

분명 과거 레짐은 한국 경제의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한 예가 세계 경제 대침체 시기에 수출에 의존한 성장이다. 지난 2012년 수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6.3%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에 들어서자 대책 없이 우리 경제는 고난의 길로 들어섰고 작아진 파이를 놓고 갑을병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일어났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표된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시간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겠으나 여전히 미완성이다. 우선 많은 경제학자들은 저성장이 공급 측면에서의 병목현상 탓이라고 믿고 있다. 실제로 수많은 실증분석을 통해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를 치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뚜렷이 보이지 않았다.

산업 구조조정의 실패가 대표적인 예다. 통상 선진국의 경험에 따르면 제조업 성장에 대한 기여가 한계에 이를 때 성장동력으로서 서비스업이 제조업을 빠르게 대체했다. 이 정형화된 사실이 우리 경제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역대 정부가 서비스업 발전을 수없이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덫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경제 선진화는 요원하다.



새 정부가 제안한 소득주도 성장은 분배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청년·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살아나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자 하는 창의적인 정책임에 틀림없다. 소득주도 성장은 수요부족에서 저성장의 요인을 찾고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수요부족이 양극화보다는 가계부채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드물게 GDP 대비 소비가 안정되지 못하고 신용카드 대란이 일어났던 2002년부터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2년 전부터 민간소비는 GDP의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소비가 위축된 것이 가계소득 탓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가계 총처분 가능소득 대비 가계소비 역시 2011년을 정점으로 하락하는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과다한 가계부채가 절약의 역설을 초래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경제정책의 레짐 시프트가 당초 기대한 것보다 효과가 작거나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새 정부는 이 가능성에 대해 유의하고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필요한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100조원을 쓴 저출산 대책이나 헛돈만 들어간 부실기업 지원과 같은 정부의 실패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가 재정지출 증가율을 경상 성장률보다 높게 관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가채무는 앞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비록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성장보다는 분배에 더 무게를 둔다 하더라도 여전히 성장정책은 중요하다. 사람들에게 희망과 발전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이 정부의 재임기간 동안 비쳐질 우리 경제의 미래 모습에 자신감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다. 결국 혁신 부문을 키워내는 것이 관건이다. 지난 5월 타개한 미 경제학자 고(故) 윌리엄 보몰 교수가 생전에 자주 한 말이 있다. ‘혁신 부문이 없다면 중산층은 복지비용을 부담하는 데 끊임없는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복받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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